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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 마라톤 12번째, 이제 졸업합니다.

마라톤 이야기

by 임태홍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오늘은 뚝섬 한강공원에서 마라톤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계를 보니 6시 15분, 바깥 온도는 -2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따뜻합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모자에 장갑, 그리고 두꺼운 셔츠에 따뜻한 조끼까지 껴입고 그 위에 코트를 뒤집어쓰고 집을 나섭니다.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닌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우중충합니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오니 음산한 분위기가 전형적인 겨울날씨입니다.


전철을 타고 7호선 자양역에 내리니 시계는 8시 20분을 가리킵니다. 9시에 마라톤을 시작하니 40분 남았습니다. 바깥이 추우니 참가자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역 안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거나 번호표를 달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배낭을 메고 왔으니 빨리 물품보관소로 가야겠습니다.


역 바깥으로 나가 계단을 내려가니 멀리 화장실이 보입니다. 그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화장실로 가야겠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이곳에서 마라톤을 했는데, 출발 직전에 소변 때문에 화장실까지 뛰어온 적이 있습니다. 출발 지점에서 이곳까지는 200미터 이상되는 먼 거리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겨울에는 땀 배출이 많지 않아 달리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곤혹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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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뒤로하고 수변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고 그 옆에 밝은 해가 떠 있습니다. 여기저기 비닐 우의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보입니다. 햇빛이 보이니 춥지는 않으나 하늘이 뿌옇고 음산합니다. 작년 겨울 마라톤 대회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몹시 추웠는데, 오늘은 그때 보다 날씨가 좋습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적당히 추운 날씨가 오히려 달리기에 좋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해봅니다. 차가운 공기지만 견딜만하니, 마스크를 주머니 안에 넣습니다. 물품보관소를 찾아보니 수변광장 오른쪽 귀퉁이에 있습니다. 거기에서 비닐봉지를 받아 탈의실로 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작년에 처음 이곳에서 마라톤을 시작할 때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몇 명이나 왔을까?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는데 어떤 사람들일까? 나이 든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은 혹시 운동선수들일까? 등등. 궁금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금년 한 해 10번 이상 이런 마라톤 대회를 쫓아다니다 보니 이제 그런 호기심이 다 사라졌습니다. 마라톤 대회는 많으면 1만 명이 넘고 보통은 4, 5천 명 정도이고 작은 규모는 1, 2천 명 정도입니다. 마라톤 대회에 외국인들이 참가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서양인들이나 흑인들은 눈에 잘 띄는데 보통 10명 이상은 보입니다. 그런데 눈에 잘 띄지 않은 동양인이나 기타 다른 인종의 참가자들도 꽤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이 요즘 많아지다 보니 그들도 마라톤행사에 자주 참석을 합니다.


또 마라톤 참가자들은 20, 30대가 많지만 60대 이상의 참가자들도 꽤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떤 사람들이 마라톤에 참가할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보통 사람들입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간혹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 혹은 학교나 지역에서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참가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취미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그들과 함께 달리다 이제는 마라톤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5km 코스를 마지막으로 뜁니다. 다음부터는 10km에 도전합니다.

출발선 부근으로 갔습니다. 작년에는 바람이 너무 불어 천막도 없고, 무대도 없었는데 오늘은 싸늘하지만 바람 한점 없어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햇빛을 받아 찬공기도 많이 데워졌습니다. 무대에서는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움츠러든 몸을 펴고 체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합니다.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어렸을 때 듣던 송골매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마라톤 출발선에서 몸을 풀면서 들으니 흥겹기도 하고 힘이 솟습니다. 들리는 가사는 좀 생뚱맞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데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몸풀기에 딱 좋습니다.


하프팀이 출발하고 이어서 10km 달리는 사람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뛰어나갑니다. 출발선 옆 강변의 공기는 더 따뜻합니다. 5km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회자가 격려의 인사말을 합니다. 5km 마라톤은 입문 코스이기도 하지만, '마라톤의 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요. 화려하다는 점에서 마라톤의 꽃은 맞습니다. 아이들도 많고 여성들도 많고 가족끼리 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제일입니다. 그러나 마라톤의 꽃이라면 역시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풀코스겠지요. 어쨌거나 저는 이 5km를 매달 한 번씩 1년을 달렸으니 오늘로 작별인사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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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음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 12. 5km 마라톤 12번째, 이제 졸업합니다.


임태홍의 5km 마라톤 이야기 - 달리며 생각하며

< 5km 제1부 시작편 >

0.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1. 태어나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 생애 두 번째, 5km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3. 새해 첫날, 세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4. 네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5. 5km 마라톤 다섯 번째로 뜁니다
6. 5km 마라톤, 여섯 번째 참가기

< 5km 제2부 졸업편 >

7. 5km 마라톤, 7번째 뜁니다
8. 8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 온에어런 서울마라톤
9. 5km 마라톤 9번째-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어울림마라톤
10.10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올림픽공원의 가을
11. 5km 마라톤 11번째, 가을날 안양천 사랑밭 기부런
12. 5km 마라톤 12번째, 이제 졸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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