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꿀로 간단히 만들어 먹는 고추장

by 임태홍

숟가락으로 벌꿀을 퍼 먹다가 갑자기 고추장으로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당뇨가 걱정이 되어서 아침마다 혈당을 체크하는데 꿀도 당뇨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숟가락으로 꿀을 먹다 보면 순식간에 많은 분량을 먹게 됩니다. 고추장으로 만들어 먹으면 반찬으로 먹으니 많이 먹을 위험이 없어지지요.


남은 꿀 분량은 종이컵 3개 정도입니다. 종이컵 2개 분량의 고춧가루, 그리고 그만큼의 메주가루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식수와 소금, 찹쌀가루도 준비했습니다. 조금 큰 그릇에 꿀을 쏟아붓고, 소금을 2 숟가락 정도 넣었습니다. 물을 두 컵 정도 붓고 고춧가루, 메주가루, 찹쌀가루를 한꺼번에 넣고 저어줍니다. 젔다 보니 물이 너무 많아 흥건합니다. 전에 만들어 먹을 때는 흥건한 채로 그냥 먹었는데 그러면 사실 고추장이 아니라, 고추 장국입니다. 이번에는 메주가루와 찹쌀가루를 더 넣어 끈적끈적하게, 즉 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무 주걱으로 힘껏 저어줍니다. 맛을 보니 좀 싱거워 소금을 더 넣어 조금 짜게 했습니다. 다 만들고 나니 그럴듯한 맛의 고추장이 되었습니다. (고추장을 만들다 보면 항상 각 재료의 비율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료 저런 자료를 찾아보는데 대개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시각 그리고 미각입니다. 고추장 같이 생겼는지 고추장 맛이 나는지, 내 입맛에 맞는지 이 기준으로 재료 배합을 하면 됩니다. 그것이 우리 한식의 매력이고 장점이지 않을까요?)


만들어놓고 보니 색깔이 빨갛지 않아 된장처럼 보입니다. 메주가루를 추가로 많이 넣어서 이렇습니다. 하지만 맛은 고추장입니다.


혹시 하얀 골마지가 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온에 일주일 넘게 두었는데도 변함이 없습니다. 한여름이고, 실내 온도가 25도를 넘는 날씨인데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메주가루가 잘 발효되고 있는지 조금 부풀어 올랐습니다.


작은 병 하나 정도 분량으로 만드니 시간도 적게 들고 마치 밥 먹기 전에 간단히 요리해 먹는 느낌입니다. 고추장 담그기라고 하면, 초겨울에 커다란 항아리를 준비해서 담그는 연례행사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만 있으면 아무때나 10여 분 만에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춰서 그리고 자기 건강에 맞춰서 말입니다.


재료도 환경에 맞춰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합니다. 찹쌀가루가 없으면 평소 먹는 밥으로 해도 되고, 메주가루가 없으면 된장을 이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단맛나는 재료는 꿀이 아니어도, 조청이나 과일청 혹은 설탕으로 담근 효소도 좋습니다. 설탕을 직접 넣어도 되고 아니면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들어 먹어도 찹쌀가루 등에서 기본적인 단맛이 우러나옵니다.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 상온에서도 고추장을 보관할 수 있으니 최고입니다. 그러고 보니 고추장은 원래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았습니다. 자연환경에 그대로 놔두고 먹는 자연식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효가 되어서 맛이 조금씩 달라지고, 점점 더 오묘해지면서 깊은 맛이 나는 살아 있는 음식입니다. 그 맛을 음미하며 한끼 밥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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