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통해 나에게 하고 싶은 말

by Min kyung

사춘기의 정정, 중2를 지나고 있는 나의 작은 딸 이야기다. 영어와 수학을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학원 시간과 요일은 어기지 않고 잘 지켜서 가고 있다.


그리고 혼자 하는 활동을 즐기는 아이다.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간다. 혼자서 노래방도 다녀온다. 내가 그 나이 때엔 생각해 볼 수 없었던 것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여름 방학과 수학여행이 가까이에 있어 한국을 다녀오고 수학여행을 또 가고 나름 바쁜 일정을 소화해 냈다. 그런데 융통성이 없는 내 딸은 농땡이를 치면 반드시 보강이 오고, 본인의 결강으로 인한 수업이 너무나 싫었다고 한다.



월요일은 수학수업이 없던 날이었지만 수학여행 뒤 보충 수업이 필요하신 선생님은 하교 길에 아이에게 연락을 하셨다. 아이는 나름대로 수업이 없는 날, 미뤄두었던 애니메이션을 보러 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밥을 먹는 아이의 표정이 아주 일그러져 있었다. 아이는 해야 하는 의무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눈물이 어우러진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의무감으로 똘똘 뭉쳐서 '해야만 한다'는 것을 저버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이지만 마음이 참으로 아팠다. 아무리 엄마가 선생님께 잘 말씀드린다고 해도 아이는 꼭 가야 하는 수업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없었나 보다.


하지만 나의 이 한 마디가 아이를 움직이게 했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 봐라. 이 시간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이는 머뭇거리며 근거리에 있는 영화관의 시간을 핑계 댔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금세 뛰어가면 얼마든지 영화관에 자리는 있을 터였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해."


이 말에 아이는 결심이 섰는지 수저를 놓았다. 그리고 가벼운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갔다. 나도 통쾌한 순간이었다.



수학 선생님께는 말씀을 드리고, 시간이 좀 흘러 아이는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을 보였다. 막대한 책임감 고지식함이 아마 아이를 눌렀나 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사춘기, 고지식한 딸아이의 표정을 한결 가벼워 보였다. 크게 밝아지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것을 말로 해 보는 시도는 자주 보인다.


나에게도 하는 주문이었다. "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하면 즐겁고 가슴 뛰는 일을 해라. 그것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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