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어딘가 바쁘게 가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손바닥만한 아기고양이. 태어난 지 한 달? 많아야 두 달쯤 되어 보이는 아주 쪼그만 고양이입니다. "안녕? 어디가?" 아는 척을 해봅니다.
보통 야생의 고양이라면 부리나케 도망갈 텐데. 이 고양이는 멀리 도망가지 않고 바로 옆 관목 숲 아래로 숨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다가가 동영상을 찍습니다.
처음 볼 때는 너무 작아서 귀엽게만 보였는데, 가까이서 얼굴을 보니 벌써부터 아기가 고생한 티가 납니다. 얼굴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눈병에 걸렸었는지 눈 주위 피부들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눈알에도 뭔가 끼어 있습니다.
영상을 찍고 있는데 저에게 다가옵니다. 혹시 집사를 찾고 있을까? 조그맣고 귀엽고 또 불쌍하기도 해서 키워보고 싶지만 한번 인연을 맺으면 그것도 짐이 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고양이 수명이 15년은 된다고 하는데 더더구나 제가 직접 키울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15년이면 제 나이가 80이 넘으니 제가 살아 있더라도 제 몸 간수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붙잡아서 작은 딸에게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러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냥 모른 척해야겠습니다.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안쓰럽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많아야 2달 정도 살았을 텐데 그동안의 고생이 얼굴에 쓰여 있습니다. 무엇을 먹고살았을까? 하루하루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고양이는 자연에서 상위포식자라고 하지만 새끼 고양이에게는 만만치 않은 것이 야생의 생활입니다. 담비나 족제비, 들개도 무섭고 하늘을 나는 매나, 부엉이, 올빼미도 무섭습니다. 같은 종족인 큰 고양이들의 괴롭힘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옵니다. 쓰다듬어 보려고 손을 내밉니다. 특별히 겁을 먹지는 않습니다. 발을 건드려봅니다. 그러지 마라고 앞발로 할퀴는 시늉을 하며 위협을 합니다. 야생 고양이가 발톱을 꺼내서 할퀴면 자칫 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아기 고양이는 아직 그런 악의는 없습니다. 고양이가 더 다가오니 목을 쓰다듬고 머리를 만져줍니다. "고생이 많았다. 아가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것을 보면 누가 버린 고양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본 새끼 고양이들은 사람을 매우 무서워하며 끝까지 피합니다. 눈을 쳐다보는 것조차도 꺼려합니다. 달아날 때는 결코 찾지 못하게 멀리 달아나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이 고양이는 그렇지 않아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주더니 가까이 다가오면서 꼬리가 더욱 높이 섰습니다. 이것은 고양이 언어로 행복감과 친근감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안녕?"이라는 인사의 말이라고도 합니다. 아니면 호기심을 나타낸 것이라든지 친근한 사람에게 밥을 달라고 조를 때도 그런 동작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봉투를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봉투 안에는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그 봉투로 다가가 그 안을 살펴보고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안녕!" 하며 헤어졌습니다. "만나서 즐거웠다. 뜨거운 여름날 부디 좋은 먹잇감 찾기를 바라고,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거라." 야생 고양이는 길어야 5년 정도 산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최고의 기쁨과 최고의 사랑, 그리고 최고의 행복감을 경험해보기를 응원합니다. 아닙니다. 잔잔한 기쁨과 잔잔한 사랑, 그리고 잔잔한 행복감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