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단문
어머님 전상서!
계절의 상흔이라 여김이 너무나 처량한 흐름인 것 같습니다.
천상天上의 안식처로 떠나신 지 십 수년
많은 세월 곁에서 보듬어 주시고 또 거듭된 시간 내내 기도로 지켜주신 모성에 감사드린다는 표현마저 그저 송구스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왜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고 나면 어머니가 떠오르는 건가요. 어머니가 늘 즐겨 들으셨던 둘째 아들의 18번, 한세일의 '모정의 세월'을 지금 부른다면 구성지게, 아주 감성 넘치도록 잘 부를 것 같습니다.
오늘 모처럼 어머니가 밥상 챙겨주셨던 아들 같은 친구, 병소랑 노천이랑 새해 첫자리를 같이 했답니다. 병소도 저처럼 몇 해전 고아가 되었고 노천이는 지극한 효성으로 매번 어머님 뵙는 걸 큰 기쁨으로 삼으니 우린 같은 기쁨으로 어머니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들이 진정한 효자인지라 모정의 세월을 부르고 싶고 어머니가 떠오른 것이었나 봅니다.
어머님의 무한한 내리사랑에 비하면 그 폭이 너무나 가늘고 그 두께가 너무나 엷어 울컥 솟구치는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에 대해서는 은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외유내강의 모정을 길이길이 지니시며 끊임없이 헤아려주신 심애深愛에 늘 고개가 숙여집니다.
자식을 위해 시간의 흐름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던 고통을 아기 잠재워 그 후의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아기 얼굴 모습으로 인내하심에 소자, 거듭해서 어머님의 아들 됨을 뜨겁게 느낍니다.
촛농이 하염없이 흐를 정도로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듯 쓰린 아픔과 솟구치는 눈물을 감내하시고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모성으로 이어오신 세월이 한낱 지난날로 메마르게 굳어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님을 등에 업고 천리 눈길을 달려도 힘들지 않을 만큼 뼈마디 굵어진 소자는 어머님 손길 닿은 곳곳마다, 어머님의 바람이 영글었던 추상追想마다 고귀하게 간직하며 소중하게 기리고자 합니다.
소자,
쌓이고 또 쌓여 너무도 높은 곳까지 닿은 모정의 긴 세월, 그 세월에 찬란하기 그지없는 은혜의 색 절대 바래지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기리며 일곱 개의 영원한 별이 되려 합니다.
소자.
그땐 숙인 고개 들어 올려 하늘 향해 어머님과 얼굴 마주 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늘 그랬듯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