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맹꽁이와 나

김주영

by 김주영

맹꽁이. 개구리 비슷한 거라 말만 들었지. 본 적은 없다. "맹! 꽁!" 이라고 울어서 맹꽁이라고 한다. 어느 어르신 말로 한 수컷이 “맹꽁” 소리를 내는게 아니라 이쪽에서 "맹!" 하면 저쪽에서 "꽁!" 한다고 한다. 옛날에 논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동그스람하게 배가 불러 있고 만지면 미끌미끌해서 손이 잘 안 닦였다고 한다. 요즘은 볼 수 없는 맹꽁이. 멸종을 했으려나? 아직도 논 가까이 가면 한 마리라도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나? 한 어르신은 맹꽁이 소리를 지금도 듣고 싶다고 한다. 당연히 나는 유튜브에서 맹꽁이 울음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멸종위기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옛날에는 구렁이도 많았다고 한다. 초가집 지붕 속에 살기도 하고 대들보나 담을 기어가거나 나무에도 걸려 있었다고 한다. 퉁퉁하고 길이가 3미터가 넘었다고 한다. 시커먼 먹구렁이, 누런 황구렁이도 있었다는데 상상만 해도 포스가 장난 아닐 것 같다. 작은 뱀들은 우리집 주변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구렁이도 멸종했나보다. 두꺼비는 요즘에도 간간이 나타나긴 하지만 예전보다 잘 안보인다. 멸종위기는 생태계가 불안정하다는 얘기인데 결국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저께 새벽에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다.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 잠을 못자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잘만 잔다. 귀뚜라미가 울면 가을 시작이라는데 그 날이 딱 입추였다. 아직 폭염경보가 뜨는 더위지만 가을로 접어든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옥수수가 베어지고 그 빈 밭을 보면 이제 가을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내 나름의 가을 신호다. 내가 한 어르신에게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더니 어르신은 귀뚜라미 소리 뿐이냐며 지렁이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 엥? 지렁이 소리? 지렁이가 소리를 내나요? 지렁이가 소리를 낼리 없을텐데... 하고 또 물었지만 진심으로 지렁이 소리라고 말씀하신다. 어떻게 우냐고 물었더니 찌르르르 하고 운다고 한다. 오잉? 그렇게 우는 지렁이라니... 다른 어르신도 지렁이 소리를 말씀하시는 걸 보면 지렁이 소리가 있긴 있나 보다. 기어다니는 그 지렁이는 아니겠죠?


아직 더워서 바람 잘 들어오는 시원한 옷을 입는 철이지만 또 낙엽이 떨어지고 무척 추운 겨울이 오겠지.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번 지나면서 사람도 철이 드는 게 아닐까? 우리집에 철도 모르고 덤벙거리는 사춘기 아이가 있지만 그 아이도 언제가 이 자연의 순리를 느끼겠지. 고추도 따서 말리고 참깨도 베어 말리는 늦여름이다. 내일은 말복이니 몸보신도 하고 아이들과 계곡에서 물장구나 치며 복달음을 해야겠다. 오늘도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골 어르신 이동수단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