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 집에는 오래 키운 고양이가 있다.
엄마는 그 아이를 참 많이 사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안아 올리고, 엉덩이를 토닥이며 “얘는 이게 제일 좋아”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고양이는 그 자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귀는 뒤로 젖혀져 있고, 몸은 잔뜩 굳어 있다. 불편함이 눈에 보인다.
“엄마, 그렇게 안는 거 싫어하는 것 같아 하지좀 마.”
그렇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가 고양이보다 못한 취급 받고 살아야하니”
나는 늘 거기서 멈춘다.
나는 고양이를 걱정했을 뿐인데, 어느새 나는 엄마를 상처 준 사람이 된다.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더 차가운 딸이 되어간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동생이 사드린 컴퓨터와 프린터를 사용하다가 에러가 났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딸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말을 했다.
“전원 껐다가 다시 켜봐.”
“망가질까 봐 아무것도 못 건드리겠어.”
“망가져도 돼. 비싼 것도 아니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짜증을 냈다.
“왜 사람을 무시하니.”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기계를 말했는데, 엄마는 사람을 들었다.
나는 해결을 말했는데, 엄마는 존중을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엄마와 대화하는 내가 점점 싫어지기 시작한 건.
엄마의 메시지가 오면, 반가움보다 먼저 긴장이 올라온다.
또 오해가 생길까 봐.
또 내가 나쁜 사람이 될까 봐.
그러다 문득, 내가 무서워졌다.
나는 왜 사랑하는 사람을 피하고 싶어하지?
가족조차 힘들어하는 나는, 훗날 가족을 이룰 수 있을까?
나도 엄마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게 되지는 않을까?
엄마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엄마는 아마도, 보기보다 더 불안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지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그래서 더 힘들다.
사랑하니까 이해하려 애썼고,
사랑하니까 더 잘 말하려 노력했고,
사랑하니까 내 감정을 뒤로 미뤘다.
지쳐서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신호라는 걸.
이제는 좀 알겠다.
사랑은 꼭 붙어 있어야만 증명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서는 것도 사랑일지 모른다.
사랑하는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일.
나는 여전히 엄마를 사랑한다.
다만 이제는, 나까지 잃어가면서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혹시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기가 버거웠던 적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이기적이거나 차가워서가 아닐것이다.
어쩌면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애써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자꾸 넘어지면서도 다시 배우는 사람이 하는 거라면,
나는 아직,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조심스럽게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