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수 Oct 24. 2021

의로운 죽음은 하늘의 뜻인가?

노자와 백이숙제와 안연 이야기


서산 마애삼존불 

           




천도무친 상여선인

天道無親 常如善人     


"하늘의 도는 친함이 없지만 늘 좋은 사람과 함께 한다."

(노자 79장) 








공자는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원한을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원망하는 마음이 거의 없었다.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는데 또 무엇을 원망하였겠는가?” 라고 했다. 그러나 <사기> 백이열전에 담긴 사마천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이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러 지은 노래에 그들의 원망하는 마음이 담긴 것 아니냐 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백이숙제의 시는 아래와 같다.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캤네.

폭력으로 폭력을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모르는구나. 

신농, 우, 하나라 때는 홀연히 사라졌으니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아아 이제는 죽음뿐,

운명도 다했구나.

마침내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김원중 사마천 <사기 열전> 1 p. 75-77)


백이와 숙제이라는 인물은, 은나라 때 탕 임금이 봉한 제후국 군주의 두 아들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아우인 숙제에게 왕위를 잇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숙제는 왕위를 형에게 양보하려 했다. 그러자 형 백이는 아버지의 명령이라면서 달아나버렸고, 숙제도 달아나버렸다. 참으로 욕심 없는 의로운 행동이다. 아무튼 그래서 부득이하게 중간의 아들이 왕으로 세워졌다. 이 때 백이와 숙제는 서백 창(훗날 주나라 문왕)이 노인을 잘 모신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 몸을 의탁하려 했다. 그런데 그들이 주나라에 이르렀을 때 서백 창은 죽었고, 그의 아들 무왕(주나라 무왕)은 나무로 만든 아버지 위패를 수레에 싣고 부패한 은나라 주왕(은나라 마지막 왕으로 포악하고 잔인하여 하나라 걸왕과 폭군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왕)을 치려 했다. 이에 백이와 숙제는 말고삐를 붙잡고 주 무왕에게 간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도 치르지 않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효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신하 신분으로 군주를 죽이는 것을 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라고 하자 무왕 옆에 있던 신하들이 무기로 백이와 숙제를 베려 하자, 태공(제나라 시조 여상)이 말했다. “이들은 의로운 사람이다.” 이에 그들을 일으켜서 가게 했다. 그 뒤 무왕이 은나라의 어지러움을 평정하자 천하는 주나라를 종주로 삼았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주나라 곡식도 먹지 않고,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 먹다 굶주려서 죽을 지경에 이르러 이 노래를 지었다. 


나는 사마천의 의문에 완전 공감한다. 과연 백이과 숙제가 원망하는 마음 없이 죽음을 택한 것인가? 분명 그들의 노래에는 나는 슬픔이 느껴진다. 그리고 사마천은 노자의 도덕경 중 한 구절을 언급 한다 “천도무친, 상여선이” 이라.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공자의 말처럼 인을 쌓고 행실이 깨끗한 사람들이 맞다면 굶어 죽어야 했나? 그들이 하늘의 도와 함께 한 것은 맞나? 하늘의 도가 없는 것인가? 라고 사마천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 중에 안연을 언급한다. 공자는 안연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인정한 제자다. 그래서 공자는 안연을 노나라 제후에게 추천도 했으나 안연은 결국 거친 음식조차도 얻어 먹지 못해 젊은 나이에 굶어 죽었다. 의롭게 굶어 죽는데 그것이 하늘의 도인가? 반대로 한평생 부귀영화가 이어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한걸음도 가려서 딛는데 재앙을 만나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사마천이 표현한 당혹스러움에 나도 공감이 간다.  


사마천은 말한다. 백이나 숙제, 안연 모두 공자의 칭찬에 의해 재조명되고 명성을 얻은 인물인 것이라고. 또 그러면 때에 따라 숨어 덕행을 닦는 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것인가라고 자조하면서 백이열전이 마무리 된다. 


노자의 말처럼 하늘의 도가 있고, 하늘의 도는 좋은 사람과 함께 한다. 이 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럼 이것을 명제로 하고, 백이 숙제의 행동과 선택이 과연 정말로 의로운 선택이였을까? 쓸어져가는 은나라를 위해 신하로서 다른 도리는 없었나? 산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혼란한 세상을 한탄하고 원망하다 슬프게도 생명을 잃는 것이 의로운 것인가? 이것이 하늘의 도인가? 또, 공자의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좋지만, 어떤 믿음이 자기 생명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컸을까? 누군가 사마천에게 백이와 안연의 의로운 죽음이 하늘의 도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도 아니요 라고 답할 것 같다.   

이전 07화 부귀와 교만의 끝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