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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May 21. 2022

겉과 속이 거울처럼 투명한 세상

춘추시대에서 익히다 19_  양두구육羊頭狗肉

춘추시대 때 제齊나라 영공은 궁중 여인들이 남장 차림으로 오가는 것을 좋게 보았다. 군주의 특이한 취향이 백성들에게 알려지자 제나라 여인들은 온통 남자 복장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여자인데 남자 옷을 입으면 그 옷을 찢어버리고 허리띠를 잘라 버리겠다.”


여인들의 옷차림이 묘한 유행으로 번지자 영공은 황급히 남장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한 번 번지기 시작한 패션 열풍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공은 명성이 자자한 사상가 안자를 만나 남장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었다. 


“군주께서는 궁궐 안에서는 여인들의 남장을 허락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문에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궁 안에서는 남장을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하게 하였더니 한 달이 지날 무렵 제나라에는 남장하는 여인이 사라졌다.

이 이야기가 기록된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는 ‘우수마육牛首馬肉’(원어는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으로 표현하였는데 이후 원문의 소머리는 양머리로, 말고기는 개고기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그 의미는 달라질 게 없다. 

예로부터 양고기는 비싸고 좋은 고기로 여겼고 개고기는 싸고 질이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렇게 바뀐 듯하다. 

훌륭해 보이지만 속은 변변치 못하거나, 그럴싸한 물건을 전시해 놓고 실제로는 형편없는 물건을 파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명분은 그럴 듯 하나 알고 보면 실속 없이 치졸한 것을 이르는 표리부동이나 명불부실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명실상부符, 명불허전傳이 그 반대되는 숙어로 사용된다. 


 

지금 세상에 그랬다가는 인터넷에 바로 뜨는 등 그걸로 장사를 접어야 하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일 상자를 열면 잘 보이는 위의 것은 색깔도 좋고 싱싱한데 아래에 놓인 과일은 시들하거나 익지도 않은 게 태반인 경우를 접하곤 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공자 뺨치듯 하면서 하는 행동을 보면 양아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을 보기도 한다.

책 한 권 분량인 약관을 정해 놓고 보험금 청구를 하면 약관을 들먹이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회사의 영업방식 또한 양두구육의 범주에서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보이는 것과 손에 잡히는 것이 똑같은 세상이라야 자유경쟁을 모토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A-QZN8ZKrA




출처: https://hanlimwon.tistory.com/entry/초여름-강-홍천강을-내려보며-걷는-팔봉산 [등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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