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사고 (중편)

중요한건 오직 하나! 부하를 살린다.

by 사선에서

"삐-----------------"


TV에서나 들을 수 있던 경고음이 내 눈앞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세 명의 간호사가 3번 배드 주변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어디선가 뛰어온 당직 의사는 김 상병의 가슴 위에 올라타 혼신의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무서웠다. 공포란 이런 것일까? 내 눈동자의 소실점은 3번 배드의 김 상병에게 고정되었고, 다른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시점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내 손은 김 상병의 손을 잡고 있었고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살아라. 제발...'


"선생님, 맥박 잡힙니다. 돌아왔습니다!" 간호사가 외쳤다.


당직 의사는 배드에서 내려오며, 흘러내린 땀과 엉켜 붙은 머리카락을 안경에서 떼어내며 나에게 말했다.


"위험했습니다."


"......."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000대학병원에 고압 산소챔버가 있습니다. 빨리 그 장비를 이용해 치료하지 않으면 또다시 심정지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령 살아나더라도 뇌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가 000대학병원에 전화를 해놓겠습니다. 부대에서는 이동 수단을 확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작전과장은 응급헬기가 가용한지 확인해봐!"


작전과장은 응급헬기를 확인했고, 나는 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급 상황을 보고했다.


"병원 이송을 해야겠습니다. 용사 1명이 위중합니다."


"군 병원으로 이송하는 건 어떤가?"


"군 병원에는 고압 산소챔버가 없고, 000대학병원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동 수단은?"


"헬기 확인 중입니다."


"그래도 군병원이 좋을 것 같은데...."


"이곳 의사 지시대로 00대학병원으로 옮기겠습니다. "


작전과장은 헬기 가용 여부를 확인했지만, 밤과 눈이 내리는 기상 때문이 제한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헬기를 쓸 수 없다면 AMB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설로 인해 군용 AMB로 이동하다가는 시간이 지체될 위험이 있었다. 담당 의사에게 병원 AMB를 쓰자고 했더니, 비용이 든다고 했다. 나는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빨리 이송해달라"고 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의식이 없던 김 상병이 깨어났다.


"김 상병! 나 보여?"


"대대장님…."


"미안하다. 미안해.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거야. 그때까지 잘 버텨야 한다."


"대대장님…."


김 상병은 울고 있었고, 나도 울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송 준비가 완료되자, 나는 군의관을 찾았다.


"군의관! AMB에 같이 탑승해서 가라. 이송 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응급조치를 잘해주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만 믿는다. 아니, 당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군의관과 의무 분대장을 AMB에 동승시켜 김 상병을 000대학병원으로 보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사이키 조명이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당시 종교를 믿지 않았지만, 신에게 기도했다.


"김 상병을… 제발 살려주세요…"


병원에 남아 있던 다른 인원들의 안위를 살폈다. 다행히 모두 의식이 있었고, 약간의 두통만 호소했을 뿐 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의사는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정말 초기 대응을 잘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군의관과 당시 불침번이 초기에 대응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1시간쯤 지났을까? AMB에 탑승했던 군의관에게 전화가 왔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대대장님,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됐어?"


"지금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 고압 산소 챔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동 중에는 이상 없었고, 의식도 있었습니다."


"수고했어. 고맙다. 계속 지켜봐 줘. 정말 고맙다, 군의관."


군의관과 통화를 마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 위기는 넘긴 것 같았다. 사단과 여단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다시 한 번 민간병원과 군 병원에 있는 18명의 인원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모두 의식이 있었고, 어떠한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산소 마스크에 의지하며 불안 속에 잠든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가족들에게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김 상병의 가족에게는 지금이라도 바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아들이 군 복무 중 그런 사고를 당했다면, 나라도 늦게 소식을 들으면 분노할 것 같았다. 여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들께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이르지 않을까?"


"늦게 알린다고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연락받는 것이 낫습니다."


"전부 다 알릴 건가?"


"응급실에 입원한 김 상병은 지금 바로 연락드리고, 나머지 괜찮은 간부와 용사들의 부모님께는 아침 8시쯤 연락드리겠습니다."


"알았다. 잘 전달해드려라."


새벽 4시경, 김 상병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얼마나 놀라실까, 또 얼마나 걱정하실까…


"여보세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김 상병의 대대장입니다."


"대대장님이요?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느껴졌다. 죄송했다. 어찌 놀라지 않으실 수 있겠나…


"지금 김 상병이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현재 고압 산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의식은 있으나 추가 치료가 필요해 00대학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분노와 놀라움이 교차했을 것이다.


"아버지 바꿀게요."


"무슨 일입니까?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아버지의 걱정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사고 경과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말씀드렸다.


"아니, 요즘 세상에 일산화탄소 중독이 웬 말입니까? 간부들이 정신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면목 없지만, 김 상병에게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올라가겠습니다. 전라도 광주에서 출발하니 3시간 후에 도착하겠습니다. 그때 다시 이야기합시다."


전화를 끊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김 상병 부모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했다. 처음엔 내가 직접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참모들의 조언으로 주병력이 있는 이곳을 지휘하기로 하고, 주임원사, 중대장, 행정보급관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곧 출발했다. 병원에 있는 군의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상태는 어때?"


"방금 고압 챔버에서 나와 일반실로 옮겼습니다. 3시간 후에 다시 고압 챔버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김 상병은 괜찮다고 합니다. 대화도 잘하고, 머리 통증만 약간 있다고 합니다."


"그래, 다행이다. 부모님들이 7시쯤 도착하실 거야. 경과를 잘 말씀드려줘. 그리고 주임원사와 중대장, 행정보급관을 보냈으니 부모님 잘 모실 수 있도록 해. 김 상병, 통화 가능해?"


군의관이 김 상병을 바꿔줬다.


"대대장님, 죄송합니다."


"미안하다.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남을 걱정하는 김 상병의 인성… 고마웠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중대장에게서 부모님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주병력이 이곳 훈련장에 남아 있어서 직접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부모님을 뵙고 경과를 설명하고 사죄를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대대장님은 부대를 지휘하셔야죠. 주임원사님과 군의관님께 설명을 잘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초기 조치가 잘된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아들도 ‘왜 왔냐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큰 대학병원에서 응급조치도 받고, 대대장님께서도 애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애쓴 것이 없습니다. 오직 김 상병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고 싶었습니다. 치료비도 걱정하지 마시고, 병원에서 이상 없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계속 입원치료를 하겠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나머지 부대원들도 잘 챙겨주십시오. 우리 아들이 부대원들을 많이 걱정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필요하시거나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김 상병이 괜찮아진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들도 마음이 놓이신 듯했다. 오전 8시가 되어, 나머지 인원 중 간부를 제외한 용사들의 부모님들께 전화를 드렸다. 간부들은 "대대장님이 전화할 필요 없다.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용사 9명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경과를 설명했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아들과 함께 이야기하니 훨씬 안심하는 듯했다. 어떤 부모님은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이면 될 일을 무슨 병원까지 갔냐"고 농담처럼 말씀하시기도 했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병원 의사가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하더니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며 퇴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곧바로 퇴원 수속을 밟아 군 병원으로 후송하여 안정적 치료를 이어갔다.


병원에서 나와 다시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머지 대대원들을 집합시켰다. 모두가 많이 동요하고 있었다. 나는 경과를 설명했고, 모두 이상 없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안도했다.


그제야 나도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부하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하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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