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안양천에서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2024년 새해맞이 신년 일출마라톤대회입니다. 세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오전 6시에 일어났습니다. 설날에 마라톤이라는 큰 숙제가 있으니 연말이 연말인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떡국을 간단히 먹고 준비물을 챙깁니다. 이런 준비도 벌써 세 번째가 되니 주섬 주섬 십여분에 끝납니다. 두꺼운 양말을 신고, 운동복을 입고 그 위에 양복바지와 두꺼운 잠바를 걸칩니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장갑과 선글라스가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2호선을 타고 도림천역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서울의 아이들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마라톤을 뛸 때 궁금했던 것이 있었는데 아직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달리기는 어떤 자세로 뛰어야 하는지, 발 사용의 정확한 자세는 어떤 것인지 휴대폰으로 급히 검색을 해봅니다. 학교 다닐 때 하던 벼락치기 공부입니다. 마라톤 동영상도 찾아보고 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달릴 때는 팔자걸음으로 달리지 말고, 발모양을 11자로 해서 달려야 한답니다. 그래야 빠르게 달릴 수 있고 관절이 고장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바닥의 앞쪽을 사용해서 달리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뒤꿈치도 좋지 않고 가장 좋은 것은 발바닥 중앙 부분을 이용해서 달려야 한다고 합니다. 또 발바닥을 지면에 너무 오래 두지 말고 구르듯이 빨리빨리 발을 교체해 가면서 달려야 한다고 합니다. 설명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위와 같은 정보를 찾아내 외웠습니다. 마치 시험 직전에 예상문제를 외우듯이 반복합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도림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온도를 재보니 영하 1도입니다. 어쩐지 날씨가 포근합니다. 지난번에 뚝섬에서 달릴 때는 영하 3도였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오늘은 봄날 같습니다. 출발 시간인 9시쯤 되니 햇살도 따뜻하게 내려옵니다. 그야말로 새해 아침의 복스러운 햇살입니다. 바닥은 아직 얼어 있고 그동안 내린 눈의 물기가 아직 녹지 않아 미끄럽습니다. 대회장 안내 방송에서도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접수하는 곳에 가서 번호표를 받고, 온도가 표시되는 텀블러 하나를 기념품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형 비닐봉지를 받아 바지와 겉옷을 벗어 넣고 가방을 담아 맡겼습니다.
9시가 되었습니다. 먼저 500명 정도 되는 10km 참가자들이 출발했습니다. 뒤이어 역시 500명쯤 되는 5km 참가자들이 출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20대와 30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대단합니다. 50대, 60대는 매우 드뭅니다. 속도는 내지 않고 달립니다. 지하철 타고 오면서 외웠던 마라톤 기본자세를 되새깁니다. 발 딛는 모양을 11자로 하고 팔자가 되지 않도록 해서 달립니다. 그리고 발바닥의 뒤꿈치나 앞부분이 먼저 땅에 닿지 않도록 하면서 조금 속도를 올려서 뜁니다. 최근에 몸을 거의 쓰지 않고 방안에서만 생활을 했더니 벌써 숨이 차오릅니다.
조금 걷다가 다시 뜁니다. 바닥이 미끄러워 신경이 쓰입니다. 한참 뛰다가 숨이 차서 또 걷습니다. 이렇게 반환점까지 5차례 정도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 합니다. 드디어 반환점에 도착하여 시간을 봅니다. 17분 34초입니다. 역시 중간에 자주 쉬었더니 많이 늦었습니다. 지난번 뚝섬에서 뛸 때는 오르막도 있었는데, 그래도 18분 정도에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줄곧 평탄한 길이었는데도 17분이 넘었습니다. 사이다인가 음료수 반잔을 받아 마시고 귤 몇 조각을 들고 먹으면서 뜁니다.
이곳 마라톤 코스는 오르막, 내리막도 없고 주변에 차가 다니는 길도 없습니다. 그러니 공기가 상쾌하고 숨쉬기도 편합니다. 날씨도 그렇게 춥지 않고 좋으니 마스크를 끼지 않고 숨을 마음껏 들이쉬고 내쉬면서 달립니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달리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조금 편하게 달려볼 생각으로, 보폭을 반정도 줄여서 총총걸음 하듯이 달립니다. 그러니 몸이 15도 정도 앞으로 숙여지고 발은 더 빨라집니다. 발을 빠르게 바꾸면서 땅을 디디니 달리는 것이 조금더 편해졌습니다. 혹시 이러한 달리기가 발을 굴리듯이 달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상태로 발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1km 넘게 달렸습니다.
몸이 편해지니 욕심이 생깁니다. 발을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발바닥 앞부분에 힘을 주고 뛰었습니다. 그러니 보폭이 더 넓어집니다. 속도도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결국 발바닥 앞부분을 먼저 착지하면서 달립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가 무리를 했는지 힘이 부칩니다. 그래서 걷습니다. 다시 달리는데 오른쪽 엉덩이 쪽이 불편합니다. 다리와 엉덩이가 만나는 고관절이 삐그덕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아까 지하철에서 마라톤 영상을 보면서 주의사항에 고관절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자세가 좋지 않으면 고관절에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고관절이 문제가 생긴다면 곤란합니다. 보폭을 너무 좁혀 고관절에 무리가 간 모양입니다. 그래도 기록 욕심에 무리를 합니다. 그 상태로 속도를 높여서 달립니다.
1km 정도 남았습니다. 다시 걷습니다. 저 멀리 결승선이 보이는데 힘이 부칩니다. 뒤에서 오는 사람들이 추월합니다. 둘이서 짝지어 달리는 사람들입니다. 또 한 사람이 추월합니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 힘들더라도 이 사람들 뒤에 바짝 붙어서 달려야겠습니다. 결승선은 보지 않고 앞서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땅만 보고 달립니다. 역시 사람들과 같이 달리는 것이 힘이 덜 드는 것 같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결승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 외칩니다.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봅니다. 34분 30초입니다. 반환점을 돈 뒤에 16분 56초 정도 걸렸습니다. 후반의 기록이 전반보다 좋아졌습니다. 보폭을 좁혀서 빠르게 발을 움직여 달린 덕분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걷는 일도 전반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대회 본부로 가서 메달과 식수, 그리고 컵 떡국을 받았습니다. 대회 관계자 말이 5km 뛰나, 10km 뛰나, 풀 마라톤을 뛰나 힘든 것은 똑같다고 합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5km만 뛰어야겠습니다. 지금 몸 상태로 10km는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옷을 입고 너무 힘들어서 쉬면서 물만 마십니다. 오늘도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16일에 5km를 뛰고 반달만에 아무런 연습도 하지 않고 또 5km를 뛰었습니다. 이렇게 대회장에 나와서 연습 겸 실전을 한 셈입니다.
마라톤 하고 나서 몸 상태는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이전에는 무릎에 신경이 가고 그 부분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무릎은 별로 의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리 전체가 힘이 생기고 믿음직스러워졌습니다. 무릎 주변의 근육들이 활성화된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뛰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나지 않도록 온몸 곳곳의 근육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만큼 연습은 하지 못하지만 항상 마라톤을 생각합니다. 아주 초보지만 몸과 마음은 이제 마라토너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