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엄마의 딸로 산다는 건

by 에시

'엄마의 딸로 산다는 건, 끝없는 연습 같다'

이해하려고 애쓰다가도 미워지고,

미워하다가도 다시 고마워지고.

그 두 감정이 번갈아 찾아오는 게

아마도 딸로 산다는 일의 리듬일 것이다.


엄마와 나는 여전히 다르다.

나는 감정을 글로 풀고,

엄마는 감정을 밥으로 푼다.

나는 말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직접 정성스레 끓인 국 한 그릇으로 대신한다.


그 차이를 알면서도,

이제는 그 다름이 낯설지 않다.

우린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돌보는 중이니까.


언젠가 엄마와 단둘이 산책을 했다.

봄인데도 바람이 차가워서

엄마의 어깨 위로 가디건을 걸쳐줬다.


엄마는 한참을 "괜찮다"하다가

실랑이 끝내 그 옷이 걸쳐진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참 뒤 말했다.

"이제 내가 딸 덕을 많이 보는것 같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다.

그건 고맙단 말한마디가 아니라

'세대가 뒤바뀌었다는' 조용한 선언처럼 들렸다.


엄마의 딸로 산다는 건,

언제나 조금은 미안하고,

조금은 고맙고,

조금은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을 품은 채로

나는 여전히,

엄마의 딸로 살아간다.


오늘도 전화를 걸며
그 익숙한 인사를 먼저 건넨다.
“엄마, 밥은 먹었어?”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안에 내 사랑이 있고,

엄마의 시간이 있고,

우리가 함께 살아온 모든 세월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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