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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Dec 17. 2023

6월 3일, 퇴비 만들기와 텃밭 관리

2023년 농부학교 경작일지

6월 3일, 오늘은 아침 일찍 실습장에 가는데 날씨가 무척 맑습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무척 덥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낮에는 기온이 30도 가까웠습니다. 3일 있으면 망종이고 하지가 2주 앞으로 다가왔으니 더운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아직 6월 초인데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입니다.     

오늘 실습은 1. 유기농 퇴비 만들기, 2. 공동밭의 감자 관리,  3. 포도 농장에 가서 포도 알솎기 그리고 4. 텃밭 관리를 하였습니다.  2의 감자 관리와 3의 포도 알 솎기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고 여기서는  1의 퇴비 만들기와 4의 텃밭 관리를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1. 유기농 퇴비 만들기     


퇴비장에서 실습 선생님과 함께 2주쯤 전에 묻은 퇴비를 확인했습니다. 그때 먹다 남은 고기, 밥, 반찬, 음식물, 과일 껍질, 왕겨 등 이것저것 많이 넣었는데 그 쓰레기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집에서도 퇴비를 만들고 있는데 집에서는 이상하게 그렇게 잘 썩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실습장에서는 비닐을 덮었고, 이미 발효되어 있었던 퇴비와 잘 섞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닐 덕분에 더 뜨거운 열이 보존되었고 활동이 왕성해진 발효균이 적당히 추가되어 더 활발하게 발효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습장 퇴비는 왕겨를 두껍게 쌓아서 적당한 압력이 있었고 물을 많이 뿌려주었는데 그 수분이 밑으로 스며들어 습기가 적당하였던 이유도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시골집에서 붉은 고무통에 퇴비를 넣어두었는데 나중에 돌아가서 실습장의 퇴비 상태와 비교해 보니 제 것은 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탄소질이 너무 없어서 일부는 썩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마른풀과 나뭇가지를 모아서 탄소질을 보충하고 벽돌을 두 개 얹어 놓았습니다.     


몇 개월을 기다릴 셈이었는데 잘 관리하면 1개월 정도면 충분히 발효된 퇴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기구멍을 더 많이 뚫어주고 고무통을 하나 더 준비해서 자주 뒤집어 주어야겠습니다. 바닥에 있는 습기가 배출되지 않아 안에서 퇴비가 썩고 있으니 바닥에도 구멍을 많이 뚫어야겠습니다.     



2. 텃밭관리


오늘 아침 8시 실습장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관리하는 3평 텃밭으로 달려갔습니다. 2주 만에 보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시들 거리던 대파가 싱싱하게 머리를 쳐들고 서있습니다. 금방 죽을 것 같았는데 신기합니다. 


토종상추를 살펴보았습니다. 씨를 받기 위해서 남긴 1그루를 빼고 두 그루가 모두 자라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있습니다. 2주 전에 잎을 4개 정도 남기고 땄는데 너무 많이 따버린 모양입니다. 이들 상추가 자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파리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 상태로 변함이 없으니 걱정입니다. 이파리를 따지 않은 상추는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모종으로 받은 상추들은 치커리도 함께 그렇게 모두 잘 자라고 있습니다. 

    

상추와 관련하여 오늘은 좋은 기술을 배웠습니다. 텃밭관리를 도와주시는 선생님과 상추 따기 전문가 수준의 동기들로부터 배운 상추 따는 기술입니다. 저는 상추를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어서 상추 따는 것을 잘 못합니다. 이파리를 잡고 위로 뜯어내니 상추가 다 잘리지도 않고 뿌리가 흔들리고, 뜯어낸 상추 모양도 이쁘지 않습니다. 그렇게 뜯어 버리니 상추가 자라는데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상추를 딸 때는 상추의 맨 밑 한 장의 줄기 부분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면서 옆으로 비틀어 따야 한다고 합니다. 즉 이파리를 잡고 옆으로 살짝 비트는데 눈을 두는 시점은 상추와 줄기가 이어진 부분이고 그곳을 잘 보고 중심점을 삼아 살그머니 돌려줍니다. 그러면 상추 잎이 자연스럽게 잘 떨어집니다. 상추가 잘 자라고 있고 또 옆에 전문가들이 항상 있으니 금년에 상추 따는 기술은 정말로 완벽하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추는 모두가 잘 자라고 있었는데 원래 모종이 부실했던 고추 2개는 역시 자라는 모양이 부실했습니다. 키가 다른 고추의 1/2 정도밖에 자라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 계속 그렇게 발육이 부진할까 걱정입니다. 가지도 꽃을 피우고 잘 크고 있었습니다. 가지 꽃을 따주어야 되는지 어쩐지 잘 몰라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데 사람마다 답이 다릅니다. 딱 정답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대로 두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토마토는 곁순이 여러 개가 나와서 본 줄기와 곁순이 구분이 안되고 서로 엉켜 있어서 풀어주고 관리하는데 가장 시간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실습 선생님이 토마토 곁순제거에 대해서 다시 상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그 설명을 듣고 곁순을 모두 제거하여 실타래같이 얽힌 토마토 줄기정리를 완벽하게 해 두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디에서 곁순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어떤 밭의 토마토는 제 밭에 심은 토마토 보다 크기가 2배 이상이 되어서 놀랐습니다. 그 밭의 주인에게 "거름 언제 또 주었어요?"라고 물으니 추가 거름 외에 별도로 준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밭은 밑거름 외에는 추비를 주지 않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비가 와서 밭에 나가지 못해서 이론수업만 하고 귀가를 하여 추비, 즉 웃거름을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거름을 주고 안 주고 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다니 꼭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토마토 키도 그렇고 줄기도 제 토마토는 웃거름을 준 밭의 토마토보다 1/2 정도 작습니다. 그래서 불이 나게 창고로 뛰어가 복합비료 한 바가지와 커피 찌꺼기 2 바가지를 섞어 텃밭에 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오줌 액비를 물에 섞어 몇 차례 뿌려주었습니다. 


다행히 풀 멀칭을 철저하게 해 두어 잡초는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혹시 비료를 너무 과하게 주지 않았는지, 추비를 줄 때 뿌리 쪽에 너무 가깝게 뿌리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또 그 뒤로 아직까지 비가 오지 않아 걱정입니다. 이래저래 걱정이지만 그래도 행복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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