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상가 소묘

한림 단문

by 장순영

니미럴, 하늘에서 살다 하늘로 간 게 무에 그리 대수겠노.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져 죽을 거면 진즉부터 정이나 떼놓던지...

그렇게 찍소리 못하고 숨 끊을 건데 애들 등록금은 왜 걱정하고 지랄이여.

나뭇가지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나 당부했건마는...

계집년 머리카락처럼 치렁치렁 늘어지는 게 여름철 나뭇가지거늘

그게 무어 걸리적거린다고 낫 들고 톱 들고 베어내려 올라간 건지.

KakaoTalk_20220117_131617095_11 (2).jpg


망자의 아내는 문상객 겨우 서너 명이 앉아있는 영안실에서 고등학생쯤 보이는 아들과 중학생 정도 된 딸 앞에서 어제 죽은 남편을 원망했다. 그런데 귀 기울여 듣다 보니 그녀의 말은 원망이 아니라 망자가 가여워서 토해내는 신음이었다.

사다리 차를 몰며 이삿짐을 수송하던 남편이 사다리차에 올라가 진입로의 나뭇가지를 제거하려다 땅바닥에 떨어져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KakaoTalk_20220117_131617095_12 (2).jpg


그렇게 허공에서 공중제비하다 떨어져 머리통 깨질 거면 아침이나 지대로 먹고 나가던지.

니미럴, 그만들 처울어. 하늘이 좋아 네들 버리고 떠난 아비여. 지붕 오르는 거, 창틀 매달리는 거 버겁다고 세상 등진 비겁한 아비여. 그만들 처울란말여, 그만들...

자녀들한테 울지 말라고 다그치던 그녀는 남편의 영정 앞에 따라놓은 술을 단숨에 마시더니 그예 복받치는 눈물을 소복으로 받아낸다.

KakaoTalk_20220117_132124822_27 (2).jpg

서러버도 이리 드럽게 서러 분 일이 다시 또 생기겠노. 염병할, 고생만 하다가... 불쌍해서 어쩌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개 걷혀 드러난 산봉우리에  서있는 예수와 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