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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디지털 전환 : 한미 간 비교

소비자가 느끼는 상이한 한미 기업들의 디지털화

by 지역이음이

1. 디지털 정보격차


오랫동안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 주자로 간주되어 왔다. 빠른 속도와 광범위한 커버리지는 한국의 기술적 우위를 상징하는 지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초고속 인터넷 접속률 1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2024년 10위권으로 순위가 조정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국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인프라 상향 평준화와 기술적 우위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핵심은 전 세계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순위 변화는 다른 국가들이 크게 발전하여 높은 수준의 인터넷 접속 환경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부산의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돼지국밥이나 밀면을 맛볼 수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이나 식당만이 뛰어난 맛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전반적인 품질 향상으로 인해 ‘훌륭한 맛’이 보편적인 기준이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거 한국이 독보적으로 제공했던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은 이제 더 많은 국가에서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실패라기보다는, 다른 국가들이 한국이 설정했던 높은 기준점을 성공적으로 따라잡았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 확산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글로벌 디지털 접근성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부산의 돼지국밥/밀면 식당’ 비유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식당이 기본적인 맛의 퀄리티를 상향 평준화했다면, 고객을 끌어들이는 차별점은 다른 곳에서 나온다. 독특한 레시피(혁신), 뛰어난 서비스(사용자 경험), 특별한 분위기(플랫폼 기능), 혹은 완전히 새로운 메뉴(새로운 서비스 카테고리)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부산 요식업계가 약해졌다는 신호가 아닌, 오히려 그만큼 성숙하고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증거이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가 높은 수준으로 보편화되었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진일보를 의미한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순위 2013년(좌)과 2025년(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2024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67개국 중 6위를 기록한 것은 표면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순위의 세부 지표를 면밀히 검토하면, 특히 디지털화의 본질적 경쟁력에 대한 다른 국면이 드러난다. 전반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같은 거시 지표를 제외하고 디지털 핵심 역량과 관련된 지표들에 초점을 맞출 때, 한국이 당면한 현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주목할 점은 ‘기술 프레임워크(Technological Framework)’ 부문의 세부 지표들, 즉 다양한 디지털 인프라 영역에서 한국이 과거와 같은 인프라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의 활용, 관련 교육 시스템, 고용 구조, 연구개발의 질, 투자 효율성, 나아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실질적 접근성 및 활용 능력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뒤처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인식하는 전통적 인프라 강국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특히 ‘디지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고찰하며, 미국 사례를 통해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논의에 앞서,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의 개념을 학문적 세대 구분을 통해 정의하고자 한다.

1세대 격차: 디지털 접근(Access)의 격차 – 인터넷 접속 가능성, 디지털 기기(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보유 및 접근 가능성의 차이.

2세대 격차: 디지털 활용(Utilization)의 격차 –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웹 기반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 활용 능력의 차이.

3세대 격차: 디지털 활용에 따른 오프라인 삶의 질(Outcome) 격차 – 디지털 활용 수준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정치적 영역(학자마다 세부 영역에는 다소 차이가 있음)에서의 실질적인 삶의 질 차이로 이어지는 현상.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의 광범위한 보급과 스마트폰 보급률 등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기에, 접근성 관점의 1세대 디지털 정보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활용 능력 관점인 2세대 디지털 정보격차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더 이상 압도적인 디지털 강국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나아가, 2세대 격차로부터 파생되는 ‘삶의 질 격차’인 3세대 디지털 정보격차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며, 특히 AI 기술의 활용이 본격화될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기에 깊은 경각심이 요구된다.


따라서 본고는 2세대 디지털 정보격차의 핵심인 ‘활용’의 관점에서, 향후 미국의 디지털 전환 현황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한국 사회와 기업에 필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비교를 시작하기 전, 필자는 디지털 기술의 전문가는 아님을 밝힌다. 기술적인 면보다 소비자 관점에서 어떠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미국에 거주하며 기업들의 서비스를 체험하니 활용 관점에서 큰 차이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2. 기업의 디지털화 : 한국


한국 기업 디지털화의 핵심은 무엇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 이는 상당 부분 ‘공급자 입장’에서 기획되고 추진되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판단한다. 다수의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사업 구조의 효율성을 일부 개선하거나, 디지털화에 투입된 비용을 또 다른 서비스 영역에서 보전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소비자에게 근본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고객의 일부를 온라인 채널로 이동시키거나, 기존 시장의 매출 경로를 다변화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기보다 내부적인 파이 나누기에 더 가까운 양상이다.


첫째, 유독 ‘페이(Pay)’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이는 디지털 전환 시 기업 입장에서 단기적 수익 확보가 용이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선불 충전 방식으로 현금을 미리 확보하고 소비는 지연시키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상품권’ 사업 모델의 변형에 가깝다. 과거 특정 상품군에 국한되었던 상품권 비즈니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물론 네이버페이와 같이 포인트 활용에 있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시장을 평정한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다수의 한국 소비자는 합리적인 ‘체리피커(Cherry Picker)’ 성향을 보이기에, 특정 기업의 생태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폐쇄적인 포인트 적립 및 사용 방식에 대해 본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폐쇄성을 상쇄할 만큼 파격적인 리워드가 제공되는 경우도 드물다. 일본 라쿠텐(Rakuten) 그룹이 자사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캐시백 규모(최대 수십 퍼센트 할인 혹은 수백 달러 상당의 금전적 혜택)와 비교해 보면, 국내 기업들의 리워드 프로그램이 경쟁력 측면에서 얼마나 미흡한지 명확히 드러난다.


둘째, 디지털 앱을 사용했을 때 오프라인 경험과 비교하여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뚜렷한 이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각 기업의 디지털 전략이나 쇼핑몰 서비스에서 차별화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공급자 관점의 단기적 수익 창출(예: 자체 페이 서비스 가입 유도)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소비자가 왜 우리 앱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내부적 성찰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셋째, 단일 기업 내에서도 디지털 서비스가 분절화되어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 이마트24,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소비자가 하나의 기업군으로 인식하는 브랜드들이 디지털 환경에서는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월마트(Walmart)가 월마트 일반 매장과 월마트 슈퍼센터를 단일 앱으로 통합 운영하며 픽업 및 배송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이마트 매장 내에 입점한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에서는 이마트 앱이나 포인트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동일 기업 내에서조차 온·오프라인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명백히 고객 경험보다는 내부 조직 구조의 편의가 우선시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넷째, 이마트의 현재 디지털 전략은 과거의 답습 혹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2011년경 시도되었던 기초적인 개념조차 2025년 현재까지 온전히 구현되지 못하고, 고작해야 매장 내 상품 재고 현황 정도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디지털을 통한 서비스 혁신의 심층 단계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한 Depth 더 내려가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두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과의 본질적인 차별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동시에, 취급 상품의 범위 또한 제한적이어서 치열한 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점차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한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의 과정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느껴진다.



3. 기업의 디지털화 : 미국


그렇다면 미국 기업 디지털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통해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사고에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며, 장기적으로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 즉 ‘락인(Lock-in) 효과’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구체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는가?


첫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강점을 융합하여, 전통적인 오프라인 방식만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대표적인 공공사례로 지역 도서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실물 도서 대여라는 핵심 기능에 더하여, 미디어 자료, 전자책(E-book)은 물론, 링크드인 교육(LinkedIn Learning) 과정 연계와 같은 전문 교육 콘텐츠까지 디지털 형태로 대여 및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가치를 극대화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지식 접근성의 확장을 의미한다.


둘째, 디지털 앱 전용 상품을 개발하거나, 앱 사용자만이 접근 가능한 특별 할인 및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미국의 대형 소매 체인 크로거(Kroger) 산하 브랜드들이 좋은 예이다. 이들은 각 지역사회와의 깊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디지털 할인 쿠폰을 적극 활용하여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한다. 이때 제공되는 할인율은 때때로 아마존(Amazon)과 비교해도 경쟁 우위를 점할 만큼 파격적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맥도날드(McDonald's), 버거킹(Burger King), 칙필레(Chick-fil-A), 도미노피자(Domino's Pizza) 등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 역시 자사 앱을 통해 특별 가격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고객의 반복 구매를 유도한다. 일례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맥도날드는 지역 농구팀인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Portland Trail Blazers)가 경기에서 100점 이상을 득점할 경우, 다음 날 다른 상품 구매 시 맥너겟 6조각을 무료로 제공하는 지역 연계형 프로모션을 디지털 채널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할인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브랜드 참여를 유도하는 고도화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Kroger 그룹의 QFC 몰 쿠폰 적용 : 정상가(4.29), 오프라인 할인가(2.5), 디지털 쿠폰 할인가(1.99)


셋째, 전국 어느 지점을 방문하든 단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치 익숙한 동네 가게에서 쇼핑하는 듯한 일관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월마트(Walmart), 타겟(Target)과 같은 대형 유통 기업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 기업의 앱은 각 지점별 상품 재고 현황, 주문 상품의 픽업 및 배송 예상 소요 시간, 심지어 특정 상품이 매장 내 어느 진열대에 위치하는지까지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어느 지역, 어느 매장을 방문하든 앱 하나로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쇼핑을 계획할 수 있다. 처음 방문하는 동네의 매장이라 할지라도, 앱을 통해 특정 상품의 진열 위치를 즉시 확인함으로써 마치 늘 다니던 곳처럼 효율적인 쇼핑 동선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GPS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현재 위치에 가장 가까운 매장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관련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경험의 연속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디지털 기술로 극복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소비자는 생소한 환경에서도 정보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기업은 전국적인 매장 네트워크를 하나의 통일된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운영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개인화된 고객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둔다. 이는 곧 오프라인 자산의 가치를 디지털을 통해 증폭시키는 고도화된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월마트의 디지털 전환(앱) 사례 : kimchi 키워드의 매장 내 표시


넷째, 온라인 기반 기업이 오프라인 서비스 채널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통합적 고객 경험을 구축하는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Amazon)의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인수가 이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를 통해 즉각적인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였으며, 이를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긴밀하게 연동시켰다. 프라임 회원들은 홀푸드 매장 내 일부 할인 품목에 대해 일반 고객보다 더욱 매력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더 나아가, 아마존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구매한 상품의 픽업 지점으로서, 혹은 반품 및 환불 처리 창구로서 홀푸드 매장을 적극 활용한다. 소비자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가까운 홀푸드 매장에서 수령하거나, 반품을 원하는 상품을 별도의 포장이나 배송비 부담 없이 홀푸드에 맡기기만 하면 무료로 처리받을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과 오프라인 매장의 즉각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결합한 것으로, 고객에게 끊김 없는(seamless) 통합적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려는 아마존의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서의 강력한 고객 기반과 데이터 경쟁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반대로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을 다시 온라인 생태계 강화에 활용하려는 양방향 시너지 창출에 그 목적이 있다. 즉, 고객의 구매 여정 전반에 걸쳐 아마존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프라임 멤버십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함으로써 강력한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구축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전략인 것이다.


아마존(온라인)과 홀푸드(오프라인)의 연계


다섯째, 모바일(앱), 웹(이메일), 그리고 전통적인 유선 채널(문자 메시지)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디지털 정보격차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객의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는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최소한의 정보만을 요구함으로써 중장년층, 다인종, 다양한 소득 수준 및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른 정보 접근성의 차이를 줄이려는 시도이다. 예를 들어 폴로(Polo), 갭(Gap), 캘러웨이 골프(Callaway Golf) 등 다수의 의류 브랜드는 매장 내 QR코드 스캔 한 번으로 자사의 전화번호와 기본 소개 정보를 소비자의 휴대폰에 자동으로 저장시켜준다. 소비자는 단지 자신의 전화번호만 제공하면 되는 간편한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용이하게 구축하면서도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로 인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디지털 전환은 상당 부분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장 경쟁 속에서 진행되며,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레스토랑이나 식품 회사의 앱을 활용할 경우, 한국과는 다른 미국 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명확한 이점들이 존재한다.

팁(Tip) 절약을 통한 직접적 효용 증가: 미국에서는 매장 방문 후 ‘투고(To go)’ 형태로 음식을 픽업할 경우, 통상적으로 부과되는 팁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적게는 음식 가격의 15%에서 많게는 20% 이상의 즉각적인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도어대시(Doordash), 우버이츠(Uber Eats), 인스타카트(Instacart)와 같은 배달 서비스 플랫폼조차 별도의 서비스 수수료 외에 배달원에 대한 팁이 관례화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해당 업체의 자체 앱을 통해 직접 주문하고 픽업하는 방식이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 기사에게도 팁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임을 감안하면, 인건비의 높은 비중이 디지털화, 나아가 AI 기술 발전의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주문 및 수령 시간의 획기적 단축: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음식 주문 시 개인의 선호 혹은 비선호 식재료, 알레르기로 인한 기피 식재료 등 동일 메뉴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요구사항(Customize)이 매우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주문 과정 자체를 길게 만들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음식을 받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원인이 된다. (현지에서 미국인 손님을 응대해 본 경험이 있다면 즉시 이해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스타벅스(Starbucks)와 같은 특정 브랜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며, 가장 대중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조차 메뉴별로 상세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앱을 활용하여 사전에 주문하고 결제를 마친 후 지정된 시간에 픽업하는 방식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시간 소모를 거의 완벽하게 제거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국 식품 프랜차이즈 중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를 제외하고는 한국만큼 업무 처리 속도나 효율성이 높은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언어 장벽의 해소: 이민자나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입장에서, 명확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앱을 통한 주문과 결제는 언어적 어려움에서 오는 많은 불편함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준다.


결론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쇼핑이나 상품 수령 과정을 자연스럽게 병행하며, 유형과 무형의 두 공간을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인식하게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적어도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들이 한국의 일부 사례처럼 과도한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하거나, 자사 고유의 페이(Pay) 서비스 사용을 강권하는 등의 불편함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상당 부분 미국 특유의 신용카드 서비스 생태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미국의 신용카드는 한국과 같은 할부 서비스가 일반적이지 않은 대신, 사용 금액에 대한 캐시백(Cashback) 프로그램이 매우 발달해 있다. 때로는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파격적인 캐시백이나 리워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즉, 한국에서 각종 ‘페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얻고자 하는 금전적 혜택의 상당 부분이 이미 신용카드라는 보편적 금융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미국 신용카드의 리워드는 대부분 실제 현금으로 전환 가능하거나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특정 기업의 생태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포인트 형태로 제공되는 한국의 일부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개방성이 높다. 이는 소비자들이 굳이 특정 기업의 결제 시스템에 종속될 유인이 적음을 의미하며, 기업들 역시 결제 자체보다는 상품과 서비스 본연의 가치로 경쟁하려는 경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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