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르고 만든 큰 그림

무지가 만들어 낸 자연스러움

by Min kyung

나 이거 계속 연구하다가 박사학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일생을 걸쳐 엄마가 만들어낸 큰 그림 속에 있는 엄마, 나, 그리고 엄마 딸


엄마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남의 집에 일을 하러 갔다. 외할아버지가 더 이상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는 어렸고, 엄마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도 집에 찾아와 아이 교육은 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외할아버지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학교 급식실 보조 및 허드렛일을 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어린아이의 설음이 얼마나 컸을까. 눈물 나는 고생스토리는 여기서 부터시작이지만 반전이 있다.


자신이 장녀라서 설움을 당하고 다른 동생들과 차별을 당한 건 잊고, 엄마의 큰 자식에게 같은 마음을 가진다. 넌 크니까 동생을 이해해라. 큰 사람이 이해해야 한다. 작은 아이는 작으니까 이해받아야 돼. 이런 생각으로 엄마 딸은 싸고돌고 보호하고, 이해해 주라고 말하고, 나는 큰 아이고, 엄마 딸보다는 크니까 무조건 이해해야 하고. 그런데 웃긴 건, 외할머니가 돌어가셨을 때 얼마 안 되는 유산문제로 엄마와 엄마형제들이 20년간 관계를 끊었었다. 그럼 왜 본인이 주장하는 대로 유산 같은 건 포기하고 장녀가 이해해 보지 그랬냐? - 자신이 입으로 말하는 것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자, 제발 언행일치 좀 해. 편하게 말만 하지 말고.


엄마 딸을 좋아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도 엄마였다. 자신이 장녀라는 이유만으로 받았던 차별과 감정적인 서러움을 아무런 인지 없이 학습했다. 그것이 부당한 것이고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신의 감정도 읽지 못했고, 올바른 방향도 잡지 못했다. 자꾸 그녀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건 원인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때 그것은 어쩔 수없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엄마를 감싸주면 나는 엄마 자신의 성장과정에 따른 희생자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식을 낳으면 그러지 않으리라 각성했어야 하는데, 그러면 세월의 반복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엄마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사실 생각할 힘과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엄마는.


이런 엄마와 엄마의 장녀로 살면서 그녀가 받았던 감정적인 대접을 똑같이 받았기 때문에 나도 그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무지가 만들어낸 오랜 기간에 걸친 대하드라마네. 참 눈물 난다. 참 대단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생각하는 대로 산다더니, 내가 그 덫에 걸려 살아서 억울했던 거구나.


그러면 더더욱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 가는 인간이 내 부모라면 나를 똥 공격에서 막아낼 사람은 나다. 무지가 이토록 무섭다니. 무지가 폭력이 될 수도 있고 고문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아침깨달음이다. 엄마가 낳아줬지만 종류가 다른 인간으로 낳아줬음에 정말로 감사하다.


공감 받은 적이 없어 그것이 서러워서 나는 공감하는 법을 배우러 다닌다. 매일 책을 본다. 공감을 담아 말하는 법을 배운다. 공감을 해 준 사람이 없어서, 공감받지 못하고 자라서 나도 공감능력이 없다면 배우면 된다. 이미 성인이고 부모로부터 배운 건 단물 다 빠지고 남아있지도 않다. 배우고, 알고, 써 먹으면 내가 공감없이 살았던 슬픈 세상과 다른 세상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무지로 그린 자연스러움이 싫다. 큰 그림도 싫고, 내가 그리는 그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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