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수 Oct 24. 2021

우정을 나누는 방법은?

노자와 장이 진여 이야기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부자생

고능장생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이 너르고 오래간다.

하늘과 땅이 능이 너르고 오래 가는 것은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로 능히 오래 사는 것이다. "


(노자 7장)


우리는 안다.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음식과 옷이 돈이 있어도, 그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으면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바쁘다. 사람을 사귈 시간도 적다. 아니 없는 것도 같다.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바빠서 누군가와 진심어린 우정을 나눌 여유도 없다. 주로 일로 만나는 사이, 취미와 육아 등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나는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 그리고 가족이다. 학교 때 친구들은 이미 멀어진 지 오래다. 이제는 어떻게 우정을 나누며 살아야 하는가. 

  

사마천의 <사기>에서 장이진여 열전을 읽었다. 


장이와 진여 모두 대량 사람으로 유가 학술을 좋아했으며 장이가 어질다고 이름이 높자, 진여는 장이를 아버지처럼 섬겼으며 깊은 교분으로 나누었다 한다. 그러다 이들이 유명해지자 분서갱유까지 하던 진나라에서는 이들을 현상금을 걸고 잡으려고 했다. 이때 장이와 진여는 몰래 성문 문지기를 하며 숨어 지냈는데, 그 때 한 벼슬아치가 진여를 무자비하게 매질하자 분한 진여가 대들려 했다. 그러자 장이는 진여의 다리를 몰래 밟으며 훗날을 위해 참도록 했다. 


그리고 진나라 하에서 폭정에 시달린 지방 제후들이 하나 둘씩 들고 일어날 때, 장이와 진여는 조나라의 신하가 되었고, 진나라 군사와 대치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조나라는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장이는 거록성에 포위되었다. 이 때 장이는 성 밖에 대치하던 진여에게 좀 와서 구해달라고 여러차레 서신을 보내 요청을 했지만, 진여는 자신마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자 장이가 실망감을 크게 표시하였고 마지못해 진여는 자신의 군사 5000명을 내주었지만 역시나 전멸했다. 절사절명의 이때에 주변 연, 제, 초나라가 조나라의 위급함에 도와주러 왔던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전세가 바뀌어 진나라 포위에서 장이가 풀려나자마자 장이는 진여에 대한 서운함에 크게 그를 책망하자, 진여는 도리어 장이에게 화를 내며 자기의 직을 내놓고 홧김에 나가버렸다. 이런 진여의 행동에 장이는 더 심한 배신감을 느껴 그의 사직을 수락해버리고 진여는 떠나버린다. 이렇게 이들은 목숨을 함께할 정도로 교분을 나누었던 아버지와 아들 같은 깊은 사이에서 원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장이가 유방으로부터 조나라 통치를 위임받자, 소외된 진여는 여러 세력과 모의를 해서 다시 장이의 조나라를 공격한다. 그리고 장이를 극도로 미워하고 그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지만 결국 한나라 한신과 장이에게 죽임을 당한다. 


사마천은  장이와 진여를 두고 “권세와 이익으로 사귄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평했다.

 <한서>에서 반고도 또한 “권세와 이익에 따른 사귐을 옛사람이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아마도 이들의 경우 일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노자의 “천장지구한 것은 이기부자생”하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연상되었다.  

하늘과 땅이 너르고 오래가는 것은, 천지가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는 말이다.

진여도 자신만 살려고 하는 대신 아버지 같은 장이를 위해 구할 방법을 찾고, 최선을 다해 싸워줬어야 했다.

하지만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살려고 궁리했기에 그들의 명예도 권세도, 좋던 관계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혼란한 시대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힘든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누군가와 진정한 우정을 나누고자 한다면 '부자생, 소이능장차구자' 라는 구절을 상기해보자. 혹시나 그와의 관계에서 내가 '나만 살려고' 말하고 행동한 것은 없는지 말이다.  




이전 08화 의로운 죽음은 하늘의 뜻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