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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Jan 05. 2021

장르극, 코로나19

11. 치명율과 전파력, 역의 관계

 앞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빠르게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퍼지는 것보다 사람이 많이 죽는다는 것이 더 무섭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여러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 치명률이다. 이탈리아는 한때 치명률이 11%를 넘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옥스퍼드대학 산하 증거기반의약개발센터(CEBM)에서는 코로나 확산 초기에 코로나19 치명률을 약 0.5% 수준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코로나 치명률에 대해서 ‘좌절을 느낄 정도로 신뢰할 수 없을뿐더러 수치는 계속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적 차이도 코로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서구 나라와 동아시아 국가 사이의, 혹은 서구 나라와 우리나라와의 치명률 차이는 매우 크다. 글을 시작할 때의 취지가 한국사회의 코로나 담론에 대하여 말하고자 했으므로 우리나라 경우를 중심에 놓고 말하고자 한다. 


 확진자 중에서 사망자를 계산하면 통계적으로 가장 사망률이 높아진다. 사망자를 전체 확진자로 나누는 방법(CFR, Case Fatality Rate)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감염자 대비 사망률(IFR, Infection Fatality Rate)로 계산하면 수치가 내려간다. 방송이나 일반 공식 통계에서는 앞의 CFR을 쓰기 때문에 종종 사망률이 높게 나온다. 정말 방송에 나오는 수치대로 사람들이 죽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 


 정말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죽는지 알고 싶다면 ‘초과사망’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면 된다. 초과 사망은 평소보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보통 사망자가 이 정도는 발생하지’라고 추정하는 것보다 더 많이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실제로 인구집단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유의미한 초과사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하면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만큼은 코로나가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분명하고, 접근하기 쉬운, 데이터 기반의 자료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코로나 확산 초기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초과사망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변형 코로나로 인하여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 29일 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치명률이 높지 않다고 영국 보건당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종 코로나가 전파력은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려운 것은 치명률이 높은데 전파력이 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파력과 치명률은 역의 관계에 있다. 전파력이 높으면 치명률은 높지 않다.


 앞서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공중보건국(PHE, Public Health England)은 ‘변종 바이러스가 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거나 사망률을 증가시키진 않는다’고 말하면서 PHE와 버밍엄대의 연구에서도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상부 호흡기에서 강력한 감염을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우리가 숨을 쉴 때 공기가 코나 입을 통해 들어와 목을 거쳐 기관을 타고 폐로 들어간다. 상부 호흡기는 주로 상기도를 말한다. 코, 입, 목 같은 곳이다. 그다음 안으로 들어가 폐까지 이르는 길이 하기도다. 보통 바이러스는 좋아하는 곳이 있다. 통상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기도를 좋아한다. 그렇다는 말은 코, 입, 목 부근에 내려앉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곳은 외부와 가까운 곳이므로 접근성이 좋다. 이런 곳을 좋아하는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을 가능성이 많다. 대신 저 안쪽 폐까지는 가지 않으므로 심각한 문제를 덜 일으킨다. 결국 이번 변종 바이러스가 ‘상부 호흡기에서 강력한 감염을 일으킨다’는 말은 전파력은 세지만 치명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상기도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의 경우 몸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폐렴이나 설사, 콩팥이나 심장의 기능장애 등 전신증상을 일으킬 위험성이 크고 더 치명적이다. 대신 하기도로 몸 깊숙이 들어가야 하므로 감염력은 떨어진다. 당시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열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였지만, 감염자가 잘 나오지 않았던 이유다. 대신 보호 장비 없이 가까이서 호흡을 돕는 등 강도 높은 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의료진의 감염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사진을 통해 익숙해진 동그란 공 모양의 바이러스 표면에 밖으로 삐죽 나온, 못 같이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로 들어가기 위해 찰싹 달라붙어야 하는 ACE2 수용체가 폐와 그 밖의 몸 여러 곳에 분포하기 때문에 전신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해서 집안 내력처럼 상기도를 좋아한다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가 무섭다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글이 이렇게 쉽게 써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지 모르나, 설혹 위험하다 할지라도, 우리가 고려할 또 하나의 사항은 코로나라는 위험에 대하여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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