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 이르면 흙냄새가 먼저 인사를 건다.
비에 눅눅해진 낙엽이 발끝에 쌓이고, 솔가지는 누운 머리카락처럼 봉분을 덮는다.
우리는 낫을 쥐고 풀 한 줄기, 가시 한 줄기를 걷어낸다. “여기 있습니다.”
이름 없는 손짓이 흙 위에 남고, 남은 이의 마음도 함께 다듬어진다.
손목에 힘이 들고 등에 땀이 선다. 그 땀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장 오래된 접착제다.
그리고 문득 묻는다.
“이 일은 미래에도 같은 모양일까?”
가까운 미래의 벌초 ― 의식에서 돌봄으로
풍경의 변화
자연장과 수목장이 늘고 산묘는 서서히 줄 것이다. 봉분은 낮아지고 묘역은 숲과 더 가까워진다. 벌초는 ‘베는 의식’에서 ‘돌봄의 산책’으로 가벼워진다.
도구의 변화
드론이 먼저 하늘에서 묘역을 확인하고, 자율 제초 로봇이 가장자리부터 길을 연다. 우리는 마지막 모서리를 손으로 정리한다. 기술이 일을 덜어도 마지막 손길은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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