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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Nov 22. 2023

4월 29일, 옥수수 파종과 감자밭 관리

2023년 농부학교 경작일지

오늘은 봄비가 내렸습니다.     

요즘은 왜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리지? 하는 생각이 들어 농부학교 수업시간에 받은 절기 도돌이표(뫼비우스 띠)를 찾아보았습니다. 


"곡우, 4월 16일-30일, 곡식이 잘 되라는 비가 내린다."     


4월 20일이 곡우였습니다. 지금은 곡우 시즌이니 비가 자주 내리는 때입니다. 제가 평생 동안 이러한 곡우 시즌을 60번 넘게 경험을 해왔지만 '봄비'라는 노래만 알았지, 이 비가 농부에게 곡식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이렇게 중요한 비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봄비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그리고 농사가 처음 시작된 10,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에도 내렸을 거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그리고 1000년 뒤에도 이런 봄비가 그치고 나면 여름 기운이 시작되는 입하가 될 것이니 정말 신기합니다.     


오늘은 수업시간에 보슬비가 내려서 분위기도 있고, 실습 수업하기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오늘 경작 실습 담당 선생님은 이종준 선생님과 이호선생님입니다. 먼저 옥수수 파종하는 법을 배우고 다음에 감자 싹 순 치기와 북주기 등 감자밭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1. 옥수수 파종     


"옥수수는 30cm-60cm 간격으로 2줄 이상으로 식재하는 것이 좋다."     


2줄 이상이 좋다는 것은 옥수수가 '수분'을 서로 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저는 모종을 만들어 20개 정도 이미 밭에 한 줄로 심었는데 한 줄 더 만들어 심어야겠습니다. 수분(受粉)이라는 말이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보니, '꽃가루가 식물에 옮겨 수정을 거쳐 유성생식에 이르는 과정', 즉  '꽃가루받이'랍니다. 옥수수는 꽃가루 받이를 너무 잘하므로 다른 종자의 옥수수는 거리를 많이 띄워서 심어야 한다는 사실은 옥수수 종자를 스스로 관리할 때 잘 기억해야겠습니다.     


옥수수 종자를 다룰 때 매우 중요한 사항을 오늘 배웠습니다.     

그것은 씨앗을 둘러싼 코팅 막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불그스레하게 혹은 누리끼리한 보라색 색깔로 어쩐지 이상한 코팅제가 사람 건강에 나쁘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손으로 만지고 밥 먹는 식탁에 놓아두고 무신경했습니다. 


오늘 옥수수 수업을 안 들었으면 금년 옥수수 농사는 미니 옥수수를 구경만 할 뻔했습니다. 옥수수도 순 치기(순 지르기)가 중요하고 옥수수 열매는 1개 혹은 2개만 남기고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들판의 옥수수가 저절로 하나의 옥수수 열매만 맺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못 보는 사이에 옥수수 주인들이 부지런히 옥수수 열매들을 따내 버린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토마토 곁가지 순치기도 중요하다는 점을 잘 기억해야겠습니다. 본가지 아래에서 자라나는 곁가지가 본 가지보다 더 튼실하게 잘 자란다는 사실은 참 재미있습니다. 저는 장남인데, 우리 집안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형이나 언니보다는 동생들이 더 잘나고 똑똑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습 담당이신 이종준 선생님이 질문을 하라고 하셨을 때 "그렇게 곁가지가 잘 났으면 본 가지를 제거하고 곁가지를 키우는 것이 좋지 않는가요?" 하고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깜박 놓쳤습니다.      


옥수수 파종할 때, 호미 뒷부분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옥수수 알의 3배 깊이로 3cm 정도 눌러서 구멍을 만들고 거기에 옥수수 씨앗을 2개-3개 넣어서 심는 것은  실습을 한번 해봤기 때문에 절대로 잊어먹을 일은 없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사항은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옥수수는 물을 끓여놓고 딴다.(수확할 때가 가장 맛있으니)"     

"옥수수수염은 옥수수 낱알마다 하나씩 난다."      



2. 감자 밭 관리     


오늘 실습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밭으로 달려갔습니다.     

지난번, 2주 전쯤 수업 때 뿌려 놓은  상추가 궁금하고 감자 싹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상추는 벌써 조그맣게 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씨앗을 흩어 버린 곳은 잡초와 구별이 잘 되지 않았는데, 줄뿌림 한 곳은 분명히 구분이 되었습니다. 줄뿌림의 장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잡초 새싹이 아주 조그마할 때부터 낫으로 문질러 죽여야 한다는 점을 선생님은 강조를 하셨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지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쪼그만 잡초들이 언제나 그렇게 쪼그만 할 줄 알고 무관심하다가 한 여름에 곡괭이를 들고 파내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많습니다. 한여름에 10 뿌리 정도 캐내다 보면 한나절이 다 지나갑니다. 햇빛 경쟁에서 (온실에서 자란 우리 편) 작물이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관리를 해주는 것이 힘을 아끼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겠습니다.     


감자는 심은 지 1달이 넘은 것 같은데, 이제 겨우 2cm-5cm 정도의 싹이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지하 10cm 깊이로 심었으니 실지 키는 많이 자란 것입니다. 손으로 제일 잘 큰 줄기 1, 2개만 누르고 나머지는 뿌리째 뽑아내는 방법은 직접 보거나 해보지 않으면 정말 알 수 없는 기술입니다. 오늘 그것을 직접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두둑의 비어있는 쪽, 즉 감자를 심지 않은 반대쪽 두둑을 낫으로 잡초들과 함께 긁어 올려서 감자 싹들 주변으로 흙을 북돋아 주는 것도  1석 3조의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흘러내린 흙을 다시 올려주는 일이고 또 하나는 잡풀을 제거하는 일이며 나머지 하나는 감자 싹을 북주기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자를 심어 놓은 뒤 두둑에서 이런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모르고 제가 만든 밭에서 감자를 심은 곳 반대편 두둑 비탈에 키가 작게 자라는 콩을 심었습니다. 지금 와서 콩을 다시 파낼 수도 없고 고민입니다. 어떻게 되나 상황을 봐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한 토요일 집에 있으면 나태해져서 혹은 술 생각에 헛되이 보냈을 시간인데 중요한 지혜와 기술을 많이 많이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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