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다원적 기능>

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by 임태홍

5월 25일, 오늘 저녁에는 <논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이론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사는 논살림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영선 선생님이었습니다.


왜 논이 소중한가? 선생님은 벼 생산 외에도 수자원과 환경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며, 식량안보와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된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점은 많은 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논이 만들어주고, 빗물을 모아둠으로써 여러 가지 좋은 기능을 논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텃밭 안에 조그맣게라도 논이 있다면 여러 가지 전통적인 문화를 체험하고 보존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논농사의 부산물로 나오는 볏짚은 메주를 만들거나 떡, 혹은 음식을 하는데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사람들이 벼농사를 많이 할 때는 볏짚이 매우 흔하여, 소여물로 사용하기도 하고, 닭들이 알을 품을 때 닭장에 넣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알을 낳으면 달걀 꾸러미를 볏짚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주변에서 보기 힘든 게 바로 이 볏짚입니다. 벼는 1년에 1m 이상 자라고 또 풍성히 자라니 조그만 논이라도 잘 관리하면 생활에 필요한 볏짚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관리하는 밭 중간에 긴 도랑이 있는데 이 도랑을 2m x 30m 정도로 넓혀서 논을 만들어 보려고 구상 중입니다. 요즘은 비가 오면 한꺼번에 순식간에 내리고 마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런 비를 모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비가 그치고 바짝 말라가는 밭 중간에 이런 물을 가득 모아 둔 논이 있다면 밭 전체에 수분기를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밭은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벌레도 많고 가끔은 개구리도 보입니다. 개구리가 주변 개울에서 벌레들을 쫓아 밭으로 올라오는 것 같은데 와서 쉴 곳이 없습니다. 만약에 둠벙(웅덩이)이라도 있으며 그곳에서 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요. 논 주변에 수상 식물도 심고, 논 안에는 다슬기나 작은 물고기라도 기르면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 가서 놀던 그때의 추억과 같은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수많은 논이 있어 그 논들이 장마철에 홍수를 방지하고 수분기를 보존하여 산을 더 윤택하게 하였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새삼 주변의 논들이 자꾸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봅니다. 전체 국토의 7%가 논이었고 그 논들이 장마철에는 인공댐의 역할을 하였으며 평소에는 습지로서 수자원을 보존하는 역할도 하였다니 , 제 어렸을 때의 이야기지만,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논에 들어가면 반드시 거머리에 물려 피를 빨리는 것이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거머리도 없다니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요즘은 시골에서 논을 밭으로 만들어 그곳에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것이 대세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농사를 계속 지으려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세상이 알게 모르게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수업은 그렇게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회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랭이 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신기하게 들었습니다. 그 규모가 커서 놀랐고, 또 그 기능이 단지 산비탈에 빗물을 가두어 벼농사가 가능하도록 돕는데 그치지 않고 산 자체의 물기를 보호하여 높은 곳에서 샘물이 나오도록 돕는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저는 '다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써레질'이라는 말도 몰라서 수업시간에 찾아봤습니다. 논에 물을 댄 후에 흙덩어리를 부수어주고 논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이 써레질이라고 합니다. 논을 만들 때는 이 써레질을 열심히 해야 바닥에 가는 흙이 쌓여 물 빠짐을 막아 준다고 합니다. 아니면 진흙으로 논 바닥을 발라두면 물 빠짐을 막을 수 있다니 주변에 있는 진흙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논은 또 토양 침식을 예방하며 수질 정화의 기능도 있고, 대기 정화, 유기물 분해 기능도 있다고 하니 주변에 논이 있음을 감사히 여겨야겠습니다. 논 아래는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살고 공기와 닿는 윗부분에는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살아 유기물 분해기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여러 종의 많은 미생물이 뒤엉켜 사니 아무래도 분해를 잘하겠지요. 기후 순화기능도 있어 논이 있는 곳은 도심지보다 온도가 3도 이상 낮다고 하니 텃밭 중간에 논이 있으면 무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줄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깨끗한 물을 좋아하지만 식물은 유기물이 혼합된 다소 더러운 물을 좋아한다고 하니 논은 사람이 버린 물도 잘 정화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재나 비눗물 등을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흘려내려 보내는 물을 논에 잘 가두어 두면 벼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물 정화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입니다. 또 밭에서 사용하고 남은 여러 가지 거름기가 빗물에 흘려내려 갈 때 논에 가두어 두면 벼는 필요한 영양분을 거기에서 얻고 물은 거름기가 빠지고 정화될 수 있으니 밭 옆에 논을 만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소중한 논의 기능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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