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사고 (하편)

필사즉생, 필생즉사

by 사선에서

나는 이 상태로 더 이상 사격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 사격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사격이었다. 나는 사단에 연락해 부대 안정화를 위해 사격을 중단한다고 보고했고, 승인을 받았다.


부대는 복귀했다. 3일 후, 군 병원에 입원했던 인원들도 복귀했다. 000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김 상병을 제외하고는 전원 이상 없었다. 나는 복귀한 인원들을 한 명씩 꼭 안아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4박 5일의 위로휴가를 주며, 부모님들을 안심시켜드리라는 임무도 함께 부여했다.


대학병원에 후송했던 김 상병도 상태가 완쾌 수준으로 퇴원해도 좋다는 병원 주치의의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김 상병을 더 입원 치료를 하게 해달라고 떼를 썼고, 이틀을 더 입원시켰다. 이틀 후에도 다시 치료 연장을 요구하려던 참에,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대대장님, 이제 괜찮습니다. 군 병원으로 보내도 됩니다. 치료비도 많이 나오니, 괜히 저희들 걱정 마시고 퇴원시켜주세요.”


나는 김상병을 군 병원으로 후송 조치를 했다. 군 병원에 2주간의 입원치료를 요청했고, 병원 원무과장의 승인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일산화탄소 중독은 나중에 후유증이 올 수 있다고 해, 군 병원 의사와 상의해 철저히 대비하도록 했다.


후송 당일, 부모님이 다시 올라오셔서 아들과 함께 퇴원 수속을 밟았다.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중간 지점에서 만나 점심을 대접했다. 처음 얼굴을 뵙는 자리라 긴장이 많이 됐다.


“대대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들이 건강히 퇴원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아직 조심해야 합니다 . 군 병원에 2주간 입원하도록 준비해 놨습니다. 2주 동안 후유증이 없는지 집중해서 관찰하고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도 괜찮아 보여요.”


“전역하기 전까지는 제 부하이자 아들입니다. 부디 제가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김 상병의 군 병원 입원 수속을 마치고 부모님을 배웅한 뒤 부대로 복귀했다. 사단 인사참모에게서 전화가 와서 부모님을 만난 결과를 그대로 보고했다. 사단장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했다. 1주일이 지나자 아버지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다.


“대대장님, 아들이 빨리 부대로 복귀하고 싶다고 합니다. 미칠 것 같답니다. 그냥 복귀시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요청하니, 나도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군 병원 의사에게 확인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걸었다. 의사도 문제없다고 했고, 다만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하자고 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퇴원과 이후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고맙습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김 상병은 복귀했고, 밝고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그에게도 4박 5일의 위로휴가를 조치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아들 잠시 보내니까 맛있는 것 많이 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 한 달 정도가 지난 후에 인사참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민신문고에 나와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랬다.


“군인들이 훈련간 가스 질식사고가 있었는데, 헌신적인 대대장과 부대 간부들의 노력으로 기적처럼 모두가 완쾌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사단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부주의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관련 지휘관 및 참모가 징계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사고 후속 조치를 아주 잘했다. 어떻게 대대급에서 그런 신속한 후속 조치가 가능했을까? 사고 조사는 명백히 하되, 관련자 징계는 하지 말고 후속 조치 경과를 잘 정리해 각급 부대에 전파하도록 하라.”




나는 그때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내 군 생활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정신은 맑아졌고, 가슴은 차가워졌다. 오로지 부하들을 살릴 생각뿐이었다. 상급부대에서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해도 무시하고, 오직 내가 현장을 보고 설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조치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내 안위를 생각하고 조치하려 했다면, 아마도… 생각하기조차 싫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맞는 말이다.


PS

나중에 훈련 복귀 후 군의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들었다. 군의관은 처음 나가는 동계훈련이어서 출동전에 “만약 사고가 나면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생각에 훈련장 인근 병원을 수소문했고, 장비와 병상 수, 고용량 산소장비의 수량까지 미리 확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고가 터지자마자 해당 병원으로 바로 연락했고, 덕분에 우리 대대 병력 18명을 살릴 수 있었다. 진심으로 군의관에게 감사드린다.


군사 경찰의 사고조사 결과, 질식사고의 원인은 텐트내 튜브 히터가 꺼지며 불완전 연소로 일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이었다. 튜브 히터가 꺼진 이유로는 히터 고장, 혹은 등유에 물이 섞여 강제 소화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의 과실도 있었다. 튜브 히터를 실내에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연통을 연결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연통을 연결하지 않고 사용했다. 그래서 불완전 연소 시 병력들이 그대로 가스에 노출됐다. 지금도 많은 부대가 튜브 히터를 쓰는데, 연통을 연결하는 부대는 거의 못 봤다. 반드시 설치해서 사용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 뒤로 튜브 히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다.


그 바쁜 와중에 단 한 번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여단장, 전화로 소리치며 군 병원으로 왜 안가냐고 현장 조치를 방해했던 사단 참모장! 그런 사람들이 훗날 장군으로 진급했다는 게 우리 육군의 현실이다. 씁쓸하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keyword
이전 05화질식사고 (중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