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 거버넌스에서 책임 주체를 재구성하는 철학적 모델
초록(Abstract)
본 논문은 AI와 알고리즘이 의사결정의 핵심 주체로 등장한 디지털 거버넌스 시대에 ‘양심(conscience)’ 개념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근대 이후 양심은 주로 개인의 내면적 도덕 판단 능력으로 이해되어 왔으나, 자동화·분산화·비가시화된 기술 권력 구조 속에서 이러한 이해는 심각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본고는 가톨릭의 공동선 전통, 개신교의 책임적 양심 개념, 세속 인문주의의 공적 이성 개념을 통합하여, 양심을 개인 내부의 심리 상태가 아니라 ‘책임을 호출하는 구조적 장치’로 재정의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양심-중심 거버넌스(Conscience-centered Governance)’라는 개념 모델을 제안하고, 글로벌 AI 윤리·정책 담론에 적용 가능한 철학적 기준을 제시한다.
주제어: 양심, AI 윤리, 디지털 거버넌스, 책임, 알고리즘, 공공철학
Ⅰ. 문제 제기: 왜 AI 시대에 ‘양심’을 다시 묻는가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추천 알고리즘, 자동 채용 시스템, 신용 평가, 예측 치안, 행정 자동화는 이미 인간의 삶을 규율하는 준(準) 정치적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복되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누가 책임지는가?”
알고리즘은 결정을 내리지만, 책임은 증발한다. 개발자는 모델을 만들었을 뿐이라 말하고, 기관은 시스템을 도입했을 뿐이라 말하며, 사용자는 결과를 따랐을 뿐이라 말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책임을 다시 호출할 수 있는 개념 장치다. 본 논문은 그 핵심 개념으로 ‘양심’을 재호명한다.
Ⅱ. 근대 양심 개념의 형성과 한계
근대 이후 양심은 주로 다음과 같이 이해되어 왔다.
개인 내부의 도덕 판단 능력
외적 권위에 대한 내적 심급
자유와 책임의 최종 근거
이 이해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전통과, 계몽주의적 주체 개념을 통해 확립되었다. 그러나 AI 시대의 의사결정은 더 이상 개인의 ‘판단 순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판단은 사전에 설계되고, 자동화되며, 집단적으로 분산된다.
이로 인해 근대적 양심 개념은 세 가지 한계에 직면한다.
비가시성의 한계: 누가 결정했는지 알 수 없다.
분산성의 한계: 책임 주체가 분절된다.
자동성의 한계: 인간의 성찰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Ⅲ. 비교전통 속 양심 개념의 재자원화
1. 가톨릭 전통: 공동선과 구조적 책임
가톨릭 전통에서 양심은 단순한 개인감정이 아니라, 객관적 도덕 질서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된다. 이는 오늘날 다음과 같은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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