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날 국회 앞 광장 1 - '자유'

by 임태홍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오늘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한민국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하는 날입니다. 지난주는 탄핵 투표에 참석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많아 표결이 성립되지 못했습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고 다시 복귀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등골이 오싹합니다. 마치 공포 스릴러, 서스펜스 드라마를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날씨는 영하까지 떨어져 몸도 마음도 얼어붙어 새가슴이 되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국회의사당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다시 또 한 번 돌기 위해서 국회 앞쪽 대로로 나왔는데 포기해야겠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샛강 아래에서는 대형 버스가 계속 들어옵니다. 지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국회 앞 대로로 몰려나오고 있습니다. 10차선의 국회대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아고라'가 되었습니다. '아고라'는 집결지라는 뜻입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시민들은 아고라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습니다. 오늘은 이 10차선의 넓은 대로가 그런 아고라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함께 모여 독재자를 규탄하고 그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국회의원들을 응원합니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을 보내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그는 유독 '자유'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상적인 대통령입니다.


물론 그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계엄령을 선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한 시간쯤 뒤에 발표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보면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자유' 금지 조항이 대거 들어가 있습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태업·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모든 정치활동을 금하고, 언론과 출판은 군인들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집회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위반하면 계엄법으로 처단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주거의 자유, 사생활 비밀의 자유, 통신 비밀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그리고 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정해놨습니다.(제2장) 그리고 이러한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37조)에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유가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으로 순식간에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가 말한 '자유'와 '민주주의'는 자기 혼자만의 자유이고 민주주의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독재, 군주제, 또는 왕권통치라고 합니다. 사회가 계엄 체제로 바뀌면, 삼권분립의 민주적 원칙은 무시되고, 입법, 사법, 행정의 결정권이 모두 한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지만 그것은 사람을 속이는 말일뿐이고, 목적은 독재를 하는 것입니다. 그는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이미 손바닥에 '왕'자를 써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그것으로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설마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왕정을 꿈꿨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계획이었습니다.


북한 김정은의 인민 민주주의나 윤석열의 자유 민주주의는 사실상 왕정 통치를 교묘하게 위장한 가짜, 사이비 민주주의입니다. 윤대통령의 걸음걸이가 왜 김정은과 비슷할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임금이었고, 절대 권력자였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이상해서 저는 달밤에 마당에 나가, 혼자서 그처럼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손을 흔들고 이리저리 걸어봤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허세가 가득 찬 깡패, 조폭의 걸음걸이고 나쁘게 말하면 동네 양아치들의 몸짓입니다.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조선시대 왕들도 이렇게 걷는다면 신하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그런 마음으로 통치를 해왔고 앞으로 더욱 거침없이 그렇게 다스려나갈 것이라는 각오이자 지침이 이번에 선포한 그의 계엄령입니다.


왼쪽 사진은 오늘 오전 국회대로에 사람이 많지 않을 때 찍은 것입니다. 화물 연대 본부 깃발이 보이고 빨간 풍선을 든 사람들이 줄지어 오고 있습니다. 화물 연대본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등과 관련하여 2022년에 파업을 한 적이 있으나 정부에서 협상을 거부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여 파업 철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당시 일체의 대화는 거부하고 강경대응만 쏟아냈습니다.(주 1) 머릿속에 철권통치의 그림만 있었으니 불쌍한 국민들이 보였겠습니까?


멀리에는 또 조국 혁신당의 깃발이 많이 보입니다. 조국 대표 가족에 대한 검찰의 끈질긴 조사가 생각납니다. 검찰 정권은 대통령 가족은 그렇게 감싸고돌더니 자기 반대자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악랄했습니다. 이런 행태가 정권에 등 돌린 사람들을 갈수록 늘렸습니다. 오늘 이곳 광장에는 이 정권 들어서면서 탄압받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날이기도 합니다.


길을 가다 보니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노란 깃발을 펄럭이며 다가옵니다. 깃발에는 한양대의료원지부라고 쓰여있습니다. 의사들도, 의과대 학생들도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맘고생이 많았습니다. 의료계도 벼르고 별렀습니다. 특히 이번 계엄령에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즉각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길 경우 처단한다고 하였으니 의료인들은 이번 계엄 사태로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행진하는 사람들 입가에 행복한 미소와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이 자유는 12월 3일 계엄령의 밤에 국회에 모인 많은 시민들과 국회의사당의 국회의원, 그리고 국회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자유입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국회의사당을 군인들과 윤석열에게 뺏길 뻔했습니다. 그랬으면 오늘의 자유도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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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계엄령을 발표하면서 초안에는 야간 통행금지까지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윤대통령이 국민들이 불편해할까 봐 그것은 빼자고 했답니다. 참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미쳤다고 해야 할지, 2025년의 대한민국에 통행금지라니 상상이 안 갑니다. 시골이나 지방 소도시는 저녁 9시쯤 되면 사람들 움직임도 없고 조용하니 통행금지가 시행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수도 서울은 24시간 돌아가도 시간이 부족할 판국에 그것이 가능할까요? 자정 넘어 지방에서 올라오는 차량도 많고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도 많고 자영업자들은 밤낮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통행금지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관련 뉴스에 댓글들이 재미있습니다.(주 2)

"미니 스커트도 길이 재고 남자 두발도 통제하지 왜?"

"와 자영업자들 죽을라고 하는 걸, 뛰어가서 칼 꽂으려고 한 거야?"

"자영업자 문제가 아니라, 자유 자체를 침해하는 거임"

"쿠팡 놀라 쓰러질 소리"




점차 늘어나는 군중 속을 헤쳐나가다 보니 10대, 20대 청소년, 특히 어린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많다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았습니다. 웬일이지? 웬일일까? 길을 걷다가 거리에 뿌려져 있는 <민들레>라는 신문을 봤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창간 2주년 특별판입니다. 첫 페이지에 <오늘은 심판의 날>라는 글이 있습니다.


"오늘(14일)은 친위 쿠데타 내란 수괴에 대한 단죄와 응징의 날이다. 삶이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유린됐던 대한민국,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느냐 뒷걸음질 치느냐를 넘어서 과연 살아남느냐 마느냐의 절대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만들어 내느냐가 오늘의 국회 결정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런 글도 실렸습니다.


"촛불은 처음에는 40대 50대가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다. 60대, 70대 이상은 이들과 함께 든든한 보조부대였다. 그러다가 30대가 등장했지만 20대의 합류는 여전히 미세했다. 이제 10대는 물론이고 20대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촛불부대의 구성이 이로서 완료되었다. 탄핵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일구는 동력이 확고하게 구비된 것이다. 이는 그저 된 것이 아니다. 지난 2년 반이상 길거리 투쟁을 꾸준히 해온 촛불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K-Pop이 장착된 주권혁명>라는 글입니다.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가 쓴 것입니다. 김민웅 대표는 이번 계엄 당시 체포자 명단에 들어 있던 사람입니다. 저는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 뉴스를 외면하고 정치 기사를 멀리했습니다. 명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고 문화 대국으로 칭송받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의 품위가 우리나라 위상과는 너무도 격이 안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윤석열 탄핵 시위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자(2024년 12월 14일) <한겨레> 신문에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빛' 민주주의를 위해 꺼내 들다>라는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많은 응원봉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가 보입니다. "'내 최애(가장 사랑하는 멤버)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는 이들의 손팻말에는 사랑과 의지가 가득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분명한 것은 자유가 박탈된 세상은 아닙니다. 계엄상태가 지속되면 가장 피해받는 것은 정치활동 그다음이 문화활동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들이 슬금슬금 다시 나와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했는데 블랙리스트가 또 만들어지겠지요.



독재체제에서 한류는 지속 가능할까요? K-pop과 드라마, 영화 등 한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에 군부통치가 종식되고 창작과 예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가요계(K-pop)에서 <서태지와 아이들>(1992), 드라마에서 <모래시계>(1995), 영화계에서 <쉬리>(1999)가 등장하면서 화려한 한류가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다시 군인들에 의한 통치가 시작되면 당연히 검열과 억압에 의해서 한류는 시들어갈 것입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후진 독재국가에서 나온 문화 상품에 외국인들은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젊은 여성들이 한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것은 본능적으로 한류의 앞날에 큰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계엄령을 통한 독재정치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에 그것이 별일이 아니었다고 사건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자기들 목숨을 내놔야 하니까 죽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유'란 무엇일까요? 아래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외국인이 찍은 의병들 사진입니다.



캐나다 출신 영국인 기자 메켄지(Frederick Arthur MacKenzie)는 1907년경 경기도 양평의 어느 마을을 지나가다가 위와 같은 의병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일본군과 싸우다 후퇴한 의병들이었는데 외국인 기자 앞에서 이렇게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메켄지가 보기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일본군에 비하면 형편없었고, 조직도 엉성하고, 훈련도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로 살기보다는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죽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주 3)


의병들은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총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살았던 당시는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몰랐고 오늘날 우리들이 말하는 '자유'에 대해서도 몰랐습니다. 그들의 자유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목숨을 걸었습니다. 결국 그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36년간의 통치를 받았으며 자유는 박탈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짧은 평화 뒤에 6.25 전쟁이 있었습니다. 공산주의로 무장한 북한군의 침략으로 일부 지역은 또 자유를 박탈당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은 군부독재 시절. 우리는 또 자유를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지난한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서 우리는 자유를 다시 찾았습니다.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생명과 바꾼 자유입니다. 이렇게 되찾은 자유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 범위에 있어서도 이제 차원이 다른 것이 되었습니다.


한류를 통해서 전 세계 문화계를 호령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자유'란 이미 대한민국의 존립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유'는 정치적, 문화적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그리고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따위가, 5년짜리 대통령 따위가, 아니면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사이비 군인들 몇 명이 군대를 동원하여 총칼로 빼앗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감히 그것을 시도한 자들과 옹호한 자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처벌을 기다립니다.



주 1) 박태우 등, 화물연대, 고통의 파업 철회…“정부 폭력적 탄압, 일터 파괴”, <한겨레>, 2022.12.10.

주 2) "전 국민 야간 통행금지" 진짜 계획했었다...김용현, 윤 대통령에게 보고, https://www.youtube.com/watch?v=mplonM6Z6Wo, <YTN>, 2024. 12. 16.

주 3) '정미 의병 전쟁-맥켄지가 기록한 의병' https://contents.history.go.kr/front/hm/view.do?levelId=hm_121_0090, <국사편찬위원회 사료로 본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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