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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갑바도기아와 루스드라

by 이스라엘 이영란

눈덮힌 갑바도기아와 루스드라

올해들어 터키에서 가장 추워 손이 얼 정도로 추운 날 .

갑바도기아 괴뢰메 교회 안을 지키는 직원들도 너무 추워 출근을 안했다.. 늘 사진 찍지 말라고 고함치던 직원이 없으니 다 우리 세상이다. 나는 사진도 비디올도 마음놓고 찍었다. 오히려 이렇게 추운날 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이곳은 기독교의 초대 교부 바실의 성화와 많은 예수님의 생애와 관련된 성화들이 남아있는 기독교인의 역사적 장소다.터키 동부 갑바도기아의 영성을 이끈 초대 교부 바실은 아타나시우스의 성부 성자 성령 삼위 일체론을 확립한 분이다. 그의 영향력 때문인지 터키 동부 지역은 영성으로 유명하다. 특히 로마보다도 더 먼저 기독교를 국교화한 나라는 터키 동부 아르메니아다. 유대광야 수도원 운동의 창시자인 하리툰은 바울의 1차 선교 여행지인 이고니온 출신이다. 유대 광야의 수도자 유티미우스는 터키 동부 예레반 근처에서 왔고 그의 제자 마르티리우스는 바로 이 갑바도기아 출신의 수도사로 유대 광야에서 가장 큰 수도원을 지었다. 예수님 세례터 근처에 있는 수도원의 창시자 제라시무스는 터키 남부 루기아 출신이다.


지금은 터키 무슬림 지역에 속해있지만 터키는 바울의 전도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한 많은 그리스인들이 살던 곳이다. 터키와 그리스 인구교환을 통해 거의 모든 그리스인들은 그리스로 그리스에 있던 터키인들은 다시 터키 땅으로 오게된다.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그리스인들의 영성이 남아 숨쉬고 있다.


오늘은 눈이 참 많이 왔다. 무엇보다도 여름에 순례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감동이 와 닿았다. 옷을 껴입어도 추운 이런 날씨에 전도 여행을 떠났을 바울의 모습도 떠올랐고 이곳에 모여 살았을 기독교인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적어도 계속 이곳에 살아야만 했던 루스드라인들이나 갑바도기아 인들의 추위를 견뎌내며 이겨냈을 신앙심에 감동했다.


사모님은 그렇게 많이 오셨는데도 또 다녀오셔요?

눈발이 날려 내릴까말까 고민하다 계속 앉아 계시던 한분이 내게 묻는다. 오늘은 눈이 오잖아요 이런말은 정말 처음이에요 . 올 때마다 감동이 다르거든요 .


그랬다. 눈이 온 이 날의 감동은 다른 때와 달랐다. 꿈쩍도 하기 싫은 이런 날에도 길을 가야할 사람은 길을 가야하고

일을 할 사람은 일을 해야하고 선교를 할 사람은 그의 길을 가야한다. 그래서 더 짠했다 .


미국 얼바인에서 오신 분들은 눈보는게 소원이었다는데 오늘 그들의 소원을 이룬 날이기도하다. 누군가에게 눈은 소망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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