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다시 읽기
강의실의 불이 천천히 가라앉고, 스크린 위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비극으로 끝난 18세기의 꿈과 사랑.”
그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예고였다. 오늘 우리가 읽게 될 것은 소설의 줄거리가 아니라, 한 시대가 자기 자신에게 남긴 유서라는 예고이다.
《홍루몽》은 늘 “중국 4대 기서”라는 이름으로 호출된다. 그러나 그 수식어는 이 작품의 심장을 가리지 못한다. 오늘의 강의가 벗겨낸 것은 바로 그 보호막이었다.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이기 전에 몰락의 서사이고, 가족사이기 전에 문명 비판이며, 꿈의 기록이기 전에 현실의 부고다.
그래서 우리는 읽는 동안 자주 멈춘다. 눈앞의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닮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꿈을 꾸던 집안, 그러나 꿈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
조설근이 그려낸 가문은 화려하다. 권력과 부, 교양과 취향이 대저택의 기둥처럼 단단해 보인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이미 균열을 품은 장식이다.
몰락은 폭풍처럼 오지 않는다.
작은 허영, 반복되는 의례, 감당할 수 없는 체면, 그리고 사랑을 사랑으로 지켜내지 못하는 규범—이 사소한 것들이 천천히 집안을 잠식한다.
《홍루몽》의 비극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래서 더 아프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파국을 ‘본다’기보다, - 파국이 자라나는 시간을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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