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주인공이자 기인奇人들
영화, 소설 등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때때로 독특한 습관, 취미,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물의 결핍을 표현하거나 작품의 주제의식을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다주는데요.
개중에는 그 정도가 '기행', 혹은 '범죄'에 가까운 것들도 있습니다. 내 주변인이 이런다면, 상종도 하고 싶지 않아 질 것만 같은 케케묵은 비밀처럼요. 이번 3분은 이러한 '기인'의 반열에 드는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세바스티앙 니콜라, 타인의 삶을 살 때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는 타인의 말투, 습관, 표정을 흉내 내며 연습하고 얼굴을 따라 만든 마스크까지 만들며 지낸다.
심지어는 그들의 집에 침입해 지내거나 알콜중독증세까지 따라 하는, 어디까지나 자기 행복을 위할 뿐인 니콜라의 취미는 꽤나 위험하고 꺼림칙하다.
결국 니콜라는 타인이자 곧 자신의 위험한 행복을 관두기로 결심하지만, 훔치지 않고서는 못 배길 황혼의 바이올리니스트. 몽탈트의 삶을 만나면서 다시 시작된다.
낡은 아파트에 사는 '나'는 모종의 계기로 아파트 주민들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취미를 갖게 된다. 이웃과 얼굴 한 번 대면하지 않고도 어제 뭘 먹었는지, 담배는 뭘 피우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있는, 그의 참으로 소름 끼치도록 '지저분한' 취미.
결국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이자 속마음은 쓰레기통 속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어떤 사내를 거부하는 이웃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그녀의 쓰레기봉투를 매일같이 풀어헤치는데.
류는 유일한 가족이자 병세가 악화되는 누나의 수술비를 위해 부잣집 아이를 유괴하기로 결심한다. 농인이기에 돈벌이가 마땅치 않았던 절박함과 유괴한 아이만큼은 친동생처럼 보살폈던 그의 심성을 생각하면 더욱 기행에 가까운 결단.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류의 실수는 아이의 아버지였던 동진과의 악연을 낳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혹한 비극의 막을 열게 된다.
로스쿨을 나와 탱자탱자 놀고 있는 철부지 백수 소니. 그는 결혼을 앞둔 친구 케빈의 사생아인 줄리안을 만나게 된다. 무슨 생각인지 소니는 자신이 케빈이라며 복지부 직원에게 거짓말로 사칭한 채 줄리안을 돌보게 되고, 철없던 소리는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며 성장한다.
그럼에도 줄리안을 정성으로 돌봤던 소니의 행적은 타인을 사칭해 아이를 '유괴했다'는 혐의로 재판대에 올려지게 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본가로 돌아온 벤자민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는 시기에 직면한 순간 벤자민은 자신을 어루만져주듯 유혹하는 중년의 유부녀, 로빈슨 부인과 쾌락뿐인 불륜에 빠지게 된다.
몇 번 경험하고 나니 별 거 아니라는 듯,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의 딸인 일레인을 사랑하게 되고.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불안과 이 어처구니없는 혈기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려고 몸부림친다.
첫 만남부터 괴짜의 냄새를 풍기던 타일러는 대화의 수단으로 '맞짱'을 제시하는 남자다. 급기야 비밀 모임인 '파이트 클럽'을 만들기에 이르고, 이는 해방감을 연료로 쓰는 저항 세력이자 테러 단체가 되기에 이르는데.
과대광고와 허울뿐인 현대 속 레지스탕스인 그는 약간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점점 세상과의 대화 역시 목숨을 건 육탄전으로 풀어내려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