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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Oct 29. 2023

이집트 여행 이야기 1

카이로 아부심벨 아스완

10여년 전에 이곳 이집트를 방문했다. 어린 두자녀를 데리고 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3.4월의 날씨였는데 이집트가 더울줄 알았던 내 상상과는 달리 이집트의 저녁은 추웠다.  아들은 계속 감기에 걸렸고 . 나는 안구 건조증에 걸려 눈을 뜨기도 힘들정도로 아픔을 호소했다.  이집트 카이로 병원의 진단이었는데 이스라엘에 와서 다시 진료하니 세균 감염이란다. 아직 미흡한 이집트의 의술에 적지 않은 실망감이 있었고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의 오차가 있다. 힘들었던 것은 추억으로 돌아와 아름답게 포장된다. 특히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온전히 같이 한 여행었고 사진이 너무 좋아 좋은 추억으로 기억 되곤 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직접 볼수 있었던 감격적인 여행이었다.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여행을 떠났다.

첫날부터 꼬였다. 이집트 공항은 인터넷이 안되어서 비자 서류 받은걸 다운 받을 수 없었다. 인적 사항이 있는 서류면 될걸로 예상하고 왔는데 말이다. 이미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을줄 알았다 . 착오였다.   50불을 더 내야하니 생돈을 더내는  씁쓸함이 마음을 상하게 한다.  이것이 첫날이었기에 더 꼼꼼히 챙겨야겠다는 긴장을 하게 하는 계기도 됬다.


오자 마자 바로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향했다. 잠을 설칠까봐 8시 비행기로 끈었는데 알고보니 아스완에서 대기시간이  2시간이다. 그냥 10시 비행기를 끈었어도  같은 시간 도착이었는데 말이다. 10시 건 다이렉트로 아부 심벨까지 가니 말이다.. 꼬이는 듯한 우리의 여정에 꼼꼼한 성격의 남편은 무척 아쉬워한다.. 그런대로 아스완에서 2시간 기다리는 여유도 나로서는 견딜만 하다. 지난번엔 네덜란드에서 13시간을 기다리지 않았던가 .. 거기다 아부심벨까지 가는 비행편에 단 3명의 승객만 타고 갔기에 전세기를 낸 것 같은 뿌듯함에 기분 좋은 여행으로 전환되었다.


아부심벨의  숙소는 카이로의 이름만 좋은 노보텔보다 훨씬 저렴하고  깨끗하고 운치가 있었다. 이름은 노보텔인데 워낙 커서 다시 리모델링 할 여력도 없어선지 방이 너무 낡았다. 거기다. 지나친 담배 냄새 때문에 잠을 설친 터였다. 나일강 호수 근처의 운치있는 아부 심벨 호텔에서 겨우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아부심벨에서의 여정은 제2의 신혼여행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았다. 거기다 람세스의 생일이 10월 22일인데 딱 그때를 맞춰 태양 빛이 일년에 두번 람세스를 비춘다는 그날이 바로 이 즈음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아 그런데 그만 너무 감격한 나머지 너무 오래찍다보니  관리자에게 걸리고 말있다. 지워 .. 더 지워 .. 다 지워 ... 정말 가슴이 철렁한 상황이었다. 성지가 좋다 찍으러 온건데 다 지워야하다니 ... 아찔했다.

그런데 남편의 기지로 다 지우지는 않을 수 있었다. 역시 남편의 촉은 살아있다. 오히려 관리자와  나중엔 친해져서 우리 사진까지 찍어준다.. 얼짱각으로 다리 길게  역시 ...^^


식사는 정말 현지식으로 아주 저렴하게 먹었다. 현지식으로 4천원정도하는 식사다.  물도 슈퍼에서 사니 큰물 하나가 천원이다.사탕수수 쥬스와 망고쥬스가 아주 맛있었다.. 아쉬운 점은 위생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다 .. 행주가 없다. 그저 걸래로 닦는다. 포크도 없다. 다 손으로 빵을 잡아 수저처럼 사용해 먹는다... 그래도 그럭 저럭 참을만했다.  촬영을 위함이니 ..


아 그런데 돌아오는 버스에서 환상이 깨졌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인데 4시간을 달려 아스완에 도착했다. 예전에 가족 여행에서도  아스완에서 힘들게 새벽에 일어나  사막을 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는  새벽이라 그저 졸고 왔는데 오후 1시에 뜬 눈으로 오니 견디기 어렵다.  잠도 안오고 무척 힘들다.. 거기다 주인이 추천헤준 숙소에 가니 너무 시끄럽고 허접하다.. 남편이 딱 싫어하는 그런 곳이다. 부랴 부랴 배를 빌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 곳은 배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르다.. 나일강 왼쪽은 거의 사막이고 오른편은 비싼 호텔존이니..


도와준다고 나선 사람은 400파운드를  부르는데 막상 우리가 흥정해보니 250파운드면 된다..  해외에선 너무 친절한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 그나마 영어 할줄 아는 사람일 수록 더 경계해야한다. .


무그라비 호텔이라는 곳에 도착 3분전에 부킹을 마쳤다.  어딘지도 모르고 어떤곳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배에서 내린 가장 가까운 숙소로 잡은 것이다.. 정말 시골길을 지나듯 들어간다...숙소는 나일강 바로 옆에 놓인 정감있는 곳이었다. 숙소가 좁고 모기가 많고 천정에 도마뱀이 지나 다니는 아주 자연 친화적인 곳이었다..  그래도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저녁을 이곳에서 먹을 양이었는데  요리사가 없어 준비가 되지 않는단다. 이 게스트 하우스의 장점은 친절이었다.  자신들의 배로 저녁 식사할 수 있는 나일강  동편으로 건네다 준다니 거가서 저넉을 먹고 오란다. 그것도 공짜로 ... 이 숙소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나일 동편은 화려한  호텔이.많은 곳이다. 그런데 의외로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아마도 대부분 호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나일강변의 저녁 카페에는 많은 이집트인들이 저녁 공기를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 우리는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지나는 마부가 우리에게 좋은 식당을 권한다.. 5불에 마차를 태워주고 태워온다기에 믿고 타보았다. 식당은 그저 작은 , 사람이 많지 않은 조용한 곳이었다..  생선이니 이정도 가격은 괜찮겠다 싶다.

요리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이것저것 더 시킬것을 권한다. 그러더니 가격이 800파운드란다..

아니 우리가 이집트 들어올 때 비자가격이 800이었는데 .. (800은 50불이다).. 허접한 식당에서 50불을 내고 먹어야하나 싶다. 더욱 우리를 찌푸리게 한건 가격을 계속 보여주지 않는거다 .. 괜히 우리가 모르게 아랍숫자로 쓰고는 지우고 또쓰고 ... 너무 바가지 씌우려는게 역력하다..  박차고 나왔다.. 거리를 걷다가 20 파운드하는 서민 스파게티 집으로 향했다.. 괜스리 기분이 좋다.  공짜로 저녁 먹은 느낌이릴까..


다시 배를 타고 서쪽 허름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면서 광란의 밤을 보내는 동쪽의 화려한 호텔보다 누추하지만 조용한 서쪽  게스트 하우스에서 조용한 저녁을 보낼수 있음에 감사했다. 비록 모기로 밤새 고생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치 유황 불에 타고 있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빠져나온 롯과 그의 가족 처럼 나는 구원 받은 듯 평온한 밤을 보낼 수가 있었다.


(아스완에서 볼 명소는 미완성 오벨리스크,  아스완 댐, 엘레판틴섬 의 나이로 미터, 귀족의 무덤 , 콥틱 교회 , 필레 신전 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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