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이 되기까지: epilogue

by 난화

우리는 다시 집이 되었다


그날의 햇살은 낡은 마룻바닥 위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빛이 오래된 장판을 가로지르고, 벽지의 잔주름을 따라 퍼졌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조금씩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고,

엄마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티 내지 않으려 무언가를 닦았다.

동생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고,

나는 더 이상 이 집을 두고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밤이면 집은 깊게 숨을 쉬었다.

베란다 유리창 너머로 묻어드는 도시의 불빛이 거실 바닥에 고요하게 내려앉았고,

누군가는 방 안에서 기지개를 켜고, 누군가는 잠결에 컵에 물을 따랐다.

그런 아무 일도 없는 날들 속에서,

우리는 다시 집이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집’이라는 것은 결코 단단하거나 완벽한 어떤 게 아니라는 걸.

때때로 소리 없이 부서지고,

때때로 아주 작게 돌아오며,

그저 함께 있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지는

부드럽고도 모순적인 형태라는 걸.


울컥하는 순간마다 나를 붙든 것은,

한 끼의 밥상이었고,

새벽의 문턱에서 들려오던 인기척이었고,

무엇보다도, 나를 바라봐준 누군가의 눈빛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다시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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