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12월 20일, 전통농업연구소가 주최하는 겨울농사 학교 여섯 번째 강의는 <토종 과일나무의 복원>입니다. 강사는 장영란 선생님입니다. 무주 토종연구회 회장이시기도 합니다. 수업자료로 받은 파일 제목은 '과일나무와 함께 하는 먹거리 숲'이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과일나무를 심고 그 아래에 먹을거리가 되는 각종 산나물이나 채소를 심는 것을 말합니다. 선생님이 토종 과일나무를 심으면서 구상하고 있는 숲의 모습입니다.
"돌배나무, 능금나무, 살구나무, 가래나무는 먹거리숲에서 큰키나무다. 그 아래에 키 작은 나무로는 개암나무, 앵두나무처럼 과일나무만이 아니라 뒷산에 가면 쉬이 볼 수 있는 화살나무, 고추나무, 생강나무, 산초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심는다. 그리고 그사이에 숲 바닥을 채우는 산야초인 잔대, 어수리나물, 산부추를 심을 때면 마음이 두둥실 떠오른다."(장영란, <작은 것이 아름답다>http://jaga.or.kr/?p=15018)
저는 요즘 무릎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선생님의 강의 첫머리에 '무릎 아플 때, 운동하면 낳는다.'라는 말씀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운동을 하면 무릎이 더 튼튼해진다는 것입니다. 사과농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무릎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시는데, 시골에서 일을 하다 보면 무릎 아플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시중에 파는 과일이나 고구마가 너무 달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단맛이 약간만 있는 것이 은근하고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데 요즘은 사과나 배, 감 등이 너무 답니다. 그렇게 달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집이나 빵집, 심지어 음식점들과 경쟁에서 밀리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밥집의 반찬도 요즘은 아이스크림처럼 달게 만드는 것이 대세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음식물에 길들여져 과일도 그런 맛을 내지 못하면 팔리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옛시대의 맛을 담고 있는 토종 과일나무에 관심이 갑니다.
장영란 선생님은 자연 속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자급농사를 하는 분입니다. <숨 쉬는 양념 밥상>(들녘, 2013년), <자연 그대로 먹어라>(조화로운 삶, 2008),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들녘, 2010), <아이들은 자연이다>(돌베개, 2006)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20여 년간 닭을 키워온 선생님은 "먹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꼬막 조개껍질을 먹은 닭은 다음날 껍질처럼 껍데기가 거칠거칠한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갑오징어 부드러운 껍질을 먹은 닭은 표면이 깨끗한 보라색의 알을 낳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어제 내가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이 더러워지면 우리 몸도 더러워진다고 합니다. 이 외에 기억에 남는 이런 말씀도 있었습니다.
"철없이 먹으면 철이 없어지고, 제철 먹을 거리를 먹으면 싱싱해진다."
"복잡하게 가공한 걸 먹으면 복잡해지고, 단순하게 먹으면 집중하는 힘이 생긴다."
"만들어 파는 것을 먹으면 돈을 쫓게 되고, 손수 만들어 먹으면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혼자 먹으면 혼자가 되고,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더불어 산다."
선생님은 씨앗을 스스로 받아서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씨앗을 직접 받아 농작물을 키우면 그 종자와 작물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그 작물이 커나가는 과정을 익히 알고 있고, 내 땅에서 잘 적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앞으로의 날씨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은 기후 위기 시대에 중요한 정보입니다. 씨앗과 내가 서로 힘을 합치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은 지 20여 년이 넘었는데 이제 비로소 농사의 체계가 잡혔다고 합니다. 저는 1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어서 낙담하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농사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자연은 정말 쉽고 편한 것이 없습니다. 장벽이 있으니 도전하고 도전합니다. '장애물은 도전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미국의 어떤 교수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무에도 토종이 많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핵과류(단단한 씨가 들어 있는 과일) : 오얏, 앵두, 살구, 매실, 복숭아, 대추
- 인과류(꽃턱이 발달해 과육이 된 과일) : 능금, 배(돌배, 산돌배, 청배, 문배 등), 감, 석류
- 장과류(육질이 부드럽고 즙이 많은 과일, 각종 베리류) : 머루, 감, 산딸기, 오디, 으름, 다래
- 각과류(견과류) : 밤, 호두, 가래(씨가 기름지고 맛있음. 호두보다 고소함)
- 약용과일 : 헛개, 마가목 등 (조선왕조 제사상에는 사과, 배 대신에 개암-깨금, 헤이즐넛-과 개비자가 올라갔다.)
이중에서 특히 배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입니다. 그래서 배 종류가 아주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임원경제지>의 만학지에 토종 과일나무 소개가 나오는데 구기자, 산수유, 오미자는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묘목상에서 토종 과일나무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토종을 지키고 이어가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왜냐면 나무를 키워서 결실을 보자면 5년, 10년 등 길고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수업 중에 보여주는 사진을 보니, 선생님이 관리하는 다랭이 밭 한쪽에 심어두신 나무들은 아직 어린것들이 많았습니다. 꿈이 이루어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토종 나무를 종자를 얻는 방법은 씨앗이나 꺾꽂이, 그리고 그 나무 아래에 자라는 새끼 나무를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얏나무가 대표적인 것인데 한자 오얏나무 리(李)가 보여주듯이 큰 나무 아래에 새끼 나무가 있는데 양쪽에 이어진 뿌리를 절단하여 1년쯤 독립시켜 키운 뒤 그것을 파오는 방법입니다. 과일나무는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접붙이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새로운 가지가 어미 나무와 같은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합니다. 주의해야 겠습니다. 이미 열매가 나올 때까지 7, 8년 가깝게 키웠는데 그 열매가 엉뚱하거나 또 아예 열리지 않는다면 황당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토종나무를 잘 아는 사람이나 그 나무를 키운 사람의 도움을 잘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도움되는 사이트 : 토종과일나무 살리기 https://cafe.daum.net/nativetrees)
능금나무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인데 동쪽으로 전래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반대로 사과는 초기 사과(아마도 능금)가 서쪽으로 이동하여 유럽,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 개량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위키백과에서 능금나무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이런 주장은 중앙아시아에서 전래된 후에 기록된 자료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씀은 거름 중에 가장 세균이 많은 거름은 똥거름이라고 합니다. 특히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소화를 하는 조류의 똥이 제일 세균이 많다고 합니다. 새똥이나 닭똥(계분)이 그것입니다. 자급자족 농사를 하면서 텃밭에 뿌리려고 하면 업자들이 판매하는 닭똥보다는 직접 닭을 키워서 그것을 얻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깥에서 사 온 것은 양계장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와 각종 호르몬제가 섞여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맛이 있어지고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무는 원래 자라던 지역, 그리고 그것을 가져온 지역의 기후 조건을 잘 봐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묘목을 주문할 때 주의해야겠습니다. 또 나무 안에는 물이 흐르는 물관과 영양소가 흐르는 체관이 있는데, 이들 조직은 나무 겉 10cm 정도 부분에 있기 때문에 나무줄기를 빙 둘러 10cm 정도 깊이로 파주면 관이 모두 끊어져 나무가 죽는다고 합니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아가기 위해 여러가지 저항성이 있으며 생식생장(종족 번식)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이경준, <수목생리학>) 나무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거름 주기와 가지 치기라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과일나무의 세계에 대해서 이것, 저것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참고) 장영란 선생님 동영상 강좌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 토종 과일나무와 먹거리 숲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JIy7ZohXT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