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의 진급이 남긴 질문

by 사선에서

A 중사는 00호 전차 조종수였다.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체격을 갖춘 그는, 군인인 내가 봐도 멋있어 보이는 간부였다. 그는 재입대 경력이 있었으나, 자신의 경력을 내세우지 않고 늘 겸손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태권도를 잘해 대대 태권도 선임 교관으로도 활동했고, 훈련 중에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간부 교육훈련 시간에도 발표와 토의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특히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부사관 진급을 위한 지휘추천 시기가 도래했다. 여러 후보자들 중에서도 나는 A 중사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체력도 특급 수준이며, 잠재역량도 뛰어났다. 나는 그를 추천하기로 마음먹고, 추천서를 작성하기 전에 중대장과 주임원사를 불러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중대장과 주임원사 모두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들의 눈에는 A 중사가 그다지 뛰어난 인품이나 임무수행능력을 가진 인원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다른 간부들이 더 훌륭하고 헌신적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그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난 뒤 홀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본 A 중사는 항상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는데… 혹시 다른 이들의 시샘은 아닐까? 하루를 더 고민했다.


결국 나는 A 중사가 대대 전투력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고, 그에게 지휘추천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사 -> 상사 진급 발표에서 대대 진급대상자 15명 중 2명이 진급했고 A중사도 진급자 2명에 포함되었다. 그가 나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을 때, 나는 “비선된 동료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근무하면서 대대 전투력 발전을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하며 축하해 주었다. 얼마 후 A 중사는 고급반 교육을 위해 부사관학교에 입교했고, 나는 “1등하고 돌아오라”고 격려했다. 그는 반드시 우등상을 받고 금의환향하겠다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몇 주 뒤,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A 중사가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의 부대로 전출을 원한다는 것이다. 나는 매우 놀랐다. 진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전출을 요청하다니… 배신감보다는 “설마 A 중사가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사단 주임원사에게 전화가 왔다. A 중사가 자신을 전출시켜 주지 않으면 사단장께 직접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대대장 승인부터 받으라”고 했더니, 대대는 건너뛰고 사단에서 조치해 달라며 떼를 썼다고 한다.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A 중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인사행정관을 불러 A 중사와 통화하게 했다. 그제야 연결이 되었다.


"대대장이다, A 중사. 무슨 일 있는 거야?"


"대대장님, 죄송합니다. 전출을 보내주십시오.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아니, 무슨 일인지 이유는 말해야 할 것 아니냐?"


"가족이 더 이상 떨어져 살고 싶지 않답니다. 저는 가족에게로 가야 합니다."


"너, 예전엔 그런 말 한 적 없었잖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니?"


"대대장님, 죄송합니다. 그냥… 저 좀 보내주십시오."


당혹스러웠다. 이것을 ‘속았다’고 표현해야 할지, ‘배신당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A 중사로 인해 진급 기회를 놓친 다른 중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린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특히 주임원사와 중대장이 의견을 달리했을 때, 내가 좀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시 검토했어야 했다. 무엇이 그리 급했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했던 걸까… 나는 경솔했다.


주임원사와 함께 향후 조치를 논의했다. 주임원사는 '마음 떠난 사람 붙잡아봐야 문제만 생긴다'며 보내주는 것이 낫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냥 보내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꼬리표 하나쯤은 달아주고 싶었다. 그래야 새 부대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여러 방법이 떠올랐다. 전출 희망 부대의 지휘관이나 주임원사에게 전화를 해 A중사의 행적을 말하고 조심하라고 전할까? 아니면 사단 부관참모에게 알릴까? 그만큼 분노가 컸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 먼 산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어찌됐든 A 중사가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은 사실이 아닌가? 말 못 할 사정이 분명 있지 않을까?’ 나는 주임원사에게 이 생각을 전했고, 그는 “괴씸하지만 대대장님 말씀처럼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을 테니 보내주자”고 했다.


결국 나는 A 중사의 전출을 승인했고, 사단 보고 후 전출일이 확정되었다. 그는 희망하던 00부대로 전출되었고, 나는 해당 부대의 관계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A 중사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사람! 안다고 생각할 때 다시 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작은 동전에도 앞면과 뒷면, 그리고 옆면이 있는데… 나는 어쩌다 사람의 수많은 면 중 단 하나밖에 보지 못했던 걸까.....


진급을 위한 지휘추천의 시기가 돌아올 때면, 그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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