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그래서 지금은 어떤 세상인가

by 준용

트럼프 2.0 시대 / 작가 - 박종훈 / 편집자 - 조예원 / 글로퍼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알게 된 책이다.

책의 제목도 끌렸지만 매력적인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이 책의 초판 1쇄 날짜가 2024년 10월 29일이라는 점이다.

이 날짜는 미국 대통령 선거 날짜인 2024년 11월 5일보다 빠르다.

예측에 성공했기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책을 출판하기 위해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출판사가 트럼프 당선을

예측할 만큼 자신감 있는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프롤로그에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이 책은 트럼프가 내세우는 말이 아닌 트럼프의 본심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트럼프
정책의 나비 효과가 불러올 태풍이 과연 어떻게 발생해서 어느 곳을 파괴할 것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분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정치적인 얘기를 다루는 책인 만큼, 아직 정치적 가치관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조심하며 비판적으로 읽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어느 한쪽의 우호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 아닌

지금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쉽고 재밌게 다루고 있었다.


뽑아본 세 가지 키워드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트럼프의 공약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정치적인 현상들,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무력 충돌(러우 전쟁, 중동 전쟁)과 발생할 우려가 있는 무력 충돌,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인구 문제와 경제 침체 우려 등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상황이 정리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다루는 주제가 다양했기에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보았던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서 정리해 보았다.


반도체, 조선업, 에너지


반도체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위협받고 있다.

2017년 트럼프의 네덜란드 ASML기업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바이든 역시 임기 내내 기술 패권 전쟁의 주 무기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진행하였다.

인텔과 퀄컴에는 중국 화웨이에 대해 수출 면허를 취소하여 2024년 퀄컴은 100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보았으며, 또한 중국에서 20% 매출을 올리는 엔비디아도 수출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바이든은 수출 규제를 진행하더라도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기술 수준에 따라 하나하나

규제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트럼프는 전방위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압박이 가해지면 우리나라 기업이 당장 타격을 받는 것도 문제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립 성장을 가속화하게 된다. 현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대표 기업인 CXMT가

2023년까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1%밖에 되지 않았지만 2024년 말에는 내년 시장 점유율 15%를

목표로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뿐만 아니라 미국의 관세 정책에도 위협받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제조업 분야의 변화를 살펴보면, 1970년까지는 제조업이 아주 튼튼하였으나,

1980년대 경제 위기가 오며 미국은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을 살리는 방법을 택하였다. 그

렇게 한 번 무너진 제조업이 2000~2010년 사이에 레이건이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며

두 번째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미국 내로 값싼 공산품이 잔뜩 들어와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착시효과를 봤지만 미국 내의 제조업은 가격 경쟁을 따라갈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금융 회사가 실수한 상황에서 정부는 또 한 번 금융 회사를 살리고

제조업을 포기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미국의 제조업이 거의 전멸하였다. 즉, 미국 내에 있는 공장들과

인력들이 전부 해외로 흩어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이 글로벌 경제 시장에서 많은 분야를 선두하고 있는데, 제조업 분야도 성장시키기 위해

다시 미국 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세운 상황이다. 세금 감면, 반도체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유인책으로 끌어들였으나 이것이

관세 정책과 맞물리며 문제가 된다. 트럼프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위주로 관세를 올린다고 하는데, 그동안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가져갔던 장비들, 원자재들은 전부 수출 품목에 해당이 되어 무역 흑자로 잡혀있다. 계속해서 기업들의 유인 정책을 펼칠 텐데 관세 정책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유인한다고 해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이 세워져도 사람이 있어야 일이 진행되는데 인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나 트럼프 정부가 이민에 대해서 엄격히 제한을 하고 있는데 (불법적인 이민을 제한하지만, 합법적인 이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이는 해외인력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더 어렵게 만든다. 미국 내에서 실력 있는 제조업 기술자를 모으려고 해도 이미 과거 제조업이 붕괴될 때 해외로 흩어져 나간 상황이다. 게다가 기업에서 자국 기술자를 미국으로 데려가려 해도 미국 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TSMC가 대만 기술자 500명을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미국 노조의 극심한 반대로 실패했다)


조선업

우리의 해상 수송로를 우리 힘으로 지킬 수 있는 해군력이 필요하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될수록 해상 수송로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세계 최강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군이며, 공동 2위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위치하는데 그 격차가 상당하다. 미국과 중국의 현재 전투함 전체 톤수를 비교하면 미국이 460만 톤이고 중국이 180만 톤이다. 전투함 보유 수로는 미국이 219척, 중국이 234척이니 숫자는 조금 적을지라도 전투함 한 대의 규모는 훨씬 큰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싱크탱크 CSIS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며 경고한다. 우선, 미 해군대학 미래 전 연구소 소장인 샘 탱그레디가 지난 1,200년 동안의 해전을 연구한 결과 28번의 해전 중 25번이 전함 수가 더 많은 함대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전에서는 선박의 성능보다 선박의 개수가 더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해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현재 보유한 선박보다는 압도적인 선박 건조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차 세계대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의 전함 10척 중에 4척이 침몰하고 4척이 큰 손상을 입었는데,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미국의 보유 척수는 25척으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일본은 전함 2척을 건조하는데 그쳤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조선 산업을 비교해 보면, 선박 건조 능력을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230배가 더 크고, 선박 인도 기준으로는 700배나 더 많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WTO가입 이후 미국의 조선업이 무너졌기에 현재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대로 2030년대 후반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국은 2030년까지 전투함 숫자를 435척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그러면 중국의 전투함 숫자는 미국의 2배가 된다. 게다가 2030년 후반이 되면 중국 해군의 90%는 새로 건조된 선박이고 미국 전함은 80% 이상이 노후화되었을 텐데 미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추가로 장기전으로 갈수록 생산력이 더 큰 쪽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미국은 조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존스 액트"라는 미국의 법이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운항하는 상선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법안인데, 이 원칙을 100년 넘게 지키며 미국의 모든 전투함이 미국 땅에서 건조되고 있다. 이 점 때문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를 미국으로 유치해가려고 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현장 기술력만 전수해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나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을 다 미국에 지었는데 조선소마저 미국에 짓는다면 한국의 경쟁력은 더 약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에서 작가는 기회를 본다.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보완해 주는 대신, 현대 해군의 전력으로 여겨지는 핵 추진 잠수함을 대한민국이 건조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면, 당장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한 척이라도 더 갖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미국이 단일 패권 국가로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지켜주었지만 앞으로 패권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의 해상 수송로를 우리 힘으로 지킬 수 있는 해군력이 필요해진다.


에너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4%로 몰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심각한 에너지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발발 이후 유럽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스페인의 전기 요금이 340%나 오르고, 독일의 경우 전기 요금 도매가격이 10배 넘게 치솟아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내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러우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지는 않은 상황이다.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글로벌 투자 지형도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값싼 에너지원인 석유 가격의 변동에 대해 4가지 측면으로 살펴본다.

첫 번째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문제이다. 원래 유럽 국가들이 재생 에너지에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유럽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바이든의 전기차 의무화가 진행되다 트럼프가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25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선언했다.) 즉, 세계적으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지구의 환경보다 당장의 생계가 더 중요하니,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지연되고 있다.

두 번째는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의 한계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큰 혜택을 보고, 셰일 오일 덕분에 유가가 안정되었으나 2025년부터는 원유 생산량이 더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가 러우 전쟁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다 보니 셰일 오일 생산 업체가 원유 생산량을 최대한 늘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유전 탐사에 대한 투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유전 탐사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세계 각국에서 차세대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기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석유 회사들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세계 각국이 군비 증강에 나서는 문제이다. 전쟁이 자주 발생하니 무기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전투함이나 전투기등 모든 전력들은 석유로 작동된다. 게다가 아주 낮은 연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정학적 긴장도가 높아질수록 석유의 가치가 높아진다.

네 번째는 AI 혁명이다. 앞으로 AI 혁명의 승패는 누가 더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는데,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AI와 데이터 센터 부문의 전력 소비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태양광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고, 원자력 발전의 경우 아직 원전 부지조차 선정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우리나라의 대형 발전소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고 있는데 수도권까지 전기를 끌어오기에는 대규모의 추가 송전망이 필요하다.


이해는 되었으나...

트럼프의 공약과 그에 따른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재밌었다. 특히나 세계 흐름에 대해 시야가 좁은 나에게는 마치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의 약간의 땅을 마주 한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켜보는 일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으며,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위기는 환경을 지키고 싶은 나의 소망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책을 읽고 변해가는 세상을 꾸준히 지켜보면, 새로운 희망과 기회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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