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말을 걸어올 때
오월의 밤은 어쩐지 마음을 천천히 눌러 앉힌다.
하루를 견뎌낸 사람의 어깨 위로
말없이 내려앉는 바람처럼.
바람은 서늘하지만 차갑지 않고,
조용하지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작은 숨결로 마음을 쓰다듬는다.
이 계절의 밤은 눈부신 것들보다
조금은 흐릿하고 오래된 감정을 닮아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상념들,
잊은 줄 알았던 이름,
다짐처럼 삼킨 말 한마디가
이 고요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꽃이 지고 초록이 짙어지는 시기,
풍경은 깊어지고 마음은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그 반대의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바람 한 줄기에도 이유 없이 목이 메고,
달빛에 비친 창틀 너머로
어딘가 무너져가는 감정의 기척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밤일수록
무언가 소중한 것이 조용히 다가온다.
어쩌면 위로는 말이 아니라,
이런 밤의 온기 속에서
자신을 놓아주기로 결심하는 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밤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바람과 침묵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
사람의 말보다 정확한 온도가
지친 하루의 틈을 어루만져 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