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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Jan 17. 2024

생활의 지혜

교회 식사  .남편의 지혜

생활의 지혜

우리 교회는 대부분 학생들이다. 헌재 유정이 또래의 학생들이 대부분인 우리 교회는 그야말로 모두 히브리대 재학중인 유학생 교회다. 부모님들은 다 남편의 친구 이거나 친구의 친구 등 다 지인들이다.  한마디로 가족 같은 교회 라고나 할까?  처음엔 조카 뻘 되는 10살 터울이던 청년들과 지냈는데 이제는 거의 전부 아들 뻘 되는 30살 터울의 청년들이다.


교회 청년중에  정릉에서 온 학생이 있어 얘기해보니  2000년에 태어난 아들뻘에다 내가 2000년 1월에 이스라엘에 왔으니 전혀 정릉에 같이 산적이 없다. 내 기억속의 고향을 생각하면 나는 여전히 어린 모습으로 기억될 뿐인데  세월과 함께 그렇게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샤밧이 되면 나는 이 학생들을 위해  전날부터 음식을 준비한다. 주말마다 나오는 나의 두 자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는게 나의 기쁨이 되듯 언제부턴가 예배 때 교인들을 위해 만드는 음식이 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오늘은 무얼 준비해서 모두를 기쁘게 해주나 하는 그런 뿌듯함이 나에게 가득하다.그러다 보니 밥하는 부담감보다는 대접하는 즐거움이 나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게 되었다.


이번주에는 날도 추워 육계장을 준비했다. 전날부터 닭고기 사고 느타리 버섯에 숙주나물을 준비하여 2시간 가량 끓여 너무도 먹음직스러운 고추 기름으로 빨갛게 색을 내어 준비를 했다. 헌재 남편 모두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뿌듯함과 흐뭇함 그리고 여유를 느끼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모든 것이 준비된 여유로운 아침 . 나는 남는 시간 스포츠 센터에 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 겨울엔 보일러를 떼야 뜨거운 물이 나오니 아예 목욕은 스포츠 센터에서 한다. ) 모든것이 완벽했다. 매달 준비하는 생일 케잌에 초까지 .. 예배가 끝나고 식사 준비를 위해 들고간 전기 밥솥의 솥뚜껑을 열기 전까지 말이다.


전날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다 보니 늘 냄비채 식혔던 것과는 달리 다음날 가져가기 편하게 하려고 손잡이 달린 20인용 밥솥( 이게  국을 담아 이동하고 가열하기 편해서 나는 이 밭솥에 음식을 담아간다. )에 미리 담아 놓았다. 그런데 밥솥이  더운 여름같은 현상을 일으켰나보다. 쉰내와 함께 부글부글 올라온 거품이 어제의 그 아름다운 빛이 아니다. 점심은 먹어야하고 이걸 먹으면 다들 속이 부글 거릴거 같고. 정말 난감했다. 그런 내 곁에 섰던 남편이 묵묵히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참기름을 찾고 고춧가루를 가져오란다. 부풀어 오른 거품을 거둬내고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더넣고 생숙주나물을 넣고 조금 더 끓인후 국자로 한그릇씩 담고 나니 ...쉰내가 없다. 그리고 맛은 다시 살아났다. 오 나의 구세주... 나의 마술사....


집에 와서 남편의 그 현명함에 놀라 대화를 했다.  " 뭘 그걸 가지고.. 시골에서는 다 그렇게 먹어. 원래 나물은 빨리 쉬거든 , 나 어릴 때 콩나물이 잘 쉬었어 , 그러면 엄마가 늘 그렇게 다시 끓인후 위에 올라오는 쉰 거품을 거둬내고  다시 고춧가루 넣고 끓이면 다 먹을 수 있었어 .. "

그랬구나 .. 아니 20년 넘게 같이 살면서 어떻게 이런 생활의 지혜를 오늘에서야 알려주는가 싶다. 물론 뭔지 잘은 기억 안나도 남편은 늘 한번씩 나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잇었던것 같다. 시골에 살았기에 터득하는 것들이라고 하면서..


나이차이 만큼이나 인생의 선배인 남편. 참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같이 답사를 가게 되면 이런 놀라운 곳을 다니며 겪었던 수많은 경험담에  놀라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많은 목사님들이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되겠지만  한 가정에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존경받는다는 건 인생에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한다. 샤밧날 만든 나의  쉰 음식을 다시  되살린 남편에게 별 5개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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