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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위하여 Nov 26. 2022

이혼의 시작과 홀로서기 애인구함

허전함을 채우는 것은 사람뿐인가

이혼으로 홀로서기를 지내온 시간이 10년을 훌쩍 지나고 있다. 시간은 참 빠르다고 하는데 언제 이 만큼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혼 시작과 함께 빚더미에서 헤매던 게 엊그제 같았었는데 손가락으로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좋은 것이라면 아무래도 큰 채무를 끝낸 것이다.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버티고 버틴 것이다. 그 사이 몸 고장도 두 번 발생되었고 일밖에 모르는 시간으로 살아온 것 같다.


추운 날 찬 바람이 불면 나는 자전거 출퇴근으로 칼바람과 맞서 싸우며 퇴근을 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다들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 옆구리가 늘 허전하기 때문이다. 서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아마도 경제적인 부족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은 삶이 보이기도 하고 나의 통장 금액은 남들에게는 작은 돈으로 느껴질지라도 내게는 아주 행복하고 가치 있는 돈으로 조금씩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람이다. 애인이라도 있어봤으면 하면서 10년을 지내왔지만 제대로 오랫동안 만나온 상대가 없었다. 그중 가장 길게 만난 것이 1년이었고 결혼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지만 이것 또 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 걸림돌이 돈인 것이다. 여자 보고 당당히 결혼하자 이 말을 못 하였다. 내 마음속에 과거의 이혼 사유 돈 때문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돈을 적절히 받아도 다 공개할 수 없는 빚도 여기저기 깔려 있었다.


그중 가장 길게 남아 있는 돈이 양육비가 아닐까 싶다. 그것 만큼은 나 자신과 약속을 하면서 꼬박꼬박 보냈었다. 상대방은 그 양육비 돈을 입에서 말하니깐 내가 다른 핑곗거리가 없었다. 전처는 딸과 함께 재혼을 하여 경제적인 부족함에서는 해방이 되어 지금 잘 살고 있다. 이제는 내 차례이다. 나도 돈이 조금 더 정리되고 여유돈이라도 있었더라면 재혼할 수도 있었다. 전처와 특히 딸 때문에 재혼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주변의 상황이 많이 변하여 나도 노후를 설계하며 잘 살려고 한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직장이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나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있어도 왠지 모를 허전함이 생긴다.


지금은 나를 의무적이라도 가야 할 곳이 있어 필요성을 느끼기에는 약하겠지만 은퇴 이후에는 지금 보다는 허전함이 더 클 수도 있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런 마음이 사람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현재는 나의 애인으로 인정하는 상대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하여 다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다. 곧 50을 앞두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성을 사귄다.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내 것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만남은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내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면 서로 공감대만 맞으면 오래갈 수도 있다. 나의 성향은 내 것을 나누어 줄 때 행복감을 몇 배 이상 느끼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나누어줄 때이다. 사람들은 받을 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랜 기억에 남는 것은 줄 때이다.


현재 나는 애인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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