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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Oct 24. 2021

사람을 다스리는 묘수는?

노자와 한신 이야기





치인사천, 막약색

治人事天, 莫若嗇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데 

아껴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노자 59장)


아파트 화단에 핀 나리 한송이가 아름답지만 애잔하다. 참으로 활짝 피었다. 하지만 꽃이 크기에 작은 꽃들보다 더 빨리 시들 것이다.  곧 꽃잎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면 서글플 것이다. 한껏 멋지게 꽃피기도 하지만 언젠가 사그라져 버리는게 자연의 모습이다. 세상에서 변하지 있을까. 


유명한 한나라 최고의 무신 한신은 서초패왕이라 불리던 항우를 쓰러트린 장본인이다. 그는 밥도 빌어먹던 '과하지욕'의 상거지에서 어떻게 최고의 대장군이 되었을까? 활짝 핀 꽃처럼 어떻게 자신의 기량을 최고로 펼쳐보일 수 있었을까? 물론 꽃처럼 오래지 않아 사그라져 버렸지만. 


한신은 원래는 초나라 회음 사람이다. 그는 가난하고 장사할 능력도 없어서 늘 남을 따라다니며 밥을 얻어 먹는 신세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빨래하던 아낙네가 굶주린 불쌍한 한신을 보고 밥을 주자 보답을 약속하며 수일을 그렇게 얻어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신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과하지욕”이다. 동네 백정이 한신을 우습게 보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라 하자, 한신은 진짜로 몸을 구부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고 하는 일화에서 생긴 것이다. 그는 많이 가난했지만 그는 참아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자신은 언젠가 활짝 핀 꽃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인내한 것이다. 


그 이후 처음에 한신은 항우 밑으로 들어가 낭중이 되어 항우에게 여러 계책을 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초나라를 빠져나와 한나라로 간다. 이적인 셈이다. 하지만 한나라에 와서도 한신은 곡식창고 관리하는 역할만 주어지고 억울하게 형벌만 받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한신은 좌절해서 달아나는데, 인물을 보는 안목이 탁월한 소하가 한신을 뒤쫓아가 그를 다시 데려온다. 그렇게 급하게 소하가 한신을 뒤 쫓은 이유를 한왕이 의아해 묻자, 소하는 천하를 제패하려면 한신 없이는 않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최고로 대우해서 임명하라고 간한다. 한왕 유방은 시킨대로 예우하고 그의 전술에 귀 기울여 주고 귀한 음식과 옷을 나누며 한껏 아껴준다.  


한신은 말한다. "항우가 장수를 부리는 능력은 최고이지만 부리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어야 할 때는 인장이 깨질 때까지 만지작 거릴 정도로 인색하다. 하지만 항우와 달리 부하를 믿고, 공이 있는 신하에게 자애롭게 한다면 천하를 제패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주고 인애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소하인 것이다.  


아무튼 한왕은 한신을 믿고 그의 계책에 따라 한중지역을 나와 진격하였다. 그리고 한신의 활약으로 삼진을 평정하고 드디어 넓은 제나라만 손에 넣으면 초나라를 궁지에 몰아 넣어 천하를 제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초나라는 용저라는 장군을 보내 제나라로 보내 제나라를 지키게 하지만, 용저는 한신을 우습게 보고 결국 한신에게 패하고 만다. 이에 의기양양해진 한신은 한왕에서 자신을 제나라의 임시 가왕으로 삼아달라 요구하자, 한왕은 솔직히 괘씸해하며 화를 냈지만, 장량의 조언에 따라, 아닌척 한신을  더 높은 제나라 왕으로 더욱 대우해 준다.  


이에 위급해진 초나라에서는 무섭이라는 신하를 보내 한신을 설득한다. 한신은 한왕와 항왕 사이에 저울추 같은 존재로 천하를 셋으로 나눠어 왕이 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신은 그러지 못한다. 한왕은 자신에게 "대장군 인수도 주고, 군사 수만명을 주고, 자기 옷을 벗어 주고, 자기 먹을 것을 주고, 생각을 말하면 들어주고 계책을 올리면 써 주었다" 말하며 그가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었는데' 배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신의 책사인 괴통도 "삼분지계"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솥의 발처럼 서있게 하라고 한신에게 조언하나, 한신은 한왕이 자신을 정성껏 대접해 주었는데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한신은 오로지 한왕이 자신을 ‘아껴주었다’는 것만 생각한 채, 자신의 커져버린 힘과 삼분지계의 중심축이 된 자신과 변화된 상황에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신은 유방을 떠나지 않았고 유방은 천하를 제패한다. 


하지만 그의 커진 힘 때문에 유방을 위협할 수 있다고 느낀 여태후와 소하는 덫을 놓아 너구리를 잡듯 한신을 산채로 잡아 도성에 가둔 다음 그를 죽인다. 그제서야 한신은 한탄한다. 그제서야 자기가 토끼를 잡고나자 잡아먹히게 된 사냥개였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을 진짜로 '아껴준다'고 믿었는데, 그는 소하, 장량에 의해 '연출된 아낌'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껏 커진 꽃 송이의 다음은 무엇일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생각지 못 했던 것일까.    


이렇게 안타까운 한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자의 구절이 “치인사천 막약색”이다. 사람을 다스리고 천하의 일을 하는데, 아끼는 것 만한 것은 없다라는 것이다. 이로 한왕 유방은 한신을 '아끼어' 그를 다스릴 수 있었고, 결국 천하의 일을 이루어 낸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만물은 변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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