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바람들이 농장 견학

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by 임태홍

5월 25일,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단체로 안철환 선생님이 가꾼 안산 바람들이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도시농부학교 수업시간에 들었던 먹거리 숲의 모습을 실지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먹거리 숲은 영어로 Forest Garden(숲 정원, 숲 밭), Food Forest(먹거리 숲) 등으로 표기됩니다. 외국에서 만든 먹거리 숲은 밭에 나무를 많이 심어, 밀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시 그렇게 가꾸셨을까 궁금했는데, 방문하고 그런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위치는 안산의 부곡동 산림욕장 들어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이 살았던 생가 청문당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후에 안정복, 강세황, 김홍도 등 조선시대 유명인들이 드나들었던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 집을 지나 좁고 작은 굴다리를 빠져나간 뒤, 산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 계곡에 바람들이 농장이 보입니다.


이 농장은 수리산의 서쪽으로 내려가는 끝자락 계곡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서향입니다. 동쪽으로는 수리산을 바라보고 북쪽과 남쪽으로 수리산의 작은 줄기들이 감싸고 있고 서쪽이 트여 있습니다. 오후에는 트인 서쪽에서 햇빛이 밝게 들어오는 곳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바람들이 농장이라고 쓰인 정자가 있고 주변으로 높은 나무들이 보입니다. 입구 주변의 큰 나무들은 10m 이상되는 것 같고, 정자 뒤에 북쪽으로는 30m는 됨직한 참나무가 높이 솟아 있어 웅장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키가 작은 나무들이 몇 그루 보이고 대부분의 땅은 통나무로 구분된 밭으로 되어 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먹거리 숲이었습니다.

농장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안철환 선생님이 직접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곳도 당연하지만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유기물 퇴비를 모으는데 오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것이 여러 포대의 톱밥이었습니다. 이 톱밥을 사람 똥과 섞거나 음식물이나 채소, 과일 남은 것과 섞어 보관하여 발효시키는데 톱밥이 더 많게 하여 1:1.5 정도의 비율로 섞는다고 합니다. 질소질 퇴비보다는 톱밥을 발효시킨다는 개념으로 톱밥을 많이 넣고 잘 버무린 뒤 붉은 고무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 발효를 시킵니다. 발효통은 밑에도 옆에도 자그마한 구멍을 여러 개 뚫어놓아 공기가 드나들도록 해줍니다. 호기성 발효를 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저는 붉은 고무통이 삭을까 봐 햇빛에 내놓는 것을 꺼려했는데 선생님은 그런 점은 개의치 않고 입구 한쪽에 마치 장독대처럼 발효통을 늘어놓고 발효를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퇴비 만드는데 진심이시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퇴비 장독대 뒤쪽에는 생태 화장실이 있었는데 화장실 구멍(일 보는 곳) 아래에 타원형의 붉은 통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붉은 통에 똥과 오줌을 싸고 톱밥을 뿌려놓으면, 바깥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꺼내 발효통에 담습니다. 그때 사용하는 발효통의 아래에는 침전된 오줌과 똥물이 흘러나오게 구멍이 뚫려있고 그곳으로 호스가 나와 페트병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수거한 액비는 오줌 액비보다 효력이 강력하다고 합니다.


텃밭의 가운데 쪽에도 퇴비장이 있었는데 그곳은 풀을 산더미같이 쌓아 두고 있었습니다. 이 퇴비장은 지붕이 없고 개방되어 있습니다. 그 안는 오직 탄소질의 퇴비만 있기 때문에 쥐나 벌레들이 들끓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람들이 농장의 퇴비 만들기에는 톱밥이라는 탄소질 퇴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톱밥은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나무 전지를 한 뒤 잘라낸 가지를 말리고 작두기로 잘게 썰어서 톱밥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른풀을 이용해도 됩니다. 50만 원 정도 하는 농사용 파쇄기를 구입하면 나뭇가지로 퇴비 만드는데 좋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바람들이 농장의 먹거리 숲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무수히 많은 식용 잡초들입니다. 산채(산나물)라고 불리는 이 풀들은 어수리, 냉이, 방충나물, 참나물, 산마늘, 전호, 둥굴레, 부지깽이, 곰취, 참취, 눈개승마, 전호 등 매우 많습니다. 50종류 가깝게 자란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산채를 모으셨는지 감탄이 나왔습니다. 먹거리 숲은 이러한 산나물을 잘 모아서 그늘과 양달에 잘 배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산야초는 씨 받기가 어렵고 특히 발아가 어렵다고 합니다. 주변에 나는 것을 잘 떠와서 심고, 가능하면 한 종류를 많이 심어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아마도 그래야 따먹는데 부담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두 그루만 있다면 너무 아까워서 손을 못 댈 거니까요. 3월 중순경부터 5월까지는 이러한 풀, 즉 산채를 먹고 5월 중순부터 농사를 지어 상추 등 야채를 먹습니다.


고추 직파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저는 고추 직파를 시도하다 대부분 실패를 하였는데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요령은 음력 3월 초순에 직파를 하는데 먼저 두 번 정도 풀을 매 주고, 씨앗을 뿌린 뒤 그 자리를 표시를 해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추 싹이 나오면 잘 솎어주면 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단작(하나의 작물만 집중하여 심는 것)은 위험하며 한 종자만 심는 것도 위험하다고 합니다. 고추를 심으면 여러 종자를 잘 관리하여 같이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환경이 심하게 변해도 살아남는 종자는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풀 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풀은 생장점이 줄기와 뿌리의 경계선에 있답니다. 그러므로 줄기가 나온 지점의 땅속 1cm쯤에서 잘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삽괭이로 흙의 안쪽을 쳐내듯이 풀의 생장점을 쳐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뿌리를 뽑는 것보다는 생장점만 잘라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남은 뿌리는 땅속에서 썩어서 숨구멍, 물구멍이 되니 더 좋다고 합니다. 풀 관리는 때가 중요한데 씨앗이 맺히기 전에 잘라주는 것이 좋고 음력 9월 초에 밀 씨를 뿌려 잡초를 억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통밀을 심어서 수확을 하여 통밀밥을 해 먹을 때, 껍질을 안 벗기고 그대로 밥을 하면 맛있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 볼 만합니다.) 다른 곳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겨울에 추워지기 전에 풀 멀칭을 해두고 비가 내려 그것이 얼면 봄까지 땅을 보호하고 풀을 억제하는데 좋다고 합니다. 겨울철의 얼음 멀칭입니다.


진짜 농부는 씨 받는 농부, 거름 만드는 농부랍니다. 토종 종자가 없어져버린 식물도 꾸준히 노력하면 복원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잡종이라도 유전자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특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토종씨앗 받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고 하니 그 재미를 맛보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밀농사가 주농사인 서양의 농사는 휴경이 중요한데 동양은 휴경이 없답니다. 벼농사를 하기 때문이지요. 월동농사와 다년생 농사가 우리나라 농사의 기본입니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을 많이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채식은 자연산 독초를 먹는 것입니다. 도토리를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2 나라뿐인데 포르투갈과 우리나라라고 합니다. 해산물도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먹습니다. 생선 외에 미역, 김, 다시마, 톳, 파래 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많이 먹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빙하기가 짧아 이러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바람들이 농장은 규모가 있는 비닐하우스가 1동이 있는데 육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모종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데 모종 키우는 전용 하우스입니다. 모종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양도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저는 고구마 모종을 키우다 못 키우고 사서 심었는데, 하우스 안에는 고구마 모종이 한 상자 가득 자라고 있었습니다. 땅을 안 갈고 농사를 짓는 무경운 농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과도하게 땅을 갈면 오히려 땅이 굳어진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밑거름도 위에서 뿌려주는데, 네기로 흙과 조금씩 섞어주는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먹거리 숲을 가꾼 어떤 부부는 잡초도 뽑지 않고 농기구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곳 바람들이 농장은 그 정도는 아니고 텃밭과 숲이 공존하는 먹거리 숲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힘들었지만 이것저것 정말로 많이 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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