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27살._2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쩐지 차 키를 챙겨야 할 거 같아서 바지 호주머니에 고이 넣어뒀는데
진짜 필요하게 될 줄 몰랐다.
차에 타 문을 잠그고 의자를 뒤로 젖혀서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밖만 쳐다봤다
혼자 살 때는 열받으면 안락한 내 집에 가면 됐었는데
둘이 살게 되니까 열받으면 집 밖을 나와야 하네
혼자 살 때는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는데
둘이 살게 되니까 어떡하든 꾸역꾸역 해내야 하네
이상하게 집 밖에서, 것도 주차장 차 안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았다.
2주
그동안 나와 K는 서로 말없이 한 집에서 지냈다
이렇게 오래 싸워 본 적이 없어서 머릿속엔 온통
물음표만 가득했는데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야! 쉿!"
회식을 거하게 하고 어찌어찌 집 문을 열고 들어갔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눈을 뜨니 누군가 목소리가 들렸는데
한 사람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오 깜짝이야.."
"회식한다더니 일찍 왔네?"
"..."
"일단 방에 들어가서 자."
술김에 K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얼굴을 잘 아는 K의 고향친구이자 나와도 죽이 잘 맞는 사람이었다.
"속은?"
"괜찮아."
"아니 너는 그렇게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술을 마시면 어떡하냐."
"상의도 없이 친구도 집에 데려오는데 집 바닥에서 쓰러진 게 뭐 어때서."
뾰족하게 말이 나갔나 싶었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고 냉면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해장은 꼭 차가운 걸로 하는 편인데,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니 K가 냉면을 시켜놓았다.
"미안."
"..."
"아니 조카들이 그렇게 오래 차를 안 타보니까 엄청 보채더래. 그리고 부모님은 처음부터 밥 먹을 생각은 없으셨는데, 내가 여기까지 오시는데.. 며느리 손 빌려서라도 밥 차려드리고 싶어서 말 안 했어."
아무 말을 안 했다.
모름지기 싸우고 나면 우리가 싸운 이유는 뭔지, 그때 감정은 어땠는지 구구절절 얘기를 해야
묵은 감정마저 씻기지 않겠는가?
"알았어. 나도 미안해."
"냉면 먹고 K네 가자. 낚시한 걸로 오늘 회 떠준대."
"어.. 그럼 나 먹고 더 잘게. 지금은 소주병 색만 봐도 토나와"
하지만 나 역시도 심플하게 사과를 받았다.
싸운 이유를 덮고, K가 먼저 사과했으니 나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하겠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더는 이러고 싶지 않단 마음?
남들 결혼하고 다~ 한 번은 겪고 넘어간단 시댁문제를 거치는데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도 되는지
상의 없이 친구를 집에 들이는 걸 보고도 그냥 아무 말 안 해도 되는지
냉면을 먹으면서도 또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그냥 냉면만 먹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K랑 대화를 하고 같이 외출도 했다.
한 번은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지?라고 여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