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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Jan 02. 2021

장르극, 코로나19

10.  바이러스 ‘단백질에 싸인 나쁜 소식’

 적절한 무서움이라니 물정 모르는 소리다. 코로나19는 처음 등장한 감염병이다. 우리는 이 질병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다. 무엇보다 치료제가 없다. 전파력이 매우 높으며 치명률도 낮지 않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치료제도 없는 알 수 없는 질병이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며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다. 


 우리는 정말 이 질병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를까?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익숙하다. 우리가 걸리는 일반 감기의 10% 내지 30%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증세가 경미했기에 약이나 백신을 계발하려는 노력은 없었고 주로 수의학의 관심대상이었다. 조류나 돼지, 소 등을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스와 메르스가 등장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바이러스를 ‘단백질에 싸인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을 때는 거의 반세기 전이다. 지금은 그 ‘나쁜 소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2020년 1월에 이미 코로나19의 염기서열을 알게 되었고, 2020년 4월에는 기초과학연구원 등이 주축이 되어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계통학적 관계는 물론 바이러스의 생활사도 파악하고 있다. 생활사란 쉬운 말로 어떤 생물종이 살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또 있다. 만약 우리가 코로나 감기에 걸렸었다면 우리 몸도 이 바이러스를 안다. ‘그래, 이번에 온 애가 코로나 가문의 둘째 집안인 베타네 식구로군’이라고 우리 면역계가 알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병에는 치료법이니 예방법이 있을까? 매우 흔한 질환으로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연간 2조 원이 넘는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나와 있는 감기는 치료법이 있을까?  없다. 대증 치료만 있을 뿐이다. 지카, 뎅기열, 에볼라, 에이즈, 진드기 바이러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된 백신이 없다. 사스와 메르스도 없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질병이 있는 이상 세상으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멸균실에 가두는 선고를 내리는 셈이다. 


 코로나 치료제 후보로 올라 유명해진 클로로퀸은 원래 말라리아 치료제로 만들어졌다. 1940년 대 일이다. 말라리아는 선진국이나 문명국에서는 잊힌 질병이다. 말라리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말라리아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말라리아는 클로로퀸의 부록으로 코로나 시대에 부활했지만, 사람들은 말라리아를 염려하지 않는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약이 가장 좋을까? 약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모기에 물리지 않는 거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클로로퀸이 있어 안전하지 않을까? 말라리아는 이미 클로로퀸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혹시 ‘투유유’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라 중국의 약리학자다. 본초학 전공으로 중국 전통의학을 연구하다 개똥쑥으로 클로로퀸 치료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탔다. 노벨상을 가져다준 아르테미시닌으로 말라리아는 극복되었겠지 싶지만, 말라리아는 다시 아르테미시닌에도 저항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엘론 머스크가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겠다고 스페이스 X를 세우는 과학의 시대에 우리는 이 오래된 감염병인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말라리아는 소수의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말라리아로 연간 약 100만 명의 사람이 죽는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공공보건대학 마르셀로 제이콥스 교수는 말한다. 다시 말해서 30초에 한 명씩 죽는다는 뜻이다.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1월 2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180만 명으로 나와 있다. 엄청난 숫자다. 그러나 말라리아 100만 명도 못지않다. 코로나 통계의 경우에는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코로나 사망으로 간주한다. 코로나 확산 초기 독일이 치명률 계산에서 기저 질환 환자를 코로나 통계에서 뺐다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부분 잘못된 집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확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정확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본래 가지고 있던 기저 질환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로나 초기에 ‘도대체 코로나19가 단독범인 경우는 얼마나 되느냐?’는 기사가 영국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만약 앞의 질문이 의미 있다면,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거칠게, 둘이 비슷한 위험도를 가졌다면, 말라리아가 치료되지 않는 세상에서 코로나19의 치료제가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은 균형이 맞지 않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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