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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Jan 04. 2024

야당지도자 암살미수 사건과 '아름다운 사람들'

새해 둘째 날, 대한민국의 야당 지도자가 괴한의 칼에 피습을 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면 아시아를 리드하는 민주국가입니다. 지금 세상은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 나라를 바라보며 이 험한 세상에서 어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멋진 나라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나라는 세상의 기준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은 국제대회도 제대로 못 치르는 삼류국가가 되었습니다. 2023년에 열린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는 누가 그렇게 망쳤을까요? 무능한 행사 진행을 보고 전 세계에서 쏟아진 비판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2022년 가을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에서 15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책임자는 누구인가요? 언론은? '책임자 처벌이 쉽지 않다'라고 알아서 결론을 내립니다. 국회는? 무기력합니다. <시사IN>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전합니다.(주1)


요즘은 대통령 부인이 고가의 금품을 받았다고 논란이 많습니다. 동영상이 공개되고 세상 사람들은 이를 보고 비웃고 있습니다. "저런 것이 대한민국이다." 세상은 모른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나라입니다. "저 나라는 저런 일이 당연한 것인가?" 물론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영란 법이라는 법도 있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버젓이 있습니다. 그러면 경찰이나 검찰이 나서서 조사하면 끝날 일입니다. 


'야당 지도자 암살 미수 사건'이라면 러시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식 같습니다. 아니면 남미의 어떤 나라 소식 같습니다. 대만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백색테러가 자주 있었습니다. 백색이라는 것은 극우세력을 뜻합니다. 좌파 혁명세력이 일으킨 적색테러에 대응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대만에서 국민당이 독재를 할 때 이런 테러가 자주 있었습니다. 야당 정치가들을 공개적으로 대낮에 공격했었습니다. 대만에서도 1987년 계엄령이 해제되고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런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1월 2일, 갑자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괴한에 의해 목이 찔리는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주2) 그 동영상에 외국에서 어떤 사람(alya_2324)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Bu adamı hiç tanımıyorum ve hangi düşünceleri savunuyor bilmiyorum. Belki bizden nefret ediyor bile olabilir. Ama uzaktan bu durumu gören bir kadın olarak gerçekten çok üzüldüğümü söylemek istiyorum. Herkesin özgürce düşüncelerini savunabildiği ve bunun için suçlanmadığı bir dünya diliyorum. Umarım bu adam iyileşir ve düşüncelerini yeniden savunmaya başlar.. Tanrı ona yardım etsin.. Kore halkına geçmiş olsun dileklerimi sunmak istiyorum. Saglıkla kalın güzel insanlar"


터키어로 써진 글입니다. 앱으로 번역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나는 이 사람을 전혀 모르고, 그가 어떤 사상을 주장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우리를 미워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여성으로서 정말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장하고 비난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이 회복되어 다시 자신의 생각을 옹호하기를 바랍니다. 신의 도우소서. 한국 국민에게 행운을 빕니다. 건강하세요, 아름다운 사람들."


튀르키예는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며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이 언론탄압과 인터넷 검열을 심하게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언론자유 지수, 민주주의 지수가 전 세계 바닥권입니다. 우리나라도 언론자유 지수가 갈수록 떨어져 47위입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지수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위의 댓글에 눈길을 끄는 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냥하는 말일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한류 덕분에 '사람들이 아름다운 나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K-pop덕분에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는 가보고 싶은 나라, 멋진 나라로 통합니다. TC Candler가 매년 발표하는 멋진 남자 100위, 아름다운 여자 100위에서 20% 혹은 25%를 우리나라 스타들이 차지합니다.(주3) 물론 이중에는 외국국적의 한류 스타도 포함됩니다. 그동안은 무시되고 평가 절하되었던 동양인의 얼굴인데도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남, 미녀의 나라가, 인구 1억도 되지 않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서양권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입니다. 우리나라 현 상황은 비극적 사건의 연속입니다. 뉴스만 보고 있으면 참으로 암울한 나날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애를 낳지 않는 것이 참으로 고민스럽지만 멀리서 보면 흥미로운 모양입니다. 외국의 학자들까지 나서서 걱정스럽다고 한 마디씩 합니다.  


겨울도 벌써 반이 지났습니다. 동지가 지난 지도 10일이 넘었습니다. 추위는 아직 더 많이 견뎌내야겠지만 낮의 길이는 갈수록 길어지고 밤의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오겠지요. 안에서는 아웅다웅 싸우면서 정신없이 지내지만 바깥에서는 먼발치로 '아름다운 사람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는 단군이래 최고로 '멋진 나라'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나라는 지금까지 지구상 역사에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말은 제 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하지도 못합니다. 외국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주1) 주하은, <시사인 IN>, 「이태원 참사 1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1, 2023.10.27

주2) https://www.youtube.com/watch?v=ADCYg4mCpCA&t=2s

주3) TC Candler, <The 100 Most Handsome Faces of 2023>, https://www.youtube.com/watch?v=yaiNiq2RnVA. <The 100 Most Beautiful Faces of 2023>, https://www.youtube.com/watch?v=kKao8PyX5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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