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 상태로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by Min kyung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닌가 봐.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마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게 있나 보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글쓰기를 잘하고 외국어 구사를 좋아하고 남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는 것이 힘들다. 그냥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항상 내 옆에 없었다. 그의 직업은 기관장이었다. 기관장이란, 대형 선박의 기관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일 년에 단 며칠만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딸의 모습을 한 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무척 그리웠고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의 존재를 그리워했었다. 그래서 가끔 국제전화가 오면 눈물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어린 딸에게 무엇이 그리 , 든든하게 지켜줄 존재가 부재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만나면 부족했던 표현도 글로 구구절절 표현하면 그것이 그렇게 다정하게 표현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존재가 더욱 그리워졌고, 유년시절 채워지지 않았던 존재감은 아직도 결핍으로 남아있다.


그 후에 아버지가 배라는 직업을 완전히 버리고 육상을 택했지만 잘 될 리가 없었다. 아버지의 주 종목은 육지를 떠나 있는 것이었다. 그 나름으로 살아가려고 몸부리 치면서 돈을 좇았지만 돈을 좇는다고 돈이 손안에 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주 종목을 내팽개친 가장의 모습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 되어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암이라는 병을 얻었다.


자신의 어떤 말도 수용해 줄 수 없는 아내, 자신의 능력이 펼쳐지지 않는 상황 아래에서는 비록 자신이 모든 원인이라 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결과까지 벌어졌을 것이다. 모두 성장한 딸이 둘이나 있었지만 방은 두 개뿐인 남의 집 살이에 불과한 삶을 살아야 했다. 아마 가장으로서 괴로웠을 것이라 추정된다.


나는 그의 딸이다. 그를 많이 닮은 딸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그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남편과 관계가 계속된 이유도 아버지만큼 구속력이 있고,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력한 구속력에도 그것을 맞추며 그 안에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탈출하고 싶은 곳이라 생각했고 탈출 후엔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은 무엇인지 짐작이나 가는가.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한 욕구는 채워지지 않아서 그것이 만족될 때까지 따라다닌다. 이건 윤리적인 잣대로 판가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모든 사람을, 모든 잣대를 노출시켜 투명하게 평가해 보자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겐 아직도 만족되지 않는 결핍의 욕구가 있다. 나는 나 존재 그대로 사랑받고 싶고 보호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남자 성인에게.


그런데 현실은 이미 성장을 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님편도 있고, 남자 성인에게 사랑을 받을 조건은 윤리적으로 남편을 제외하고는 어긋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님편도 아버지로 충분한 자격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 그리고 권위도 있다. 하지만 그 채워주지 못하는 나의 결핍은 아직 존재한다. 그래서 결핍을 채우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결핍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결핍을 충족하려는 욕구사이의 충돌을 인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결핍과 충족을 어떻게 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다시 고민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여. 나의 행복하고 건전한 성장을 위한 자가 치유 성장시스템이라고 하자. 치유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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