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호두과자 원조 광덕산에서
망경산과 설화산까지

충청도의 산 29

by 장순영

아산시의 남동쪽을 차령산맥이 지나면서

광덕산을 비롯하여 망경산, 봉수산, 태화산과 설화산 등

높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바로

그 산지를 횡단하는 중이다



천안삼거리, 독립기념관, 유관순 열사 사적지가 있으며 호두과자와 병천순대의 먹거리로도 유명한 충청남도 제1의 도시 천안에 광덕산이 있고 친구가 있다. 아직 이른 아침, 천안역에서 내리자 천안에 사는 친구 성수가 마중 나와 있다

.

“산에 오려고 덤으로 친구를 만나는구먼.”

“친구가 여기 있으니까 이곳 산을 찾은 거지.”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를 경계로 하는 광덕산廣德山은 예로부터 산이 크고 넉넉하여 덕이 있는 산이라 하였으며 나라에 전란이 일어나거나 불길한 일이 생기면 산이 운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깨끗하고 맑은 계곡과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로 지역주민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천안의 진산이라 하겠다. 천안역에서 30분여 거리의 광덕사에 닿을 때까지 충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는 도시답게 거리에는 많은 인파가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가까운 길이 고된 곳이 산이다


도심과 달리 한적한 외곽의 광덕사 일주문을 지나 신록 우거진 계곡을 따라 오른다.


“이 길로 가자.”


두 갈림길에서 광덕산을 오르는 최단코스인 왼쪽 1코스를 택하였다. 가까운 길이 고된 곳이 산이다. 역시 가파른 경사로의 길게 놓인 계단에 번호가 매겨있는데 다 올라서니 568이란 숫자가 적혀있다. 568계단을 올라 헬기장을 지나면서도 가파른 돌길이 이어진다.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광덕산 정상(해발 699.3m)에 올랐다.

8년여 만에 다시 와본 광덕산이다. 천안에 사는 외사촌과 함께 원점회귀 산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 와본 광덕산이 인근의 다른 산들과 이어진다는 걸 알고 염두에 두었다가 다시 찾은 게 8년 만이다. 천안시 관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천안시 동남구 동면 광덕리에도 같은 이름의 산(해발 245m)이 있다. 부처님의 덕을 널리 베푼다는 불교 성향의 명칭인지라 여러 곳에서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듯하다.

광덕산 아래 광덕면은 전국 호두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호두 산지인데 1290년 고려 충렬왕 때 영밀공 유청신이 원나라로부터 호두의 열매와 묘목을 처음 들여온 곳이라 전해진다. 결국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은 광덕산으로부터 그 명성이 쌓이기 시작했다는 게 틀리지 않은 말일 것이다.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이 만만치 않아.”


인근의 나지막한 산들을 내려다보며 성수가 가야 할 방향을 짚어준다. 망경산 4.3km, 설화산 8.7km라고 표시된 이정표를 보고 성수를 따라 걷는다.

계단을 내려가 능선을 향하다가 멱시 마을로 빠지는 삼거리를 지날 즈음 산객들이 늘어났다. 주말에 날씨도 좋아 더욱 많은 이들이 올라올 것 같다. 수북한 돌탑을 지나 장군바위라는 곳에 이른다. 광덕산 정상에서 1.2km에 이른 지점이다. 허약한 젊은이가 산속을 헤매다 허기와 갈증으로 사경에 이르다가 큰 바위 밑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고 몸이 장군처럼 우람하게 변했다는 전설의 바위란다.


“역시 덕이 많은 산이군.”

69. 장군바위 밑으로 떨어지던 약수는 말라버렸나 보다.jpg 장군바위 밑으로 떨어지던 약수는 말라버렸나 보다


물에도 덕이 넘치고 영양까지 넘쳐 허약한 사내를 변모시켰다는 그 물은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다음 표식이 있는 망경산 삼거리까지는 평탄한 산책로다. 물오른 봄기운을 만끽하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산길을 걸어 넓은 헬기장에 도달하여 망경산 정상석(해발 600.9m)을 만지게 된다.


“비박 터로 잘 알려진 곳이야.”


많은 사람이 산정에서 비박을 한다고 한다. 태화산과 광덕산의 사이에 있는 망경산望京山은 이들 산과 설화산까지 연속으로 산지를 형성하며 천안시와 아산시의 남서쪽 행정경계에 위치한다. 보통 망경산은 태화산에서 이어지는 명막골의 넙치 고개(넋티 고개)를 산행 시점으로 잡는데 설화산을 이어 거리를 늘려 잡아 조망 산행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나라에 상을 당하면 한양을 향해 망배望拜나 망곡望哭을 했던 곳이어서 이러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광덕산의 전설에서 나라에 불길한 일이 있을 때 산이 우는 것은 아마도 여기 망경산에서의 울음소리였나 보다.



인적 없는 외진 길의 신록을 음미하며


도고온천, 아산온천, 온양온천이 있어 온천 도시로도 잘 알려진 아산시는 서해안 종합개발 등 일련의 국가개발이 시행되면서 새로운 공업단지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서북부에 아산만이 내륙 깊숙이 만입해 있고 아산호와 삽교호가 조성되어 있다.

아산시에서 세운 자연석 앞에서 아산, 천안시 일대와 그 뒤로 평택과 오산시를 내려다보니 하얗게 치장한 아카시아 숲도 눈에 들어온다.

가파르게 올라왔다가 다시 가파르게 내려선다. 만복골 갈림길로 내려와 망경산 삼거리까지 총 1.2km를 되돌아가서 5.7km 떨어진 설화산으로 방향을 튼다. 삼거리에서 설화산으로 가는 길은 활엽수림이 많은 평범한 숲길이다.

아산시의 남동쪽을 차령산맥이 지나면서 광덕산을 비롯하여 망경산, 봉수산, 태화산과 설화산 등 높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바로 그 산지를 횡단하는 중이다.

70. 능선에서 둘러보니 꽤나 광범위한 산세이다.jpg 능선에서 둘러보니 꽤나 광범위한 산세이다


임도가 나오고 벌목 지대도 통과하며 전혀 인적 없는 외진 길의 신록을 친구와 단둘이 음미할 뿐이다. 무념무상, 전망 바위가 있는 397m 봉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아무 데나 시선을 던져놓으니 아무것도 생각으로 남는 게 없다.

등산로로서 특별한 개성이 있지 않아 편안한 산행인데도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정상과 가까워지면서 이정표에 산 아래쪽으로 맹씨행단孟氏杏壇이 있음을 알려준다. 선비가 학문을 닦는 곳을 횡단이라 하는데 맹씨행단은 아산시 배방읍 중리에 있는 고려시대 건축물이다. 조선 전기의 청백리 정승으로 유명한 고불 맹사성이 심은 600여 년 된 은행나무와 고택으로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민가라고 한다.

원래 고려 후기에 최영 장군이 지은 집인데 손주 사위인 맹사성이 이어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대한민국 사적 9호로 지정되었다. 맹사성의 어머니가 설화산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맹사성을 낳았다니 소화불량에 걸릴 수도 있는 태몽이다. 맹사성뿐 아니라 산 아래 외암마을에는 조선 후기의 학자 이간 선생을 비롯해 많은 학자를 배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맹씨행단이 있는 우측 아래로 내려섰다가 약간의 오르막을 치고 올라 애기봉에 이르렀다가 안부 사거리에서 다소 길게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설화산雪華山 정상 바위 봉우리(해발 441m)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아산시 송악면에 위치하여 이른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덮인 눈이 장관을 이룬다고 해서 설화산이라고 부른다.

“봉우리가 붓끝처럼 솟아있어 문필봉이라고도 부르지.”

봉우리의 기세가 매우 독특해 문필가 등 많은 인물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이곳 정상에서도 조망에 막힘이 없다. 지나온 망경산과 광덕산이 마주 서 있고 예산 봉수산이 그 뒤의 오서산과 함께 시야에 잡힌다. 서해대교와 예당평야도 보이고 북쪽으로 온양온천과 현충사까지 가늠하게 된다.

정상석 옆의 평상에 앉아 아산시 일대를 내려다보니 야트막한 산들이 둘러친 마을은 공부에 전념하기에도, 무예를 익히기에도 좋은 여건을 갖춘 것처럼 여겨진다. 설화산 안내판에 7 정승 8 장군의 7승 8장 지지의 명당이 있다고 적혔으니 안 그렇겠는가 말이다.


“너희 조상님도 7 정승이나 8 장군 중에 속하셨겠지?”

“그건 모르지만, 역적으로 몰리진 않으셨지.”


평탄한 하산로를 내려와 초원아파트에 이르면서 천안시에서 아산시까지, 광덕산에서 설화산에 이르는 등산로에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때 / 봄

곳 / 광덕사 - 568계단 - 광덕산 - 장군바위 - 망경산 삼거리 - 망경산 - 망경산 삼거리 - 397m 봉 - 애기봉 - 설화산 - 초원아파트





https://www.youtube.com/watch?v=jr9Pj1EIT0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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