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가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면

고요함을 불안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하여

by 겸양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은 아무 일도 없어서 오히려 불안해요.”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마치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고,

이 평온함 뒤에 거대한 폭풍이 숨어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사실 그런 마음은 드물지 않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긴장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온 사람들.

그런 삶에 익숙해지면 평범한 하루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평온함에 대한 불안”이라 말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반복적으로 위기를 경험하며 살았고, 그 감정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고요한 순간에는 마음이 긴장한다.

낯선 환경에 놓인 것처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단지 개인의 성향이나 기질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오랫동안 생존하듯 살아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문제에 즉각 반응하고, 틈틈이 감정을 눌러온 삶.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반응할 일이 없는 평온함이 찾아오면, 마음은 말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래도 되는 걸까?”
“지금 뭔가 이상한 건 아닐까?”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난 평화는 때때로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어쩌면 회복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몸이 쉬고, 마음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용히 숨을 고르는 시간.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처럼 보여도, 그 하루가 오랜 싸움 뒤에 찾아온 ‘쉼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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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무언가 해야만 의미 있는 하루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별일 없는 하루’에도 의미를 붙여줘도 좋다.
하루쯤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도 괜찮다.
그건 멈춘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또 다른 방식의 증거다.


그러니 낯설다고 느끼는 그 평온함을 잠시 바라봐 주자.
불안의 이름으로 도망치지 말고,
의심의 눈으로 덮어두지 말고,
그 하루를 인정해주자.


“오늘,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도 참 잘 살아냈어.”


그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아무 일 없는 하루도, 아주 따뜻한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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