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표랑 내 메뉴가 겹치는 사건과

나란 인간 효용성과 관계

by Min kyung

아이들은 학교에서 점심에 급식을 먹고 온다. 그리고 나는 저녁을 준비한다. 돌아온 아이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오늘은 뭐 먹어?, 그러고는 주방을 살핀다.


메뉴를 둘러본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실망스러운 운 말은 : 오늘 점심에도 먹었는데.

아니? 뭐라고? 식단표에 있었던 메뉴라고?


사실 식단표를 확인하지 않았다. 식단표를 확인하고 저녁을 만들어야 맞다. 하지만 이젠 그 조차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한두 번 이런 경우가 발생하고는 식단표를 저장하는 수고까지는 했다. 그러나 확인은 하지 않았던 경우가 또 발생했다.



사실 그날은 하루 종일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책을 보려고 해도, 다른 일은 하려고 해도 도무지 집중도 안 되었다. 늦게 점심을 해결하고 보니,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요리를 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한 때 간단히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그래서 다시 요리를 시작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맞이했다.


꼭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한 끼를 날로 먹으려던 내 마음이 다시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일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서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데, 시간은 다가오고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었다. 이때 일었던 분노는 아이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잠시가 귀찮아서 나중에 오는 마음 놓임을 느낄 수 없다니.


보통의 전업주부의 주된 업버리는 가사: 집 안의 전반적인 일과 요리등을 말한다. 그 업무들이 순조롭게 준비되고 진행돼야 다른 가족들에게도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이 만족은 주부 자신에 대한 것도이디. 가족들이 만족한 모습으로 자신의 효용성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양해를 구하려니 어찌도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던지. 아직도 아이들은 엄마가 화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메뉴가 겹치면 그냥 먹어도 되는데, 엄마는 메뉴가 겹쳤다는 이유로 화를 냈고, 먹기 싫다면 라면을 선택하라는 둥 횡설수설을 했다고 기억할까, 아니면 그냥 잊었을까.




이를 가만히 보니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갈망한 것뿐이었다. 내가 열심히 해 놓은 일들이 가족에게 기쁨을 줄 때 그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잘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표정과 그들이 만족을 느끼는 자체가 나에게도 다시 만족을 주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란 인간은 그렇더라. 나란 인간이 가진 다른 재주로 또 다른 이들에게 어떤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을까를 탐색해 봐야 할 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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