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이 되기까지 - 외전
기름이 뜨겁게 지글거리고, 파가 먼저 쓰러졌다.
나는 조용히 밥을 풀었다.
엄마가 묵은지를 꺼내며 물었다.
“계란프라이도 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수가 줄어든 엄마와, 부쩍 말이 없어진 내가 부엌에서 마주한 건 오랜만이었다.
우린 원래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엄마는 손끝이 빠른 사람이었고, 나는 자꾸만 질문을 던지던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불 앞에서 타이밍을 맞추는 사람들처럼
말도, 마음도 타지 않게 간격을 재고 있었다.
“넌 김치볶음밥에 설탕 넣니?”
엄마가 물었다.
“예전엔 안 넣었는데, 이제는 좀 넣어.
너무 시면 마음도 시잖아.”
엄마가 고개를 숙여 웃었다.
무언가를 오래 씹고 넘기는 표정이었다.
“아빠가 좋아했지, 그거.”
나는 말하지 않았지만, 엄마도 내가 생각한 걸 안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말을, “좋아했다”는 과거형을 한참 생각했다.
아빠는 아직 살아 있었고, 거실에 있었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지만
그 말의 어미는 마치 우리 둘이 이미 모든 계절을 다 지나온 사람들처럼
조용히 시간을 끝내고 있었다.
식탁에 볶음밥을 올리고 계란을 얹었다.
노른자가 조심스레 흔들렸다.
주희가 들어오며 말했다.
“계란은 두 개씩이 국룰이지. 하나는 위로고, 하나는 버팀이야.”
우린 웃는다.
정말로 웃었는지, 기억은 모호하다.
하지만 그 웃음이 오래도록 방 안을 따뜻하게 덮은 건 분명했다.
아빠는 “간이 딱이네”라며 밥을 비웠고
엄마는 묵은지를 곱게 접었다.
주희는 계란을 터뜨렸다.
노란빛이 조용히 번졌다.
그건 용서의 색이었고,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익는 건 밥이 아니라
우리였다는 걸
우린 다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