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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Jan 09. 2023

예루살렘의 눈



2013년 1월 15일 쓴 글 눈이 온것을 기념하여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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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예루살렘의 눈.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눈이 소복이 쌓이더니 아침이 되자 어둠의 빛을 뚫고 온통 세상을 하얗게 덮어 놓았다.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오늘은 학교를 안가도 된다. 

남편이 아침밥을 빨리 먹고 눈 사진 찍으러 나가자고 서두른다. 

추운데.... 그냥 혼자 밥 먹고 나가지....

추운 몸을 추스르며 부엌에 가서 어제 먹다 남은 야채 죽을 불에 올려 놓고 다시 방에 들어가 이불 속에 몸을 파묻었다. 누릉지가 될 정도로 밥을 태우고서야 다시 일어나 밥을 떠주고는 다시 이불에 파고 들었다.

오늘 눈오는구나.. 갑자기 13년전 우리가 처음 이스라엘에 왔을 때의 일이 생각 났다. 

2000년 1월 20일 즈음 이었을 것이다. 그날도 눈이 오늘처럼 많이도 왔다. 

결혼하자마자 이스라엘에 온 나는 외국 생활을 해본적이 없어 뭐든 남편이 하자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눈이 오자 남편은 눈 구경을 하러 감람산에 올라가야겠다고 말했다. 그 당시 나는 남편 가는 곳은 어디든 갈 준비가 되있었다. 

갑자기 신혼 때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랐다. " 여보 나도 갈게"

부랴 부랴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는 아이들 자는 것을 뒤로 한 채 남편을 따라 나섰다. 

내복이나 입고 올걸.. 많이 추웠다. 다행히 겨울용 부츠를 사둔게 있어 발은 따뜻했다.

우리집은 피스갓 제에브에서도 그 지역이 가장 낮은 지역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눈이 위로 올라갈 수록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차량 위에는 10센티 두께의 눈이 쌓여 있었고 나무들은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했다. 모든 차량은 거의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고 몇몇 차들만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눈이 와도 트램은 운행이 가능한가보다.. 트램을 기다리는 약간의 사람들만이 바깥 공기를 함께 마시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는 차도 4륜 구동 아니면 안나오는게 상책이다. 

"우선 올드 씨티로 가서 통곡의 벽을 보자"

다메섹 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메섹 문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몰려 나온 많은 아이들이 눈을 던지며 눈싸움을 하고 있다. 

나와 남편은 계단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그냥 마냥 좋았다. 눈이 덮힌 예루살렘.. 유럽에 온듯 착각을 느끼며 하나 하나 남편은 사진에 담았다. 

" 위로 올라가자"

아 지난 번에 갔던 아랍 유스 호스텔의 꼭대기 층이 떠올랐다. 올드 씨티 안의 황금 돔이 정면에 보이는 곳이다. 

유스호스텔에 들어가 나는 볼펜과 종이를 빌렸다. 이런 날엔 나는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남편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마음의 시를 써서 적어 보았다.

나는 시를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고 이제 내려오는데 바로 밑 층에 유스 호스텔 투숙객을 위한 식당이 있다. 

가서 우리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니 한끼에 20세겔이란다. 차도 있고 계란 빵 야채 쨈등 괜찮아 보인다. 

" 두사람 먹을께요"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하는데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남편이 사진을 더 찍고 온다며 올라 갔다. 그사이 나는 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와 눈발이 더 강하고 굵어졌다. 

" 야 진짜 함박눈이다"

내려오는 남편의 감탄사다. 

맞아 이게 함박눈이었구나.. 한국말은 어쩜 이렇게 정감어린 표현이 있을까 싶다. 

창밖으로 시야를 가릴 듯한 함박눈이 소리 없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하이 . 아이 리멤버 유. 유 아 프렌드 어브 부루스 리"

외국인이 남편을 보고 좋아라 한다. 서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남편이 요르단 갔을 때 가이드 했던 분이란다. 그 넓은 이스라엘에서 이틀 머무는 동안 이 좁은 유스 호스텔 식당에서 서로 만나다니.. 천만분의 일의 우연의 법칙을 즐기는 기분이다.  

올드 씨티 안의 성안에서 함박 눈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남편과 단둘이 먹는 식사..

이스라엘에 처음 와서 느꼈던 그 신선함이 눈이 오는 하루 온 종일 . 어쩌면 다음 눈이 올 때까지 , 아니 온 평생 동안 이어질것 같다. 

인생은 추억으로 먹고 사는 것 같다. 지나면 그리워지는 눈과 같은 깨끗한 추억들을 다들 가슴에 새겼으리라 본다.



2013년 1월 10일 예루살렘에 눈이 오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온 예루살렘을

눈으로

포근히 덮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깨끗한것

더러운것


팔레스타인 마을

유대인 마을


모든 것을

새하얗게 덮었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의 피가

모든 죄를 덮음같이


모든 것을

새하얗게 덮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내리는 눈도

지붕에 쌓인 눈도.


정겹습니다.


즐겁게 어울려노는

눈싸움 하는 모습도


오늘은 다

똑같은 마음입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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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찬양.. 


11여리고와 사해가 내려나 보이는 광야 기도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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