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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Jan 23. 2021

장르극, 코로나19

20.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 보석

 코로나19는 잘 알려진 대로 RNA 바이러스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것은 DNA라는 말이다. DNA는 우리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고 이중나선으로 되어있다는 말은 중고등학교 때 학교를 숙주 삼아 딴짓을 했다는 사람들도 알 정도의 내용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에는 DNA가 있겠지 싶지만 그렇지 않다. DNA는 생명체에 필수적인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RNA가 DNA보다 앞섰다고 보고 있다. 생명의 시작을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옮겨온 것이라고 보면 RNA는 무기물로부터 만들어지기가 DNA보다 훨씬 쉽다. 태초에 RNA가 있었다.


 살림의 규모나 사는 모습을 보면 바이러스들이 RNA를 선택한 것은 현명한 일이다. 그래서 바이러스 업계에서는 RNA를 선호한다. 식물 바이러스나 균류 바이러스는 대부분 RNA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살림의 규모가 커지면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하고 싶은 것처럼, 바이러스도 게놈이 커지면 보다 안정적인 DNA로 유전정보를 보호하려 한다. 유전 정보라는 것은 염기라고 하는 것들의 순서로 정해진다. DNA로 예를 들자면, 알파벳 4개, A, C, G, T로 쭉 써나간 문장이 우리의 유전정보다. 알파벳이 고작 넷이니 누구나 ‘야 나두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간단한 언어다. 그 알파벳 하나하나를 염기라 한다. RNA의 경우는 ‘T’ 대신 ‘U’가 들어가 ‘A, C, G, U’다.


 RNA 바이러스 계의 헤비급 챔피언은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다. 3만 개 정도의 염기를 가지고 있다. DNA 같았으면 염기가 서로 마주 본다고 ‘염기쌍’이라 했겠지만, RNA는 외가닥이라 ‘염기’다. 염기 3만 개라는 것은 쉬운 말로 앞에서 말한 알파벳이 3만 개라는 뜻이다. RNA 바이러스는 3만 개 정도까지가 한계다. 참고로 인간의 염기쌍은 통상 30억 개라고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와, 숙주인 인간과의 싸움은 3만 대 30억의 싸움이다. 권투로 치면 40 킬로 대의 미니플라이급과 몸무게가 무제한인 헤비급과의 대결이다. 이 정도 체급 차이라면 금지된 시합이다.


  RNA를 유전정보 물질이라고, 즉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물질로만 아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상이다. 처음에 과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점점 RNA의 놀라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R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고, 효소로도 작용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범 내려온다’고 소리하고, 북 치고, ‘얼쑤’하며 추임새도 넣는다. 지가 저 혼자 복제하고, 복제하는 일 도우라고 효소도 지가 만들고, 지가 제 몸을 자르고, 갖다 붙이고, 복제한다고 쓰는 복사기도 알고 보면 단백질과 결합한 RNA다. 


 그런데 이 좋은 RNA를 두고 왜 DNA로 갈아탈까. 백신과 관련해서 많이 나왔던 말이 RNA 변이다. RNA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렇긴 하다. RNA는 수용액, 특히 알칼리성 용액에서 가수분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수분해란 큰 몸이 작은 단위로 쪼개지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RNA는 DNA와 달리 복제 시 오류를 고치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없다. 또 RNA 염기 중 어떤 것은 화학작용에 대해 안정적이지 못해 C(사이토신)가 탈아미노화되어 U(우라실)로 바뀐다. 물리적인 구조도 RNA가 취약하다. DNA는 이중가닥 형태로 염기들이 서로 마주 보게 되어 있어, 인산과 당이 외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염기가 안쪽에서 보호를 받는다. RNA의 염기는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RNA를 취할 때의 장점이 있다. ‘염기쌍’이 아니라 ‘염기’인 RNA는, 싱글의 자유와 기동성이 있다. DNA보다 유연하고 적응에 빠르다. 언제 어떤 숙주를 만날지 모르는 입장에선 상황 대처가 빨라야 한다. 그리고 불안정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완책도 지니고 있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기 때문에 DNA 바이러스보다는 변이가 많다. 하지만 다른 RNA 바이러스에 비하면 변이가 많지 않다. DNA 바이러스는 복제, 즉 받아쓰기를 잘못했을 때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통상 RNA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갖고 있는 RNA 폴리머라제라는 효소는 DNA 만큼 쌈박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교정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교정 기능 덕분에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보다 절반 가까이 변이 속도가 느리다. 유연성과 더불어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보완한,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바이러스가 코로나19다.              


 자 지금 우리는 놀라운 RNA 월드에 속한 코로나19를 보았다. 이때 RNA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나타난 기사가 mRNA 백신이다. ‘세포’라는 나라에는 DNA라는 왕이 ‘핵’이라는 왕궁에 살고 있다. DNA는 핵이라는 왕궁을 절대 떠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나라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왕이 왕궁 밖으로 나와 직접 명령을 내려야만 한다. 이때 핵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DNA의 명을 그대로 받아써서 바깥에 전하는 자가 ‘메신저RNA’라고 하는 ‘mRNA’다. 메신저이면서 동시에 왕궁 밖의 왕이다. DNA에서 필요한 설계도를 복제해서 핵 밖으로 가지고 나와 단백질을 만드는 RNA이다. 그 RNA를 이용한 백신이 mRNA 백신이다.


 이제 왕궁을 떠난 트럼프의 적은 트럼프 자신이었다. RNA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나타난 mRNA 백신은 바로 RNA 바이러스 자신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 복제물이다. 다이아몬드를 깎는 도구를 만들겠다고 평생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찾은 것이 다이아몬드였던 것처럼, RNA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나타난 기사는, 다름 아닌 RNA 바이러스의 복제물이다. 이 백신은 막에 싸인 mRNA를 우리 세포 안까지 들여보내야 한다. 바이러스의 목표가 그렇다. 스스로는 설계도만 있고 필요한 자원은 세포 안에서 동원하고 차출한다. 바이러스의 방식이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바이러스가 막에 둘러싸인 ‘나쁜 소식’이라면, 백신은 막에 둘러싸인 ‘좋은 소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맞고 싶다. 아날로그 풍의 노래가 좋듯이. 안전성이나 효용을 따른 것이 아니고 그저 취향의 선택이다. 커피에도 취향이 있듯이 백신에도 취향이 없으란 법은 없다. 가능하다면. 하지만 백신의 종류를 개인이 선택할 수 없기에, 운이 좋다면 아스트라제네카를.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에겐 미안하지만, 비록 효과나 안정성이 아스트라제네카가 좋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백신의 스타는 화이자와 모더나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다. 인간 스스로 만든 바이러스가 이제 인간의 몸이라는 우주를 향해 떠났다. 코로나19와 함께 이 핵산 백신들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특히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나 80도에서 보관해야 할 만큼 섬세한 보석이다. 갑자기 화이자의 그 아름다운 mRNA를 느껴보고 싶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문제다. 그렇다. 이 얇은 지질 입자에 싸인 mRNA를 품은 화이자의 바이러스도, 모더나의 바이러스도 숙주인 사람이 문제다. 백신의 문제에서는 숙주인 사람이 종종 문제였다. 아차, 앞에서 막에 싸인 ‘좋은 소식’이라고 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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