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배추 절이기를 마쳤으면 김장의 80%는 끝난 것입니다. 삼삼하게 혹은 간간하게 간을 잘 맞췄으면 그 상태로 백김치가 되고 그대로 보관해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김치찌개나 김치볶음밥, 두부김치, 보쌈김치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백김치에 20%의 정성과 비용을 추가하여, 백김치를 더 맛있고 먹음직스러운 김장김치로 바꾸는 양념 만들기를 시도해 봅니다. 김치에서 양념의 역할은 보관하는데 도움을 주고 유산균을 증식시키며, 배추와 소금에 없는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를 보충해 줍니다.
실습과 실험을 겸하여, 여기서는 배추 1통씩 따로따로 세 가지 방법으로 양념 만들기를 해서 맛을 비교해 봅니다. 1번은 가장 싸고 간단한 방법이고, 2번은 좀 더 고급스러운 방법이며, 3번은 사치를 부려봅니다. 번호가 올라갈수록 비용이 조금씩 증가합니다. 김치 1 포기 당 비용은 배추값을 포함하여 1번은 10,000원 정도, 2번은 15,000원 정도, 3번은 2만 원 정도입니다.
1. 가장 싸고 간단한, 배추 한 통 김장 양념 만들기
1) 짠맛 재료 : 액젓 종이컵 반컵 160g
2) 단맛 재료 : 양파 반조각 108g, 무 1조각(작은 사과 정도 크기) 300g
3) 매운맛 재료 : 생 홍고추 12개, 150g
4) 발효 재료 : 밥 7숟가락, 밥공기 작은 것으로 가득 채운 분량(잡곡밥 아무거나 가능)
5) 살균재료 : 통마늘 30개 정도 70g
참고로 단맛은 기본적으로 배추 자체에도 있습니다. 이 단맛이 가장 중요합니다. 양파와 무는 거기에 추가되는 단맛입니다. 발효를 위해서 넣는 밥이나 찹쌀풀도 단맛을 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매운맛 재료로 홍고추를 사용한 이유는, 1) 가격이 싸고, 2) 신선하며, 3) 중국산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산은 고추의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고추를 키우기 위해 사용하는 비료도 문제가 있으며, 고추를 키우는 환경, 즉 물과 토양도 국내산과 비교해서 열악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다만, 생 홍고추를 갈아서 김치를 담가보니 색깔이 보통 보는 김장김치처럼 빨갛지 않습니다. 더 빨갛게 만들려면 홍고추를 2배(24개)나 3배(36개)를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위의 재료를 모두 믹서기에 넣고 물을 조금 추가해 한꺼번에 갈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믹서기 용기 크기는 높이가 18cm, 최고 직경이 13cm입니다. 이 용기에 김치 양념이 가득 찼습니다.
다음은 김칫소(김치 속)를 만듭니다. 김칫소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듭니다. 쪽파 20 뿌리 약 70g을 5cm 정도 길이로 자릅니다. 무 1/3 조각을 채 썹니다. 무게는 600g 정도 됩니다.
다음은 버무리기입니다. 새우젓이 안 들어가니 절인 배추를 한 번만 씻어 소금기를 조금만 빼줍니다. (이때 1, 2시간 쉬면서 물기를 완전히 빼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김치 양념을 큰 그릇(알루미늄 김장 대야)에 넣고 김칫소를 넣어 충분히 버무려 줍니다. 그다음에 절인 배추를 조금씩 대야에 넣고 세심하게 양념을 바릅니다. 양념이 배추의 모든 곳에 골고루 베도록 묻혀줍니다. 특히 하얀 줄기 부분에는 양념을 많이 바릅니다. 그리고 김칫소도 그 부분에 넣어 주거나 함께 싸서 김치통에 담습니다. 남은 김칫소는 배추 사이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김치 1 포기는 김치통(40cm x 20cm x 20cm) 1/2의 70% 정도를 채웁니다.
2. 조금 더 고급스러운, 배추 한 통 김장 양념 만들기
1) 짠맛 재료 : 액젓 종이컵 반컵 160g, (새로 추가) 새우젓 1/2컵
2) 단맛 재료 : 양파 반조각 108g, 무 1조각(작은 사과 정도 크기) 300g
3) 매운맛 재료 : 홍고추 12개 150g
4) 발효 재료 : (밥 대신) 찹쌀 3 숟가락으로 만든 찹쌀 죽(종이컵 약 1컵)
5) 살균재료 : 통마늘 30개 정도 70g, (새로 추가) 생강 작은 조각 2개 50g
6) 감칠맛 조미 재료 : (새로 추가) 다시마와 표고버섯 우린 물 2컵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물에 넣고 살짝 끓여서 식혔습니다.(표고 버섯 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새우젓을 새로 추가해 넣으니, 절인 배추를 좀 더 싱겁게 만듭니다. 2, 3차례 씻어서 소금기를 빼주고 2, 3시간 정도 채반에 걸쳐서 물기를 완전히 빼줍니다.
믹서기에 재료를 넣고 물 대신 다시마와 표고버섯 우린 물 2컵을 넣고 재료를 함께 갈았습니다.(나중에 김치를 만들어 놓고 보니 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여기에서 우린 물을 1컵 정도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적으면 감칠맛이 떨어집니다.)
다음은 김칫소 만들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1번과 같습니다. 쪽파 20 뿌리를 짧은 길이로 자르고, 무 1/3조각을 채 썹니다. 이후에 추가로 대파 1대(1 뿌리)를 5cm 정도 씩 잘라서 그것을 가늘게 반으로 잘라 넣고 버무립니다.
다음 버무리기는 1번처럼 하면 됩니다. 만들어 놓고 1번과 비교하여 김치를 먹어보니, 역시 감칠맛이 생겼습니다. 1번 김치는 소금기가 순화되지 않아 투박한 맛이 납니다. 2번 김치는 거기에 비하면 감칠맛 때문에 소금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조미료가 들어간 소금맛입니다. 새우젓과 다시마, 표고버섯이 만들어낸 맛입니다. 하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맛에 예민하지 않은 한, 이런 맛의 차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긴 겨울을 지내면서 이러한 차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또 2번 김치는 새로 들어간 생강 맛이 크게 두드러집니다. 1번 김치는 생강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생강맛을 줄이려면 작은 조각을 1개(30g) 정도만 넣으면 됩니다. 그런데 생강은 마늘과 함께 살균제 역할도 하지만 1) 몸을 따뜻하게 하고, 2) 천식을 완화하며, 3)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4) 우리 몸의 면역 균형을 유지시키고, 5) 소화기 기능을 향상시키고, 6) 항균 및 암 예방 효과가 있고, 7) 기관지염, 기침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싫지 않다면 생강을 작은 조각 2개(50g) 정도 더 넣어서 김치를 보약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양념에 들어가는 마늘은 우리 몸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찬바람과 습한 기온에 상한 몸을 치료해 주고, 몸속에 자라는 종양과 종기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어 전염병을 예방해 준다고 합니다. 감기와 심혈관질환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마늘도 2배에서 3배 정도 추가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자기에게 필요한 재료를 마음대로 추가하는 것은 자기가 만드는 김장김치만의 매력입니다.
1번과 2번 김치를 가족에게 주어 맛을 물었습니다. 1번은 짠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단순하다고 합니다. 2번 김치는 좀 더 복잡한 맛이 있다고 합니다. 이 김치를 먹을 때 가족들은 새우젓, 생강, 다시마, 표고버섯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을 분명히 느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5,000원 정도 재료비를 더 투자한 보람이 있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치는 앞으로 소개할 3번 김치 입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더 다양하고 좋은 재료를 김치에 넣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혀끝에서 다양한 맛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머리 신경이 활성화된다는 뜻이겠지요.
3. 사치스러운, 배추 1통 김장 양념 만들기
1) 짠맛 재료 : 액젓 종이컵 반컵 160g, 새우젓 1/2컵, (새로 추가) 소금 절인 갈치와 병어 1컵 분량
2) 단맛 재료 : 양파 반조각 108g, 무 1조각(작은 사과 정도 크기) 300g, (새로 추가) 사과와 배 각각 반조각
3) 매운맛 재료 : (생 홍고추 대신) 고춧가루 200g
4) 발효 재료 : 찹쌀 3 숟가락으로 만든 찹쌀 죽(종이컵 약 1컵)
5) 살균재료 : 통마늘 30개 정도 70g, 생강 작은 조각 2개 50g
6) 감칠맛 조미 재료 : 다시마와 표고버섯 우린 물 2컵
여기에서는 소금에 절인 갈치와 병어를 1컵 분량 추가하고 사과와 배를 각각 반조각씩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홍고추 대신 고춧가루를 썼습니다. 고춧가루는 국내산으로 산다고 샀으나 정말 국내산인 지는 모릅니다. 200g은 6,000원 정도 합니다. 요즘은 중국에서 냉동 홍고추를 들여와 말려서 고춧가루를 만들어 국산으로 내다 파는 업체들이 많다고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생선 젓갈을 1컵이나 추가했으니 절인 배추는 3차례 이상 씻어서 소금기를 많이 빼줍니다. 고춧가루만 제외하고 나머지 재료는 모두 믹서기로 곱게 감니다. 고춧가루는 나중에 간 재료들과 함께 버무립니다.
다음은 김칫소 만들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2번과 같습니다. 쪽파 20 뿌리를 짧은 길이로 자르고, 무 1/3조각을 채 썹니다. 그리고 대파 1대(1 뿌리)를 5cm 정도 씩 잘라서 그것을 가늘게 반으로 잘라 넣습니다.(대파 하얀 부분은 잘게 썰어 다른 양념을 갈 때, 같이 갈았습니다. 여기서는 푸른 부분만 사용합니다.) 여기에 새로 미나리를 추가합니다. 미나리도 5cm 정도씩 자릅니다. 40줄기 100g을 넣었습니다. (청갓, 홍갓도 넣고 싶었으나 시장에서 사오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김장에 들어가는 미나리는 물미나리입니다. 줄기 부분이 녹색으로 늦가을과 초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에 김장철에 야채 가게에 많이 보입니다. 이와 다른 종류로 불미나리, 야생미나리, 혹은 돌미나리라고 불리는 밭미나리도 있습니다. 봄이 제철인 밭 미나리는 향이 강하고 줄기가 짧으며 줄기 색이 불그스름합니다. 미나리는 일반적으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합니다. 중금속 등과 같은 해로운 물질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해독작용을 하고 장 건강을 도와 설사를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소화를 돕고 소변을 잘 보게 합니다. 단백질, 철분, 칼슘, 칼륨, 항암물질인 베타카로틴, 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 있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다음, 버무리기는 1번처럼 하면 됩니다. 버무려서 맛을 보니 조금 짭니다. 배추의 간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고 젓갈 1컵 들어간 것이 짠맛을 배가 시켰습니다. 그래서 미나리, 사과, 마늘, 버섯 우린 물 1컵을 추가로 넣고 무 두 개를 크게 크게 썰어 양념을 묻혀 섞박지를 만듭니다. 김장 김치 사이사이에 넣어줄 생각입니다.
모든 양념과 김칫소를 배추와 버무려 3번의 김장김치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김치의 특징은 말린 고춧가루를 사용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색깔이 매우 붉습니다. 그리고 고춧가루가 물을 먹어 양념의 물기가 적당하게 줄어 배추에 양념을 칠하기 좋게 되었습니다. 또 과일을 사용하여 단맛이 강하게 되었습니다. 금방 먹기에 좋습니다. 이렇게 만든 김치를 과일 김치라고도 부릅니다. 단점은 빨리 숙성하고 시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맛을 막아주는 것이 젓갈에서 나오는 풍부한 아미노산과 단백질입니다. 생선 냄새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젓갈이나 간을 하지 않은 생선을 더 많이 넣어도 좋습니다. 젓갈의 힘은 추운 겨울과 봄을 지나고 내년 여름, 가을쯤에 최고조에 달할 것입니다. 이때쯤 김치는 푹 삭았는데도 전혀 시지 않고 깊은 맛을 냅니다. 짠맛도 누그러져 아주 먹기 좋은 묵은 김치가 됩니다.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 낸 신비한 먹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