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한 사람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제법 많은 상품을 사들여 크게 장사를 하려고 마음먹었기에 돈도 충분히 준비했다.
장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살 물건을 찾으려니 수중에 지닌 많은 돈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상인은 마을 어귀에 땅을 파고 돈을 모두 묻었다.
간편하게 살 물건을 고른 상인이 다시 돈을 찾으려고 땅을 팠는데 묻었던 돈이 몽땅 없어진 게 아닌가. 누군가 돈을 묻는 걸 보고 가져간 게 틀림없었다.
난감해진 상인은 주변의 집들을 살펴보았다. 돈 묻은 자리가 잘 보이는 집들을 수소문해보니 그중 한 집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 집의 문틈이 크게 벌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내다보았을 때 바로 돈 묻은 자리가 제대로 보인다는 걸 알게 됐다.
- 저 노인이 수상해.
그 집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노인이 돈을 가져간 게 틀림없어 보였다. 상인은 큰 보따리에 작은 돌멩이를 가득 넣어 노인을 찾아갔다.
“어르신께서는 저보다 오래 사셨으니 제게 조언을 해주십시오. 물건을 사러 이곳에 왔다가 어딘가에 약간의 돈을 묻어두었습니다. 이건 그 돈에 비할 수도 없을 만큼의 큰돈이라 땅에 묻어두고 보관하기가 겁이 나서요.”
상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누군가에게 맡기고자 하니 믿을만한 사람을 소개해 주십시오.”
노인은 상인의 말을 듣고 팔을 저으며 대답했다.
“이 마을엔 그렇게 신뢰할만한 사람이 있지 않소. 나 같으면 처음 돈을 묻은 곳에 그 돈도 같이 묻어두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오.”
상인은 크게 고마워하며 인사를 했다.
“예! 역시 그게 좋겠군요. 그럼 오늘 밤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노인은 상인이 떠나자 주변을 살피고는 처음 돈을 꺼내갔던 웅덩이로 갔다. 밤이 되자 상인은 그 자리에서 잃어버렸던 돈을 되찾았고, 그 직후에 노인은 그 자리에서 돌멩이 뭉치를 발견했다.
유대인들은 위기에 처할수록 침착하게 타개책을 찾는다고 한다. 흥분은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든다. 경솔하면 돈도 잃고 본연의 지위도 잃고 명예마저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