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멀어진 친구와의
어색한 침묵

가까웠던 사이에서 점점 멀어질 때, 우리가 느끼는 것들

by 겸양

가까웠던 사람이 있다.
같이 있으면 말이 끊이지 않았고, 사소한 것도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사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줄어들고, 눈을 마주쳐도 반가움보다 어색함이 먼저 느껴질 때가 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공기에는 이미 많은 말이 지나갔다.
하지 못한 말, 하지 않기로 한 말, 혹은 이제 해도 소용없을 말들.

그 침묵은 단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이미 한걸음 멀어진 결과일 때가 많다.



사이가 멀어진다는 건, 관계가 실패했다는 뜻일까?


가까웠던 관계가 멀어질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을 ‘실패’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모든 관계는 변화라는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지금껏 함께 흐르던 강줄기가
어느 지점에서부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졌고,
삶의 리듬이 바뀌었으며,
더 이상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건 누가 잘못해서라기보다
그저 ‘각자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침묵이 어색하다는 건, 여전히 마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만약 정말 아무렇지 않다면,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없이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관계처럼,
그저 지나가면 그만인 일일 테니까.

하지만 그 침묵 앞에서 마음이 복잡하다면,
한때 소중했기에 느껴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우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생각이 머무는 이유는,
여전히 그 사람과 나누었던 시간들이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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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마음은 돌아오지 않을까?


어떤 관계는 잠시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관계는
그저 추억으로 남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억지로 다시 엮으려 하지 않아도,
그 시절 함께 웃고 울던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던 관계.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하지만 고마웠던 관계.

그런 이름으로도 간직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더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마음이 멀어졌다는 걸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색한 침묵을 마주할 때,
우리 안에는 아쉬움과 서운함,
그리고 묘한 죄책감이 섞여 올라온다.


하지만 결국, 관계는
서로의 삶을 조금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관계가 나를 괴롭게 만들기보다,
이따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결말이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가끔,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관계에서
할 만큼의 마음을 다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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